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新삼국지-한국] 현대차 안방 파고드는 BYD···‘수성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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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한국·중국·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무대가 서로의 안방으로 넓어지고 있다. 본지는 '전기차 新삼국지'를 통해 한국·중국·일본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BYD, 도요타 등 3국 대표 업체들이 벌이는 주도권 경쟁과 각자의 공략 전략을 짚어본다.
수입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국내 브랜드 가운데서는 여전히 현대차·기아가 시장의 중심을 잡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를 키운 BYD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장 변화가 한국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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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1.4만대 판매···中 브랜드 추가 진출도 예고
렉서스 ES 전기차까지 가세하며 경쟁 확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한국·중국·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무대가 서로의 안방으로 넓어지고 있다. 세 나라는 모두 자국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자동차 강국이지만, 동시에 규모와 상징성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본지는 '전기차 新삼국지'를 통해 한국·중국·일본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BYD, 도요타 등 3국 대표 업체들이 벌이는 주도권 경쟁과 각자의 공략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과 EV 시리즈를 앞세워 안방 시장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 BYD가 진출 1년여 만에 빠르게 판매를 늘리며 추격에 나섰다. 하이브리드(HEV)를 앞세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한 일본 도요타·렉서스도 주력 모델의 전기차 버전을 준비하면서 순수전기차 시장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아직 판매 규모만 보면 현대차그룹의 우위가 뚜렷하다. 다만 경쟁의 양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테슬라가 모델Y를 앞세워 수입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끈 데 이어 BYD가 빠르게 1만대 벽을 넘어섰고, 렉서스까지 대표 세단 ES의 전기차를 투입할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단순 경쟁을 넘어 한국·중국·일본 대표 브랜드가 서로 다른 가격대와 차급에서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 기아 EV3·EV5·PV5 앞세워 1위···현대차, 아이오닉9 1만대 육박

특히 기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는 같은 기간 2만1898대가 팔렸고 EV5도 1만9399대를 기록했다. 목적기반차량(PBV)인 PV5 역시 1만7472대가 판매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일부 전기차가 내연기관 인기 모델들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 판매 외형을 키우면서 전기차가 틈새시장에 머물던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기아는 EV3로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의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EV5로 SUV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PV5를 통해 승용 중심이던 전기차 수요를 상용·업무용까지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하나의 인기 차종에 의존하기보다 차급별로 촘촘한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는 만큼 다양한 제품군이 안방 방어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가 1만3727대로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특히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도 8454대가 판매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플래그십 전기차가 판매량을 확보할 경우 단순한 점유율 방어뿐 아니라 전기차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반기에는 고급차 시장에서도 방어선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최상위 전기 SUV GV90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GV90이 가세하면 현대차그룹은 EV3와 같은 대중형 전기차부터 아이오닉9·GV90으로 이어지는 대형·럭셔리 전기차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업체와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의 공세를 각각 다른 제품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 BYD 전기차 1만4464대·····수입차선 테슬라 이어 2위

국산차까지 범위를 넓혀도 BYD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같은 기간 기아와 테슬라, 현대차에 이어 4위권에 올라섰다. 지난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 신생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다. 중국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관심을 끄는 단계를 넘어 실제 판매량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BYD는 지난해 아토3를 시작으로 씰과 씨라이언7 등을 잇달아 투입했고 올해 들어서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도 빠르게 늘리면서 가격과 상품성뿐 아니라 판매 이후 소비자 경험까지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생 수입차 브랜드의 약점으로 꼽히는 사후관리 우려를 낮추지 못하면 초기 관심을 장기적인 판매로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산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과거 중국 자동차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에 대한 우려가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와 전동화 기술, 주행거리, 가격 등이 구매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를 키운 BYD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장 변화가 한국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하반기에는 지커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를 준비하고 있으며, 샤오펑, 샤오미, 체리자동차 등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국내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에 이어 이들 브랜드까지 국내에 상륙하게 될 경우 중국 전기차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BYD가 단순히 저가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양한 차급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판매·서비스 경험까지 축적할 경우 현대차그룹과 직접 맞붙는 영역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 가격과 상품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기존 국산차의 높은 시장 지배력만으로 안방을 지키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 HEV 강자 렉서스도 참전···ES 전기차로 프리미엄 공략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현재 국내 순수전기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렉서스의 존재감은 현대차그룹이나 테슬라, BYD와 비교해 크지 않다. 그러나 HEV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해왔다.
특히 렉서스는 국내에서 브랜드를 대표해 온 ES를 전기차로 확장한다. ES350e에 이어 ES500e까지 국내 인증 절차를 밟으며 출시 준비에 나서고 있다. ES350e는 전륜구동 기반 전기차이며 ES500e는 사륜구동을 적용해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ES가 국내 렉서스 판매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단순히 전기차 한 종을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ES를 통해 쌓은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인지도를 순수전기차까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일본 업체가 주력 차종을 앞세워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같은 흐름 속 한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갈수록 복잡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테슬라는 물론 대중형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는 BYD와 프리미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일본 브랜드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폭넓은 제품군과 판매·서비스망을 앞세워 여전히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만 전기차 전환이 빨라질수록 해외 브랜드가 파고들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어 기존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안방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성전은 판매량 1위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 고급 전기차 경쟁력까지 전 영역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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