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어쩌나…"판교 노조 5만명" 통합교섭 '시험대'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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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이 5만명을 넘어섰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낸 담화문에서 "(5만 조합원은) 개별 사업장의 한계를 넘어 산업의 기준을 바로 세우고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여정, '진정한 산별교섭의 시대'를 열어젖힐 거대한 엔진"이라고 치켜세웠다. 화섬식품노조를 중심으로 IT 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통합교섭' 요구는 결국 산별교섭을 확대할 발판인 셈이다.
IT 업계 노조들이 최근 산업 동향과 통합교섭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면서 논리적 체계를 형성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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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들 노조 합류에 존재감 키워
노조원 증가에 '통합교섭' 요구 확산
'판교 모델' 기반 통합교섭 주장에
국내 IT 기업들 '노조 리스크' 우려↑
글로벌 'AI 속도전'서 경영 부담 가중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이 5만명을 넘어섰다. 2004년 출범 이후 22년 만이다. 화학·섬유 노동자를 뿌리로 둔 산별노조가 2018년 이후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덩치를 키운 결과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 등 판교 대표 IT 기업 노조들이 합류하면서 업계 노사관계 판도 흔들리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IT 노조 합류에 '조합원 5만명'
1일 노동계에 따르면 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은 2018~2019년 3만명대에 올라선 뒤 2022년 3만3000여명, 2023년 3만600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임원선거 당시 재적 조합원은 4만3861명, 올해 2월엔 4만5566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5만명을 돌파했다. 2022년 화학섬유연맹을 해산하고 산별노조(화섬식품노조)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수천명이 이탈하는 부침을 겪고도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몸집이 커지자 IT 업계 노사관계를 기업별 교섭에서 '통합교섭'으로 묶어내려는 목소리에도 한층 힘이 실렸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낸 담화문에서 "(5만 조합원은) 개별 사업장의 한계를 넘어 산업의 기준을 바로 세우고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여정, '진정한 산별교섭의 시대'를 열어젖힐 거대한 엔진"이라고 치켜세웠다. 화섬식품노조를 중심으로 IT 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통합교섭' 요구는 결국 산별교섭을 확대할 발판인 셈이다.
통합교섭 요구는 구호에서 그치지 않는다. IT 업계 노조들이 최근 산업 동향과 통합교섭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면서 논리적 체계를 형성하는 단계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오세윤 노조 네이버지회장은 지난달 12일 국회 토론회에 나와 네이버 계열 16개 법인이 연간 약 150회 교섭을 하면서 노사 관계자 100여명이 1000시간 이상을 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핵심 근로조건은 본사 영향 아래 좌우된다고 날을 세웠다. 임금·보상뿐 아니라 사옥과 근무형태, 복리후생, 인사이동도 계열사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은 특혜가 아니다"라며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 형식을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송가람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장도 IT 산업을 여러 법인과 프로젝트가 맞물리는 '하나의 생태계'로 규정했다. 임금체계·연장근로·AI 활용 원칙·평가제도·복리후생 같은 공통 의제를 법인마다 반복 교섭하는 대신 양측이 먼저 한 번 정한 뒤 사업장 특수성만 보완하는 편이 효율적이란 주장이다. 송 지회장은 "통합교섭은 갈등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구조"라고 했다.
'판교 모델' 노사관계, IT 노조 '통합교섭' 요구로
학계 일각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개정 노동조합법을 주목했다. 사용자 지위·의제별 교섭의무 등을 단계별로 나눠 본 뒤 지배회사와 자회사의 권한이 특정 의제에서 구조적으로 결합된다면 공동교섭이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권 교수는 "기업집단 통합교섭은 이러한 단계 가운데 복수 사용자에게 분산된 교섭의무를 실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교섭구조의 문제"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IT 업계 통합교섭 개념을 '판교 모델'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판교 모델'은 통합지회가 여러 계열사의 교섭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 의제를 제시하면서 법인별 협상 결과를 비교·연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IT 업계의 잦은 인력 이동, 판교·분당 밀집에 따른 비공식 네트워크, 그룹 차원으로 묶인 인사·예산 구조가 판교 모델의 씨앗이 됐다는 설명이다.
'판교 모델'을 제시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T 산업 노사관계는 초기업적 현실과 산업 표준의 강화라는 공고화 신호와, 사용자성·책임 구조의 공백 및 내부 이질성의 증폭이란 위기 신호가 동시에 관찰된다"고 진단했다.

노조발 '통합교섭' 폭탄, AI 속도전에 '제동' 우려
기업 입장에선 '판교 모델'로 시작된 통합교섭 요구가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통합교섭 자체는 반복 교섭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법인별 실적과 성장 단계가 다른데도 본사나 고수익 계열사를 기준으로 임금·복지 수준을 동일하게 맞춰달라는 '상향 평준화' 압력이 거세질 경우 '비용 폭탄'만 떠안게 된다.
또 교섭 의제가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확장될수록 기업이 떠안는 조정 비용과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교섭 의제가 조직개편·사업재편 등의 주제로 확장되면 건마다 불거지는 노조 측 반발로 신속한 경영상 판단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계열사 간 교섭 정보 공유 과정에서 인사·보상·사업전략 같은 내부 정보가 외부로 번질 우려도 높다.
네이버·카카오는 통합교섭 시험대에 오른 대표 IT 기업들 중 하나다. 네이버지회는 지난달 20일 모회사에 통합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네이버제트는 연봉 동결 문제로 교섭이 결렬돼 쟁의권을 확보했고 오는 9일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을 검토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도 지난달 26일 공동교섭을 선포하면서 인적분할을 교섭 의제로 올렸다.
카카오는 계열사 현안에 묶여 AI 투자가 늦어지는 병목을 끊어내기 위해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AI 투자 속도전이 불붙은 상황에서 통합교섭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조직개편과 의사결정 속도를 늦춰 경쟁력 확보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는 최근 약 2년간 비어있던 인사·노무 수장에 한화그룹 출신 장창섭 전무를 ER성과리더로 영입하고 교섭대표 업무를 맡겼다. 노조 대응을 위한 조직 정비에 나선 셈이다. 인적분할과 통합교섭을 둘러싼 충돌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첫 시험대가 됐다.
한 IT 기업 인사노무 분야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 AI 경쟁에 전속력을 내고 의사결정 과정도 효율화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노조 리스크로 인해 출발선에서 눈치 먼저 보고 있다"며 "통합교섭이 기업 구조 효율화와 경영상 판단 전반을 사전 검열하는 심사대가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교섭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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