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 한 그릇에 담긴 경제…우리 생활 속에 답이 있다 [경제교육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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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 자체를 여러분 힘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 경제가 좋은 상황인지, 안 좋은 상황인지 읽어내는 것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 상황 자체를 학생들이 바꿀 수는 없지만, 경제지표를 읽고 현재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스스로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이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경제 원리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것입니다.
매경미디어그룹이 운영하는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다양한 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교과서 속 경제를 넘어 실제 생활 속 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강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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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물가부터 경제순환까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강당에 3학년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이날 학생들이 귀 기울인 것은 다름 아닌 ‘경제’였습니다. 강단에 선 임성택 매일경제 선임연구원이 마이크를 잡자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향했습니다.
‘2026 청소년 경제교육’의 하나로 마련된 이날 특강은 ‘왜 학생들이 거시경제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임 선임연구원은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할 때 경기가 나빠지면 선배들에게는 수월했던 취업문이 갑자기 좁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상황 자체를 학생들이 바꿀 수는 없지만, 경제지표를 읽고 현재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스스로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김치와 쌀을 사서 사용한다면 이들은 이미 다른 생산과정을 거친 ‘중간재’입니다. 따라서 완성된 김치볶음밥이 소비자에게 팔릴 때는 최종 생산물의 가치만 GDP에 포함해야 합니다. 중간재인 김치와 쌀의 가치까지 더하면 같은 생산물이 두 번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국민총생산(GNP)과의 차이도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한국인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일해 돈을 벌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 활동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GDP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GNP에는 들어갑니다.” 학생들은 익숙한 음식과 실제 사례를 통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GDP와 GNP의 개념을 구분해 나갔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현상은 빅맥 가격으로 설명했습니다. “빅맥이 4000원일 때의 500만원과 8000원이 됐을 때의 500만원은 가치가 다릅니다.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빅맥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죠.” 물가가 오르면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가계와 기업 사이에서 돈이 움직이는 모습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에 비유했습니다. 가계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면 돈은 기업으로 흘러가고, 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다시 가계의 소득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경제의 순환을 바탕으로 지출·생산·소득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 GDP가 같은 값으로 나타나는 ‘삼면 등가의 원칙’도 설명했습니다. GDP와 GNP, 물가와 화폐 가치, 그리고 돈의 순환까지. 서로 다른 경제 개념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됐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은 강사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습니다. 매경TEST를 앞두고 있다는 이윤주·고은지·김가현 학생은 “빅맥 지수로 설명해주셔서 화폐 가치가 쉽게 와닿았다”고 말했습니다. 필기를 하며 강의를 들은 이하은 학생도 “경제 기사에서 자주 접했던 GDP와 물가를 쉽게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강의는 경제 개념을 넘어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마주할 경제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임 선임연구원은 김치볶음밥을 예로 들어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제가 만든 김치볶음밥과 셰프가 만든 김치볶음밥이 있다고 했을 때, 같은 값이면 셰프가 만든 걸 먹어야죠.”
소비자는 같은 가격이라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품질을 높이려 노력한다는 설명입니다. 경쟁이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경제 원리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것입니다.
금융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할 책임도 강조했습니다. 과거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을 사례로 들며 높은 수익률만 강조하고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선임연구원은 “나중에 증권사에서 일하게 되면 상품의 위험을 고객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경제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GDP나 물가 같은 용어를 외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 취업과 소비, 저축과 투자 등 다양한 경제적 선택을 해야 할 때 주변의 경제 상황을 읽고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임 선임연구원 역시 학생들이 경제를 어려운 개념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정회철 교사는 “학생들이 금융인으로 살아가며 맞닥뜨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강의와 교육을 계속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경미디어그룹이 운영하는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다양한 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교과서 속 경제를 넘어 실제 생활 속 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강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김덕식 기자·김주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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