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석유 ‘사실상 지배권’ 확보…원유 20% 원가 매입

이규화 2026. 9. 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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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협정을 통해 현지 주요 유전에 대한 장기 개발권과 함께 원유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었다.

중국과 러시아 기업 등이 기존에 보유했던 유전 사업권도 미국과 연계된 민간 석유업체로 넘어가면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을 크게 축소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확보했던 사업권을 미국과 연계된 기업으로 이전하고 생산 원유에 대한 우선권까지 확보함으로써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중·러 간 에너지 경쟁에서 미국이 더 확실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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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매장량 650억배럴, 美 전체 매장량보다 많아
美 연계 업체가 100년 개발권, 미정부 지분 35%
중·러 영향 배제, 보유 사업권도 미국 업체로 이전
미·중·러 에너지 경쟁서 미국이 더 확실한 주도권


베네수엘라의 가동을 멈춘 원유 채굴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협정을 통해 현지 주요 유전에 대한 장기 개발권과 함께 원유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었다.

중국과 러시아 기업 등이 기존에 보유했던 유전 사업권도 미국과 연계된 민간 석유업체로 넘어가면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을 크게 축소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석유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이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향후 100년간 막대한 에너지 자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협정의 핵심에는 베네수엘라 현지 석유기업인 노스아메리칸 블루에너지 파트너스(NABEP)가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가까운 현지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가 이끄는 NABEP는 기존 3개 유전에 더해 14개 유전의 개발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모두 17개 유전을 앞으로 100년 동안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유전의 추정 매장량은 약 650억 배럴에 달한다. 이는 약 460억 배럴로 추산되는 미국의 전체 확인 원유 매장량보다도 많은 규모다.

특히 새로 넘어오는 14개 사업권에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이 보유했던 유전들이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인 시노펙과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이 사업권을 갖고 있던 5곳과 러시아 기업이 보유한 1곳이 대상에 포함됐다. 축출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조카와 측근 알렉스 사브 계열사가 보유했던 사업권도 NABEP로 이전된다.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도 상당하다. 미국은 NABEP의 비경영 지분 35%를 확보하고, 이사회 과반을 미국 시민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거부권까지 갖는다. NABEP가 미국 국방부 전략자본국에 해당 지분을 넘기면서 미국 납세자의 직접적인 재정 부담 없이 석유사업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미국이 향후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가치와 배당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유 판매에 대한 미국의 권리도 눈에 띈다.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20%를 원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고, 나머지 80%에 대해서도 우선매수권을 갖게 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유사시 서반구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생산 확대가 실제로 어느 정도 속도로 이뤄질지는 변수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별도의 정제공정이 필요한 초중질유가 많은 데다 수십 년간의 시설 노후화와 미국의 제재 등이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생산원가를 배럴당 40~80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NABEP는 향후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하고 25년 동안 약 2000억달러의 세금을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0만 배럴대인 해당 유전들의 하루 생산량도 10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목표 달성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른다. 8월 기준 베네수엘라 전체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약 123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NABEP가 단독으로 현재 국가 전체 생산량에 육박하는 규모까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은 미국의 서반구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협정에 직접 서명한 것도 이 같은 성격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협정을 ‘세계 역사상 최대의 석유 거래’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역시 이를 미국의 전통적인 중남미 정책인 먼로 독트린의 재확립으로 규정하면서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이 다시는 의심받지 않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합의의 본질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자원을 미국의 에너지·안보 전략 안으로 편입시키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확보했던 사업권을 미국과 연계된 기업으로 이전하고 생산 원유에 대한 우선권까지 확보함으로써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중·러 간 에너지 경쟁에서 미국이 더 확실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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