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기억의 저수지 / 배우식

김상진 기자 2026. 9. 1. 11: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치매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능·의지·기억 따위의 정신적인 능력이 상실된 상태다.

기억의 저수지는 치매 어머니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그래서 기억이 빠져나간 저수지는 텅텅 비어 말라간다. 어머니의 저수지 위로 구름이 몰려오고, 기억의 비가 쏟아지자 당신의 눈빛이 반짝인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환 시조시인

기억의 저수지-치매 어머니

배우식
​​
어머니의 저수지 둑 어느 한 곳 터진 걸까/ 한 움큼씩 두 움큼씩 옛 기억이 새어 나와/ 익숙한 그 길도 미로 되어 제자리만 맴돈다// 시침을 잃어버린 분침 같은 치매 어머니/ 낮과 밤 경계 없이 시간 위를 표류한다/ 기억이 빠져나간 저수지 텅텅 비어 말라간다// 한밤중 밥 줘, 하며 칭얼대는 늙은 아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울고만 있다/ 어머니 뺨에 붙어있는 슬픔 몇 개 떼어낸다// 물 찾는 낙타처럼 애달픈 나의 간구에/ 어머니의 저수지 위로 구름이 몰려온다/ 기억의 비가 쏟아지자, 당신의 눈빛 반짝인다

​『시조미학』(2026년 여름호)

-----------------------------

치매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능·의지·기억 따위의 정신적인 능력이 상실된 상태다. 지극히 기본적인 일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됨으로써 함께하는 가족을 힘들게 만든다. 치매는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치매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질병이다.

「기억의 저수지」는 치매 어머니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어머니의 저수지 둑 어느 한 곳이 그만 터진 것이다. 한 움큼씩 두 움큼씩 옛 기억이 새어 나와 익숙한 그 길도 미로 되어 제자리만 맴돌기에 일상이 어렵게 된다. 이를 두고 화자는 시침을 잃어버린 분침 같은 치매 어머니, 라고 노래한다. 낮과 밤 경계 없이 시간 위를 표류하고 있다. 그래서 기억이 빠져나간 저수지는 텅텅 비어 말라간다. 한밤중 밥 줘, 하며 칭얼대는 늙은 아이가 된 것이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하여 어머니 뺨에 붙어있는 슬픔 몇 개를 떼어낸다. 이렇게 어찌할 도리가 없어 전전긍긍한다. 그러다가 간구한다. 기도로 이 모든 일을 이겨내고자 한다. 그러자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 어머니의 저수지 위로 구름이 몰려오고, 기억의 비가 쏟아지자 당신의 눈빛이 반짝인다.

「영웅」을 읽는다. 안중근 의사에 관한 소고다. ​
어두운 조국 땅에 삼흥과 돈의 세워/ 가슴마다 민족의 혼 횃불로 타오른다/ 깨어날 저 눈망울들 독립의 빛 흐른다// 차가운 칼날 아래 무명지 잘라내어/ 그 피로 태극기에 '대한독립' 새겨 쓴다/ 이 맹세 눈보라 치는 설원에서도 타오른다// ​하얼빈역 언 땅 위에 심장만 뜨거운데/ 세 발의 저 총성이 원흉 이토 꿰뚫는다/ 그 끝엔 빛으로 가득한 코레아 우라! 찬란하다.

역사의 재현이다. 코레아 우라는 이토를 저격한 직후 외친 말로, '대한민국 만세!'를 뜻하는 러시아어다. 여러 해 전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떠오른다. 이렇듯「영웅」은 역사 시편으로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정환 시조시인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