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넘어 로봇까지”… 통신3사 AI 경쟁, ‘현실 세계’로 넓어진다
로봇 연결 넘어 연산까지 통신망으로… 기존 인프라 활용도 확대

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는 AI-RAN과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등 AI와 통신망을 결합하는 기술 개발과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AI-RAN은 AI를 무선접속망(RAN)에 접목해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AI 연산에도 활용하는 기술이다.
AI 활용 범위가 로봇과 산업현장으로 넓어지면서 통신망의 역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챗봇과 같은 생성형 AI는 주로 데이터센터에서 연산한 결과를 이용자에게 전달하지만 로봇이나 드론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움직여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여러 대의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고 처리할 수 있는 통신 환경도 중요해진다.
기기에 모든 연산 장치를 넣는 대신 일부 작업을 가까운 네트워크나 엣지 인프라에서 처리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로봇이 수집한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데이터센터까지 보내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면 반응 시간을 줄이고 기기에 필요한 연산 장치의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가 AI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 지점이다.
◆ 산업현장 들어간 AI 통신망… 글로벌도 개발 속도
국내에서는 SKT와 KT가 정부의 'Hyper-AI 네트워크 기반조성' 사업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AI-RAN을 적용한 5G 단독모드(SA) 기반 통신망을 구축하고 제조·조선 현장에서 로봇과 연계하는 것이 골자다. 총사업비는 172억600만 원으로, SKT와 KT가 각각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SKT는 올해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과 판교에 AI-RAN 선도망을 구축해 로봇을 활용한 실증에 나선다. SK인천석유화학에서는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이동형 CCTV를 활용한 산업안전 관제 서비스를 실증하고, 판교에서는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를 검증한다. 내년에는 KG모빌리티 평택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KT는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실증 현장으로 택했다. 초저지연 통신 환경을 구축해 AI 용접·도장 로봇 등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검증한다. AI가 통신망의 패턴과 성능 데이터를 학습해 장애를 분석하고 조치하는 'AI 코어 오케스트레이터'도 개발한다. 향후 제조와 물류, 에너지 등 다른 산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AI-RAN을 활용한 네트워크 기술 검증에 나섰다. 최근 연세대학교와 자사 5G망과 AI-RAN 시험망을 연동해 로봇·드론 등이 서로 다른 망을 오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연결을 유지하는 기술을 검증했다. 지난 7월에는 에릭슨과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서 AI 글래스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AI 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연결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 통신사들도 AI-RAN을 활용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와 미국 T-모바일은 노키아 등과 함께 AI-RAN을 활용한 분산형 엣지 AI 네트워크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기지국과 통신 거점에 AI 연산 자원을 배치해 로봇과 카메라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고, 기존 5G 통신과 AI 연산을 하나의 인프라에서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지난 3월 산업현장과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 적용 사례도 공개했다. 로봇과 카메라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보내지 않고 가까운 통신 거점에서 처리해 실시간 분석과 대응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기에서 수행하던 고성능 연산 일부를 네트워크가 맡을 수 있어 로봇에 필요한 하드웨어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로봇과 산업현장에서 통신사들이 보유한 네트워크 인프라의 쓰임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구축한 통신망과 통신국사,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면 데이터 전송뿐 아니라 AI 연산과 실시간 제어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존 통신망이 스마트폰과 각종 기기를 연결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면 향후엔 AI 연산을 분담하고 로봇과 설비가 실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특히 공장이나 조선소처럼 여러 대의 로봇과 설비가 동시에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연결과 빠른 데이터 처리가 함께 요구된다. 통신 3사가 AIDC와 클라우드에 이어 AI-RAN과 엣지 등 네트워크 기술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봇과 자율기기가 산업현장에 확산될수록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전국 단위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존 인프라를 산업용 AI와 연결해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