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빠진 코스피, 기업 돈으로 버텼다…11월이 고비

김명환 기자 2026. 9. 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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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코스피를 지켜낸 힘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기업의 자기 돈이었다. 외국인·기관·개인이 일제히 주식을 팔아치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조 원대 자사주를 사들이며 매물을 받아냈다.

11월 이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사라진 자리를 외국인이나 기관이 얼마나 채우느냐가 시장 흐름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조원대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에 나온 물량을 직접 흡수할 수 있지만 대구·경북 상장사 가운데 이 정도 규모의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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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10조원대 매수…외국인·기관 매물 흡수
두 종목 자사주 매입 11월 종료…이후 수급 공백 변수
TK는 대형주 자체매수 여력 제한…외국인 이탈에 더 민감
생성형 AI 제작.

8월 말 코스피를 지켜낸 힘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기업의 자기 돈이었다. 외국인·기관·개인이 일제히 주식을 팔아치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조 원대 자사주를 사들이며 매물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대규모 매수는 오는 11월이면 끝난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다시 매수 주체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코스피는 지금까지 지수를 떠받친 수급축 하나를 잃게 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수조원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방어하기 어려운 대구·경북 상장사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의 영향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13조5천 억 팔았는데…기업이 받아냈다

8월 증시 수급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대형 반도체주 물량을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28일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6조8천834억 원, 기관은 6조6천48억 원 순매도했다. 두 주체의 순매도액만 13조4천882억 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타법인은 삼성전자 2조7천580억 원, SK하이닉스 7조5천20억 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두 종목 순매수액을 합치면 10조2천600억 원이다. 전체 기타법인 순매수액의 약 99%다.

기타법인은 증권사·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기업의 주식 거래를 묶어 집계한 항목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거래도 여기에 포함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 반도체주를 팔아치우는 동안 두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상당 부분을 받아낸 구도다. 최근 코스피가 버틴 배경을 단순한 투자심리 회복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55조 자사주 매입 끝나는 11월…다음은 누가 사나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1월 21일까지 15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장내 매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예정한 자사주 매입 규모만 55조원이다.

당분간은 이 자금이 두 종목에 쏟아지는 매도 물량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매입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자사주 취득이 끝난 뒤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계속된다면 지금까지 시장에 유입되던 대규모 매수 자금이 줄어들게 된다.

최근 기업 매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업 전반으로 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소수 초대형주가 지수 하단을 받친 성격이 강해서다.

코스피가 버틴 것과 국내 상장기업 전반의 수급이 좋아진 것은 다른 문제다. 11월 이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사라진 자리를 외국인이나 기관이 얼마나 채우느냐가 시장 흐름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대구경북은 '자사주 방어막' 얇아…대형주 흔들리면 시총도 출렁

대구·경북 상장사에는 이런 수급 변화가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대구혁신성장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대구·경북 상장법인 123곳의 시가총액은 89조3천622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조3천313억 원, 14.6% 감소했다.

감소폭 상당 부분도 일부 대형주에서 나왔다. 포스코퓨처엠과 이수페타시스, 한화시스템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약세가 지역 전체 시총 감소폭을 키웠다.

지역 증시 역시 몇몇 대형주의 주가 움직임에 전체 시가총액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구조다.

차이는 자체적인 수급 방어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조원대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에 나온 물량을 직접 흡수할 수 있지만 대구·경북 상장사 가운데 이 정도 규모의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지역 기업들의 대응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보다는 배당 확대나 보유 자사주 활용에 가깝다. 이수페타시스와 에스엘 등은 배당을 늘렸고, 엘앤에프는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사주를 처분했다.

기업마다 현금 여력과 투자 수요가 다른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으로 외부 매물을 직접 받아내기는 어렵다.

외국인 매도가 길어질 경우 이 차이는 주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 초대형 반도체주의 자사주 매입으로 코스피가 버티더라도 그 수급 효과가 지역 중소·중견 상장사까지 그대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지난 7월 대구·경북 상장사 시가총액이 한 달 만에 15조 원 넘게 줄었던 것도 지역 대형주 몇 종목의 영향이 컸다. 자체적인 수급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방향이 기업가치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대형 반도체주의 자사주 매입이 시장 하단을 받치고 있지만 이 수급은 11월이면 끝난다"며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회복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 여력이 작은 중소·중견 종목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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