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 씨앗·어린 소 위한 코뚜레…장미산성에 쌓인 백제인의 삶(종합)

김예나 2026. 9. 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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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세고 몸집이 큰 소를 다루기 위해 옛사람들은 어린 소의 코를 뚫어 둥근 나무 테를 끼웠다.

최근 충북 충주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소 코뚜레는 4세기 후반∼5세기 무렵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안에서 쓸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던 대형 집수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찾은 소 코뚜레는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소 측은 "집수지가 자리한 계곡부 일대는 성안의 물이 모여 흐르고, 지하수가 지속해 솟아 습윤한 환경이 유지됐다"며 "특히 집수지는 장미산성 사람들의 생활을 간직한 '타임캡슐'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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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굴 조사서 '가장 이른 시기' 삼태기·식물 50여 종 등 확인
"소 이용해 물자 운반 가능성"…"1천600년 전 생활 간직한 '타임캡슐'"
볍씨에서 도정한 흔적도…집수지 내부 조사 계속·보존 방안 '미정'
1600년 전 백제인이 쓴 생활유물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유물들이 전시된 충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전시관 모습. 2026.9.1 kw@yna.co.kr

(충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힘이 세고 몸집이 큰 소를 다루기 위해 옛사람들은 어린 소의 코를 뚫어 둥근 나무 테를 끼웠다.

지역에 따라 '코꾼지', '코빼이', '군들레' 등으로 불린 코뚜레다.

코뚜레는 노간주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등으로 주로 만들었는데 직경 2∼3㎝ 정도의 나뭇가지의 껍질을 벗겨낸 뒤 원형으로 모양을 잡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운영하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중국의 기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코뚜레의 역사는 2천년이 넘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한다.

물체질 조사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충북 충주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소 코뚜레는 4세기 후반∼5세기 무렵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약 1천600년 전 코뚜레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장미산성을 발굴 조사해 온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는 "당시 소를 이용해 성안으로 물자를 운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물 자료"라고 1일 설명했다.

성안에서 쓸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던 대형 집수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찾은 소 코뚜레는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성체 소가 쓰는 코뚜레보다 작은 크기로 보아 어린 소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축의 노동력을 이용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발견 당시 삼태기 모습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를 부려 장미산성과 주변 지역을 오가는 운송 수단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다.

집수지 일대를 조사하며 찾은 삼태기 역시 눈에 띈다.

삼태기는 버들·싸리 등 가는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생활 도구로, 곡식을 고르거나 곡식이나 흙 등을 퍼 담아 옮기는 데 주로 사용한다.

장미산성에서 출토된 삼태기는 장미산 아래 군락을 이루는 버들로 몸체를 만들었고, 단단한 졸참나무를 테두리에 써 당대 제작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충주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 목조 집수지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백제 한성기 최대 규모의 목조 집수지의 모습. 2026.9.1 kw@yna.co.kr

삼태기와 소 코뚜레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실물이 확인된 유물 중 시기가 가장 이르다.

장미산성 사람들의 삶은 작은 씨앗에도 켜켜이 쌓여 있다.

집수지 안에서는 쌀·콩·팥·밀 등 곡물과 복숭아·자두·머루 등 다양한 식물 50여 종이 확인돼 당시 식생활을 가늠할 수 있다.

발견된 식물 잔해를 분석한 안소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연구원은 "이처럼 다양한 종자와 열매가 확인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 연구원은 "볍씨에 도정한 흔적이 많이 확인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우엉의 씨앗이 확인된 사례 역시 국내에서는 아주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충주 장미산성에서 출토된 소 코뚜레 (충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일 충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전시관에 사적 '충주 장미산성'의 대형 집수지에서 출토된 소 코뚜레가 전시돼 있다. 2026.9.1 yes@yna.co.kr

소·말·돼지·개 등 다양한 동물 뼈가 출토된 점도 흥미롭다. 일부 소뼈에는 해체한 흔적이 있어 가축 이용과 육류 소비 양상을 엿보게 한다.

장미산성 안에서는 나무로 된 자루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도끼, 실을 잣는데 쓰는 방추차(紡錘車·가락바퀴), 사슴뿔 가공품 등도 함께 발견됐다.

동·식물부터 생활 도구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었을까.

연구소 측은 "집수지가 자리한 계곡부 일대는 성안의 물이 모여 흐르고, 지하수가 지속해 솟아 습윤한 환경이 유지됐다"며 "특히 집수지는 장미산성 사람들의 생활을 간직한 '타임캡슐'이 됐다"고 설명했다.

충주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 목조 집수지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발견된 백제 한성기 최대 규모의 목조 집수지의 모습. 2026.9.1 kw@yna.co.kr

다만, 장미산성의 집수지는 아직 조사할 부분이 더 많다.

길이가 7m가 넘는 나무를 정교하게 다듬어 쌓은 목조 집수지는 백제 한성 도읍기(기원전 18년∼475년) 집수지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내부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최대 8만3천ℓ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연구소는 2024년 11월 장미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계곡 일대에서 나무로 조성한 시설을 처음 확인한 뒤,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정밀 조사를 해왔다.

집수지에서 찾아낸 다양한 식물 (충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일 충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전시관에 사적 '충주 장미산성'의 대형 집수지에서 출토된 다양한 식물 유체가 전시돼 있다. 2026.9.1 yes@yna.co.kr

구멍이 촘촘한 채반 위에 흙을 놓은 뒤, 채반을 물에 넣어 씻어내는 '물체질' 방식으로 집수지 내부에 쌓인 흙을 살펴보고 있으나 이제 4분의 1정도 마쳤다.

이보람 학예연구사는 "집수지는 산의 8부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며 "11월부터는 평탄한 지형이 있는 산 정상부에 어떤 시설이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집수지를 어떻게 보존할지는 고민해야 할 과제다.

연구소는 "집수지 구조와 목재 상태, 현장 여건 등을 검토해 국가유산청, 충청북도, 충주시 등과 협의해 보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600년 전 백제인이 쓴 생활유물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1일 충북 충주시 장미산성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유물들이 전시된 충주 국립중원문화유산연구소 전시관 모습. 2026.9.1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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