[인터뷰…공감] ‘개봉영화주의자’ 오동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다큐는 모든 영화의 기본이자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세계적으로 영화제 많지 않아 ‘DMZ Docs’ 해외 관심 높아
휴전으로 인한 분단·격렬한 역사 과정, 한국 작품들 ‘뿌리’
경기도 대표 영화제로 도약하려면 재정·정치적 지원 절실

최근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영화계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며 이슈로 떠올랐다. 화려한 세트와 유명한 배우 등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덩치 큰 상업영화들 사이에서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누적 관객 1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초저예산 다큐멘터리로서는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오동진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 Docs) 집행위원장은 자신있게 “다큐멘터리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짧고 빠르며 강한 임팩트를 주는 미디어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오랜 시간을 들여 느리지만 충분한 여운과 생각들을 전하는 다큐멘터리가 오히려 장르적 신선함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공감각적인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쓸만한 영화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대중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며 “그간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지난 30년간 꾸준히 영화계 안팎에서 활동해 온 영화평론가로서 오 위원장은 영화를 대해 온 나름의 기준으로 ‘대중 친화적’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개봉영화주의자’라고 불렀다. 그간 리뷰를 써온 영화들이 개봉된 영화가 중심이 됐고, 영화제나 상영되는 영화 중에서도 대중 친화적인 작품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그것이 영화의 주요 기능이자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유효한 방법론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대를 바꿀 수 있는 메시지의 역할만 있으면 너무 힘들다. 사람들이 쉽게 시대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두 가지 길을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며 “영화는 진지함과 즐거움이 통합된 세상과 사람에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오 위원장의 생각은 오는 10일에 개막하는 제18회 DMZ Docs에도 녹아있다.
‘평화는 침묵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가진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담아낸다. 개막작인 황윤 감독의 ‘하제’는 새만금 간척과 미군기지 확장으로 강제 이주의 파고가 들이치면서 인간과 비인간의 생태계가 동시에 파괴된 군산의 어촌 마을 하제를 8년간 좇아 완성한 작품이다.
폐막작은 크리스토프 디미트리 레베유 감독의 ‘체 게바라: 마지막 동지들’이 선정됐다. 감독은 혁명가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한 체 게바라에 집중하는 대신, 1967년 볼리비아 작전 실패 후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한 체의 게릴라 부대 대원들에게 초점을 맞춰 20년간 그들을 추적하고 기록했다.
관객들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도 넉넉히 담았다. 북극곰이 인간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개브리엘라 오시오 밴든·잭 와이스먼 감독의 ‘골칫덩어리 곰’, 여러 번의 멤버 탈퇴로 내홍을 겪은 이날치가 미국 진출 계약을 앞두고 급조한 새 멤버들과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여정을 담은 이병훈 감독의 ‘이날치, 트래디팝의 탄생’ 등을 비롯해 선댄스와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호평 받은 작품들도 다수 포진하고 있다.

영화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었지만 DMZ Docs의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를 처음 이끌며 오 위원장이 새삼 느낀 점이 있다면 다큐멘터리는 ‘모든 영화의 기본’이자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다큐멘터리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DMZ Docs의 집행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 그는 DMZ Docs가 현재 가지고 있는 위치에 대해 “해외 다큐멘터리스트들은 DMZ Docs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세계적으로 다큐멘터리 관련 영화제가 많지 않은데다, 이미 유명한 영화제들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 성장해나가고 있는 DMZ Docs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이러한 영화제의 힘은 역설적으로 ‘DMZ’라는 이름에서 나왔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이야기다. 여전히 휴전으로 분단되어 있는 나라의 경계에서 평화와 환경,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상징성을 띠는데, 우리가 지닌 분단의 문제와 격렬한 역사의 과정이 한국 영화의 뿌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사회적 사상가나 철학자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었다.
그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추구하는 정신적인 부분이 있다.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끔 대중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세계인들이 같이 연대할 수 있거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평화와 공존을 만들어 내는 일이 다큐멘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2년 뒤로 다가온 DMZ Docs의 20주년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영화제의 의미와 가치, 경쟁력을 더욱 견고히 다져야 할 임무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임기 동안 ‘다큐의 일상화’를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고양에 만들어지는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독립영화전용관이 문을 열게 된다면 영화 홍보와 더불어 감독과 관객의 만남, 영화 내용을 주제 삼은 다양한 대화 등이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 위원장의 ‘하나의 불씨가 광야를 불태운다’는 말처럼, 하나의 영화관으로 시작해 영화제의 발전과 다큐의 일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과 궤를 함께한다.
오 위원장은 끝으로 여러 풍파 속에서도 30년 넘게 유지되며 결국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영화제로 거듭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렸다. 그리고 DMZ Docs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적, 정치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시간을 쌓아간다면 명실공히 경기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저장고 역할을 하는 곳이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입니다. 저는 이것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오동진 집행위원장은?
▲ 1964년 경기도 파주 출생
▲ 前 영화전문기자(연합뉴스, YTN 등)
▲ 前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 前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공동 운영위원장
▲ 前 동의대학교 영화영상대학 초빙교수
▲ 저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등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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