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의 ‘삶은 협상이다’] 대구·경북 사람은 얼마나 협상적인가?

김상진 기자 2026. 9. 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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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Negotiation)'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구경북 사람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그렇게 된다면 대구경북은 '무뚝뚝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소통과 설득, 협상을 잘하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대구경북 사람의 깊은 속정이 이제는 말과 표정으로도 상대방에게 충분히 잘 전달되게 해야 한다. 그때 대구경북 사람들은 "매우 협상적"이라는 말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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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협상(Negotiation)'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구경북 사람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유연함이나 유쾌한 설득의 장면보다는 무뚝뚝하고 경직된 표정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우스개로 흔히 회자되는 '경상도 아버지의 짧은 말'이 그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가 아내에게 하는 말은 단 세 마디. "아는?" "밥도." "자자." 이 짧은 말은 오랫동안 전국적인 웃음거리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웃고 넘기기에는 어딘가 씁쓸하다. 어쩌면 우리 지역이 가진 소통의 한계를 과장해서 보여주는 하나의 자화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대구에 볼일을 보러 온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30여 분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러 무척 어색하고 불편했다는 것이다. 중간에 기사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간단히 "네"라고 대답한 뒤 운전대만 잡고 앞을 바라보는 바람에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물론 택시기사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어색했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승객의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고, 말없이 운전에 집중한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기사는 나쁜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해도 손님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소통의 관점에서는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불친절하지 않았지만 상대는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고, 나는 별 뜻 없이 침묵했지만 상대는 냉담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표현되지 않고 전달되지 않는 진심은 상대에게 무의미하다. 이 이야기는 택시기사뿐 아니라 우리 지역에 사는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다.

심리학자 메르비안(Albert Mehrabian)이 주창한 '메러비안의 법칙'에 따르면,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에서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는 표정과 태도, 눈빛과 바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 요소(55%), 그리고 음성의 톤과 어조(38%)가 차지한다. 우리가 흔히 "뜻만 통하면 됐지"라며 소홀히 여겼던 태도와 음성, 표정이 대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뜻이다. 무뚝뚝한 표정과 뚝뚝 끊어지는 어조로 아무리 옳은 소리, 좋은 소리를 한들 상대의 마음을 열거나 설득하거나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협상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자신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협상은 정교한 소통의 예술이다. 때문에 표현력을 잃어버린 무뚝뚝함과 무표정은 소통은 커녕 상대와 경계를 만들고 대화를 단절시킨다. 원만한 협상 타결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 지역은 소통과 설득이 경쟁력이 된 시대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대구경북 사람들은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아도 한 번 마음을 주면 오래 가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속정이 깊다는 것과 속정을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나 자신을 다정하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히고, 상대의 말에 따뜻한 눈빛으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적절한 미소와 표정, 부드러운 어조와 유연한 몸짓 등 비언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대구경북 사람의 깊은 속정에 유연하고 따뜻한 소통의 옷을 입혀보자. 속마음만 따뜻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따뜻함이 상대에게 전달되게 하자. 그렇게 된다면 대구경북은 '무뚝뚝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소통과 설득, 협상을 잘하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협상은 소통을 통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대구경북 사람의 깊은 속정이 이제는 말과 표정으로도 상대방에게 충분히 잘 전달되게 해야 한다. 그때 대구경북 사람들은 "매우 협상적"이라는 말도 듣게 될 것이다.

박영석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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