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탄천 임대주택?…악취보다 '반대'가 문제

김진수 2026. 9. 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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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을 어디에 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어린이정원보다 넓은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청년주택과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탄천물재생센터와 강남자원회수시설 사이에 있는 수서1단지(1992년·2934가구)는 75%가 임대 가구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세텍(SETEC) 부지를 연계한 총 46만3000㎡에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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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신 탄천에 1.3만가구 짓자는 서울시
3조원 규모로 하수처리시설 이전·지하화 추진
주택 논의는 이제부터…주민들 "임대주택 그만"

정부와 서울시가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을 어디에 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어린이정원보다 넓은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청년주택과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강남구 일원동 일대에 올림픽파크포레온, 헬리오시티보다 큰 대단지가 들어서는 것이다.

"용산 놔두고 왜" 일원동 주민들 한숨

비가 내리던 지난달 31일 오전, 3호선 대청역에 내려 탄천물재생센터로 향했다. 이곳은 한강 이남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매일 90만㎥ 규모로 처리하고 있다. 하수 처리장과 가까워질수록 비 냄새와는 다른 물비린내가 진동했다. 질식 위험, 화기엄금과 같은 경고문이 부착된 시설동을 지날 때면 기계를 가동하는 소음이 매우 크게 들렸다.

센터를 둘러보고 나오자 직원이 공원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하수 처리장 상부를 일부 덮어 조성한 마루공원, 일원에코공원 얘기다. 마루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니 우산을 쓴 이용객이 간간이 보였다. 공원 곳곳에 환기구도 설치됐다. 전광판엔 냄새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아 양호하다는 수치가 표시됐다.

탄천물재생센터 모습 /영상=김진수 기자

개포로를 따라 걸으니 마루공원보다 훨씬 큰 일원에코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에서 나무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바라보니 하수 처리시설과 하수 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공급시설이 있었다. 수서1단지 아파트 너머엔 소각장(강남자원회수시설) 굴뚝도 보였다.

벤치에 앉아 있던 일원동 주민 A씨는 "이쪽은 하수 냄새가 덜한데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면 악취가 난다"라며 "옆에 소각장이 있어 매연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주민 B씨는 "공원을 조성하는 데 30년이 걸렸는데 왜 이걸 없애고 집을 짓는다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물재생센터를 옮길 만한 큰 부지가 서울에 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C씨는 이곳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강남의 갈릴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용산 땅을 놔두고 왜 힘없는 노인들이 조용히 사는 탄천을 건드리냐"라며 "하수 처리장과 소각장을 품었는데 공원마저 빼앗으면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탄천물재생센터와 강남자원회수시설 사이에 있는 수서1단지(1992년·2934가구)는 75%가 임대 가구다. 분양 가구의 전용 59㎡는 지난 6월 19억500만원에 거래됐다. 대청역 너머 우성7차(1987년)의 같은 평형이 28억원, 개포한신(1984년)이 29억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낮은 가격이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가 많고 기피 시설 옆이라 강남에서 제일 저렴한데 그래도 (가격이) 많이 올랐고 무엇보다 학군이 좋다"라며 "강남의 끝자락이라도 진입한 뒤 개포나 대치로 점프하려는 젊은 층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마루공원 산책로 /사진=김진수 기자

지하화에만 3조원 소요…예산·비효율 문제도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세텍(SETEC) 부지를 연계한 총 46만3000㎡에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에 일원동뿐만 아니라 대치, 개포, 수서 지역 주민들도 강남구의회에 민원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원을 제기한 이 모 씨는 "개포·일원동엔 이미 임대주택이 상당히 많이 공급됐고 인근 구룡마을에도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예정됐다"며 "하수처리시설이라는 혐오시설을 오랫동안 감내한 주민들에게 공원으로 환원된 공간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 모 씨는 "대규모 신규 인구가 유입되면 출퇴근 교통량, 도로 혼잡, 주차 문제 등 생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통 인프라와 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용산공원보다 이미 검토를 진행 중인 탄천물재생센터가 좋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2026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 지하화하는 사업은 2034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2조9718억원 규모로 현재 민간투자 사업 타당성 및 적격성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주택 건설은 별도로 논의가 필요하고 이전 대상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수 처리시설 일부를 현재 위치에 지하화한다면 상부에 무엇을 지을지에 대해서도 주민 반발이 생길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이 경기·충청·부산 지역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휴식시설(20%), 문화시설(18%), 실내 체육시설(12.5%) 순으로 선호가 높게 나타났다. 주거 및 업무시설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수 처리시설을 지하화하는 것도 문제 우려 있다. 연구진은 "지하화된 하수 처리시설은 동선의 제약, 지하의 열악한 환경조건 등으로 인해 기존 시설보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지상부 악취는 차단되지만 환기가 어려운 지하부는 더 심한 악취에 노출돼 작업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하화하려면 설치 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하는 만큼 지자체 재정만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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