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찾아낸다… 치매 진단 ‘혈액검사 시대’ 열리나

김동명 기자 2026. 9. 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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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뽑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앞으로는 동네 신경과나 1·2차 의료기관에서 먼저 혈액검사를 실시한 뒤 알츠하이머 가능성이 높은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이나 PET 검사로 연결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조한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간편하게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며 "우선 혈액검사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초기 환자를 찾아낸 뒤 필요한 경우 PET 검사 등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 검사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환자가 조기에 진단과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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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으로 뇌 속 아밀로이드 병리 확인
대웅바이오·랩지노믹스 국내 도입 추진
값비싼 PET·뇌척수액 검사 부담 낮출 듯
레켐비·키순라 등 조기 치료제 시너지 확대
피를 뽑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확인하려면 값비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찍거나 허리에 바늘을 꽂아 뇌척수액을 채취해야 했다. 단순 혈액검사만으로도 알츠하이머 병리를 찾아내는 기술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 도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피를 뽑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는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고령층을 대상 치매 진단이 광범위해질 전망이다. / 챗GPT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랩지노믹스와 대웅바이오는 일본 후지레비오가 개발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검사 '루미펄스(Lumipulse)'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6월 미국 임상검사기관 자회사 'QDx퍼설리티'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채취한 환자 검체를 미국으로 보내 분석한 해외 위탁검사 모델을 공개했다. 향후 국내 의료기관에서 활용 가능한 검사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루미펄스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진단 보조 목적으로 처음 허가한 혈액 기반 체외진단검사다. 혈액 속 '인산화 타우 217(p-tau217)'과 '베타 아밀로이드 1-42(Aβ42)'의 비율을 측정해 뇌 속에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쌓였을 가능성을 평가한다. 대상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55세 이상 환자다.

임상시험 결과 기존 혈액검사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였다. FDA가 인지기능 저하 환자 499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루미펄스에서 양성이 나온 환자의 91.7%가 PET 또는 뇌척수액 검사에서도 아밀로이드 양성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혈액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환자의 97.3%는 PET·뇌척수액 검사에서도 음성이었다.

글로벌 진단업체들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로슈는 지난달 일라이 릴리와 공동 개발한 '엘렉시스 pTau217' 혈액검사에 대해 FDA 허가를 받았다. 루미펄스 검사와 달리 p-tau217 한 가지를 측정해 아밀로이드 병리 가능성을 양성·중간·음성으로 구분한다. 미국에서 이미 4500대 이상 설치돼 있는 로슈의 '코바스(cobas)' 검사 장비를 이용할 수 있어 대형병원뿐 아니라 일반 검사실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치매 혈액검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검사 방법의 높은 문턱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 MRI나 인지기능검사뿐 아니라 환자의 뇌에 아밀로이드가 실제로 축적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검사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뇌척수액 검사는 허리에 주삿바늘을 삽입해야 해 환자 부담이 크다. 반면 혈액검사는 일반 채혈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어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알츠하이머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졌다.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등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혈액검사가 보편화되면 알츠하이머병 진료 과정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는 기억력 저하 환자가 전문병원을 찾아 인지기능검사와 MRI 등을 거친 뒤 필요하면 PET나 뇌척수액 검사를 받는다. 앞으로는 동네 신경과나 1·2차 의료기관에서 먼저 혈액검사를 실시한 뒤 알츠하이머 가능성이 높은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이나 PET 검사로 연결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제한된 PET 장비와 치매 전문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다만 혈액검사가 곧바로 '피 한 번 뽑아 알츠하이머를 확진하는 검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FDA도 루미펄스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용 선별검사나 단독 확진검사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검사 결과는 인지기능검사와 병력, 영상검사 등 다른 임상정보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또한 검사 비용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변수다. 혈액검사 가격이 PET보다 낮아진다고 해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시행될 경우 검사비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다. 검사 양성자가 급격히 늘면 PET 검사와 전문의 진료, 레켐비 등 치료를 받을 의료 인프라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과제다.

조한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간편하게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며 "우선 혈액검사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초기 환자를 찾아낸 뒤 필요한 경우 PET 검사 등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 검사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환자가 조기에 진단과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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