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서해, 다시찾는 바다주권

이문웅 2026. 9. 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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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웅 작가·정치칼럼니스트

2011년 12월12일, 소청도 남서쪽 해상. 불법조업 어선에 올라 단속하던 해양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쓰러졌다. 마흔 살 이청호 경사, 그는 그렇게 차가운 서해에 몸을 맡겼다. 그날 이후 15년,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왔지만, 정작 그가 지키려 했던 바다는 흔들렸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서해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고 불만스러웠다. 외국어선은 해마다 어장을 침범하고, 그물을 훼손하며, 단속에 흉기로 맞서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나 뒤쫓기 바빴고, 어민들은 자기 바다에서조차 불안에 떨며 출항해야 했다. "왜 미리 막지 못하는가"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는가" 묻고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자기 땅에서 자기 삶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이어져 왔는가. 그동안의 서해는, 우리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요즘, 달라진 것이 보인다. 서해의 주권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응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불법이 벌어지고 나서 뒤쫓지 않는다. 불법이 예상되는 시기에 먼저 바다로 나가 기다린다. 어민들의 생업이 걸린 시기를 미리 살피고 관계기관이 함께 움직인다.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 불법을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문턱을 높였다.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현장으로 나가 바다를 확인한다. 그리고 원칙을 분명히 했다. 불법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드론과 항공채증, 인공지능 기반 탐지 체계를 갖춰, 뒤쫓는 단속이 아니라 미리 찾아내고 막는 체계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배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 바다에 법과 질서를 세우는 일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숫자로도 변화는 드러난다. NLL 인근 하루 평균 외국어선 출현 척수는 2023년 94척, 2024년 90척, 2025년 97척에서 올해 65척으로 줄었다. 물론 이 숫자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황과 국제 정세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동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던 자리에 "우리가 지킨다"는 의지가 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권이란 지도 위의 선이 아니다. 누가 먼저 바다에 서고, 누가 법과 원칙을 세우는가. 어민이 마음 놓고 그물을 내릴 수 있는 바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주권이다.

이 변화를 보며 문득 15년 전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던진 그의 마음이 떠오른다.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불법에 물러서지 않고, 어민의 삶과 바다의 주권을 먼저 생각했던 그 마음이, 이제야 제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가 목숨으로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전혀 헛되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이청호 경사가 그날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한 단속이 아니었다. "이 바다는 우리의 바다다" 그 한마디를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달라지고 있다. 주권은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먼저 바다에 서는 것, 불법에 단호한 것, 어민이 마음 놓고 그물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주권을 세우는 일이다.

중국, 북한, 대한민국이 맞닿은 이 서해에 언젠가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은, 아마도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강대국의 이해가 얽힌 이 바다에서, 침해의 기색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기에 이 바다를 지키는 이들의 하루는, 오늘도 내일도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물러서지 않는 단호한 자세,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의지가 결국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이 바다를 지킬 것이다. 서해는 영원히 우리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이문웅 작가·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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