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삼성·두산·대우 인수로 키운 방산사업…KAI로 영토 넓힌다

이승용 기자 2026. 9. 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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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KAI 지분 15.89% 취득 승인
김승연 M&A·김동관 통합으로 방산 확장
수은 "매각 계획 없다"…민영화는 별도
그래픽=홍연택 기자

삼성·두산·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방산사업을 키운 한화그룹이 전투기, 헬기 등 완제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힐 발판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5.89% 취득을 승인하면서 지상무기와 함정, 항공엔진·레이더·무장을 완제기와 연계한 종합방산 체제 구축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3개사가 KAI 주식 15.89%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이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 지위를 굳혔다.

공정위는 한화가 현재 지분만으로는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출입은행이 KAI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공단 지분도 8.75%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다. 한화의 지분 취득만으로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승인으로 한화가 KAI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한화가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KAI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겸임할 경우, 또는 KAI 대표이사를 겸임하면 기업결합을 다시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도 이 경우 새로운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화가 KAI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 때문이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레이더·항공전자, 유도무기 등 항공기의 핵심 장비를 생산하지만 전투기와 헬기를 직접 설계·조립하는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 KAI는 KF-21과 FA-50, 수리온 등을 개발·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업체다. 양사의 협력이 확대되면 완제기와 엔진·레이더·무장을 연계한 수출 제안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KAI와의 협력 확대는 M&A를 통해 방산 영역을 넓혀온 한화의 성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삼성테크윈 경영권을 인수했다. 삼성테크윈이 보유하던 삼성탈레스 지분 50%도 함께 확보했다. 삼성테크윈은 한화테크윈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재편됐다. 한화는 2016년 프랑스 탈레스가 보유한 한화탈레스 잔여 지분 50%를 추가로 인수했고, 회사명을 한화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항공엔진과 레이더·지휘통제·항공전자 분야의 기반을 확보했다.

한화는 이듬해인 2016년 두산DST를 인수하며 지상방산을 강화했다. 장갑차와 대공무기 등을 생산하던 두산DST는 한화디펜스로 사명을 바꿨고,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흡수됐다. 항공엔진과 화력·기동체계 등으로 나뉘어 있던 방산사업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해양방산은 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확보했다. 한화는 2023년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고 한화오션을 출범시켰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기존 지분을 사들이는 대신 신주를 인수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한화는 이를 통해 잠수함과 구축함 등 함정 분야까지 방산 영역을 넓혔다.

김승연 회장이 대형 M&A로 방산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계열사 재편과 해외 수주 확대를 주도했다. 여기에 KAI와의 협력이 더해지면 육상과 해상, 항공·우주를 포괄하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가 한층 촘촘해진다.

관건은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의 지분 확대와 공정위 승인을 향후 KAI 민영화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은 현재 KAI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으며 정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추진한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역시 KAI 매각이나 민영화를 전제로 한 용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KAI 민영화가 추진되려면 정부와 수출입은행의 지분 매각 결정, 공개 경쟁입찰, 방산업체 관련 인허가 등을 별도로 거쳐야 한다. 한화는 당분간 2대 주주로서 공동 연구개발과 해외 수출 등 KAI와의 사업 협력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완제기는 대형 방산 수출에서 엔진·레이더·무장과 후속 군수지원까지 묶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KAI와 한화 계열사의 협력이 구체화되면 수입국 요구에 맞춘 패키지 제안과 현지 생산·절충교역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경영권 인수가 아닌 2대 주주 단계인 만큼 공동개발과 해외 마케팅 등 실무 협력부터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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