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美 1.5조 ESS 배터리 첫 수주…증권가 “EV 둔화 돌파구 마련”
美 중국산 배제·AI 데이터센터 확대…추가 수주 기대감 확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미국에서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내며 전기차(EV) 수요 둔화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의 첫 결실이자 설비 전환의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 재무 부담 완화 여부에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했다.
1일 iM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9만원을 유지했다. 지난달 31일 종가 12만5500원 기준 상승여력은 51.4%다.
SK온은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와 총 9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용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iM증권은 계약 규모를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물량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돼 2027년부터 2031년까지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SK온은 올해 ESS 수주 목표의 절반가량을 확보했다. SK온은 EV 업황 부진에 대응해 기존 생산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플랫아이언 에너지 계약을 제외한 올해 미국 ESS 수주 목표를 20GWh로 제시했다. 네오볼타 계약은 목표치의 45%에 해당한다. 연내 추진 중인 추가 9GWh 계약까지 성사되면 목표 대부분을 채우게 된다.
iM증권은 미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확대에 따른 ESS 수요 증가와 중국산 제품 규제 강화도 SK온에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비중국계 업체들의 공급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잉여 생산설비를 보유한 SK온으로 수주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수주만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SK온의 수익성 부진과 차입금 증가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 결정까지 겹치면서 자회사 지원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ESS 계약이 SK온과 SKIET 지원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도 “미국 ESS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B증권도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ESS 수주 확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해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를 함께 구축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관련 절차를 개선하는 동시에 전력망 안보를 이유로 중국 등 특정 외국산 전력기기 사용 제한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책적 ESS 시장 확대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점유율 하락이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주·생산 여력이 높은 SK온의 ESS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기자 tjdtn317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