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공급에 44조원 쏟아붓는다…중산층 대상 ‘보편형 임대주택’에 집중[2027 예산안]

정부가 내년 주택 공급에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인 44조원을 투입했다. 특히 늘어난 예산 대부분은 중형 면적 수준의 중산층·청년 대상 ‘보편형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주거복지 정책에서 취약계층의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로·철도·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수준을 유지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62조8000억원)보다 6조2000억원(9.9%) 늘어난 69조원으로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전체 예산 중 절반 이상이 주택 예산으로 올해 38조4000억에서 내년 44조원으로 14.5% 증가했다.
주택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목은 내년 21만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 공적주택 예산이었다. 올해 21조2000억원에서 내년 30조원으로, 8조8000억원이 늘어났다. 공적주택 중 공공임대 17만2000가구, 공공분양 3만4000가구 등이다.
특히 증액분 8조8000억원 중 6조2000억원이 보편형 임대주택 공급에 새롭게 배정됐다. 보편형 임대주택이란 소득·자산 제한을 완화해 기존의 저소득층 중심이 아닌 중산층 등 다양한 소득계층에게도 거주 기회를 주는 공공임대주택을 뜻한다. 정부는 역세권에 82.6~99.2㎡(25~30평) 등 중형 평수의 고품질 보편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공임대 이미지가 열악한 입지에 좁은 주택이었다”며 “역세권 등 우수한 입지에 넓은 평형을 공급해 중산층까지 커버할 수 있는 보편적 임대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도 “공공임대라고 하면 8평, 12평짜리 작은 주택에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형태”라며 “이제는 25평이나 30평 정도의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역세권 중심으로 공급해 중산층도 장기 거주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보편형 임대주택 물량의 50% 이상을 청년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월세 지원은 대상 소득요건을 완화하면서 올해 1300억원에서 2319억원으로 1.8배 늘어났다.
주거취약계층의 집 수리비 등으로 사용되는 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에는 171억원이 배정됐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피해회복금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1에 미달하면 국가가 부족분을 메워주는 사업에도 840억원이 투입된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PF대출을 받은 주거시설 사업장이 조기착공하면 금융비용을 깎아주는 ‘주거시설 PF대출 이차보전사업’ 예산(1696억원)도 신규 책정됐다.
지방균형발전 명목으로 ‘원도심복합재생 시범사업’이 신규사업(294억원)으로 추진된다. 지방 거점도시의 원도심에 공실 임대·매입 등을 통해 청년, 문화 예술인, 창업가 등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주택 예산이 ‘중산층, 청년, 수도권’에만 방점이 찍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중산층, 청년, 수도권 중심 예산”이라며 “정부의 주거 복지 정책은 취약계층이 제일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 원칙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 이외엔 자율주행차 관련 예산이 올해 731억원에서 내년 8801억원으로 12배 늘었다. 대중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모두의카드’ 예산에는 환급대상에 청소년이 포함되면서 예산이 5580억원에서 8652억원으로 불어났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1조1000억원으로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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