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컬렉션을 관통하는 트렌드 키워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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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장식과 새롭게 떠오른 첨단 소재, 예상을 벗어난 극적인 실루엣이 익숙한 가을 옷장의 공식을 뒤틀고 있다.
사랑과 관능을 상징하는 깊고 그윽한 레드가 컬렉션 전반에 열기를 불어넣고 있다.
샤넬은 허리선을 무릎 가까이까지 과감하게 낮춘 슈퍼 로웨이스트 스커트로 전형적인 실루엣을 뒤집었고, 바퀘라는 흡사 삼각김밥을 떠올리게 하는 삼각형 보디슈트로 신체 비율을 과감하게 무너뜨렸다.
이번 시즌에는 옷깃과 소매, 밑단처럼 필요한 곳마다 퍼를 슬쩍 덧댄 장식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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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장식과 새롭게 떠오른 첨단 소재, 예상을 벗어난 극적인 실루엣이 익숙한 가을 옷장의 공식을 뒤틀고 있다.

사랑과 관능을 상징하는 깊고 그윽한 레드가 컬렉션 전반에 열기를 불어넣고 있다. 후안비달은 두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모델들을 쇼에 등장시키며 이어질 레드의 향연을 예고했다. 풍성하게 물결치는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은 고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장면을 완성했다. 알라이아 역시 짙은 레드 룩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단단한 가죽과 부드럽게 흐르는 저지 소재를 믹스한 드레스는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자크뮈스는 둥글게 부풀린 구조적인 코트 드레스에 얼굴을 반쯤 가릴 만큼 챙이 넓은 모자를 더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셀린은 레드 니트 톱과 블랙 슬랙스로 일상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절제된 룩을 선보이며 한결 담백하게 분위기를 풀어냈다.

이번 시즌에는 군기가 바짝 든 듯한 테일러드슈트 행렬이 런웨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방시는 깃을 바짝 세운 셔츠에 반듯한 어깨선의 슈트 재킷과 팬츠를 매치해 절도 있는 실루엣을 완성했다. 드리스반노튼 역시 은은한 광택이 도는 블랙 테일러드 재킷의 칼라를 날렵하게 세워 한층 엄격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스키아파렐리는 허리를 바짝 조인 브라운 파워 숄더 재킷에 골드 버튼과 체인벨트로 화려함을 보탰다. 크리스찬디올은 테일러링의 정석인 턱시도 슈트를 한결 여유롭게 풀어냈다. 블랙 새틴 라펠을 단 넉넉한 핏의 그레이 슈트로 격식은 유지하면서도 한층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완성했다. 잘 갖춰 입은 수트 한 벌이면 마음가짐까지 반듯하게 정돈되는 기분이다.

새것처럼 반들반들한 가죽보다 오래 입어 빛바래고 닳은 가죽이 더 멋스러운 계절이다. 미우미우는 마치 아빠의 옷장에서 오래된 재킷을 슬쩍 꺼내 입은 듯한 룩으로 눈길을 끌었다. 표면이 거칠게 닳은 가죽 재킷의 밑단에 투박한 퍼를 덧대고 세기말 유행하던 지그재그 헤드밴드와 가느다란 프레임 안경까지 더해 복고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냈다. 가죽의 거친 멋은 이란티안 컬렉션에서 한층 강해졌다. 각 잡힌 어깨 견장을 단 짙은 브라운 가죽 재킷에 블랙 팬츠를 받쳐 입고 머리를 매끈하게 넘겨 터프한 바이커 룩을 완성했다. 가죽을 꼭 재킷으로만 입을 필요는 없다. 바움운드페르드가르텐은 이음 선마다 오래 입어 해진 듯한 가공을 더한 빈티지 드레스로, 하데르럼프는 블라우스 형태의 빈티지 가죽 톱과 러플 스커트로 여성미를 드러냈다. 세월의 흔적마저 멋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번 시즌이야말로 옷장에 묵혀둔 가죽 재킷을 꺼낼 기회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옷의 익숙한 형태와 비율을 마음껏 비틀며 장난기 넘치게 흘러갔다. 준야와타나베는 가슴에 조개를 덧붙인 듯한 기발한 형태의 드레스와 키치한 강아지 백으로 유쾌한 반전을 선사했다. 실험적인 레이블 류노스케오카자키는 양팔의 소매를 양옆으로 길게 펼쳐낸 듯한 낯선 실루엣으로 도쿄 패션위크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허리선도 과감히 자리를 이탈했다. 샤넬은 허리선을 무릎 가까이까지 과감하게 낮춘 슈퍼 로웨이스트 스커트로 전형적인 실루엣을 뒤집었고, 바퀘라는 흡사 삼각김밥을 떠올리게 하는 삼각형 보디슈트로 신체 비율을 과감하게 무너뜨렸다. 정해진 틀에서 한 발 비껴나 엉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번 시즌 패션이 건넨 가장 유쾌한 장난이다.

퍼 하면 떠오르는 묵직하고 부담스러운 인상은 잠시 내려놓을 때다. 이번 시즌에는 옷깃과 소매, 밑단처럼 필요한 곳마다 퍼를 슬쩍 덧댄 장식이 두드러졌다. 그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건 자크뮈스다. 드레스 가장자리에 깃털처럼 길게 뻗은 퍼를 트리밍해 여성의 부드러운 곡선미를 부각했다. 발렌티노는 퍼 장식을 한층 자유롭게 활용했다. 레이스 슬립 드레스에 풍성한 퍼 소매의 체크 피코트를 매치하고 사냥꾼을 연상시키는 큼직한 퍼 헤드피스까지 눌러써 보다 분방한 매력을 드러냈다. 조금 더 익숙한 방식으로 퍼를 활용한 브랜드도 있다. 라반은 앞섶을 퍼로 두툼하게 감싼 항공 재킷으로 빈티지한 멋을 되살렸고, 마네마네는 과감하게 배를 드러낸 컷아웃 미니드레스에 풍성한 퍼 숄칼라로 계절감을 가미했다. 부담은 덜고 재미는 더한 이번 시즌, 옷깃이든 소매든 원하는 곳에 퍼 한 줌쯤 마음껏 채워도 좋겠다.

클래식의 상징인 겨울 코트 역시 익숙한 형태에 머무르지 않았다. 풍선처럼 부풀리고 어깨를 치켜세우는가 하면 칼라를 키우는 등 한층 대담하고 조형적인 실루엣으로 거듭났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루이비통이다. 하늘로 솟구친 듯한 어깨선의 코트들은 마치 고딕 성당의 첨탑을 보는 듯 공격적인 형태감을 만들어냈다. 우마왕 역시 부채처럼 활짝 펼친 플리츠 장식 코트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과장된 볼륨을 드러냈다. 이에 비하면 발렌시아가는 좀 더 순한 맛이다. 목을 감싸듯 추켜세운 하이칼라와 둥글게 떨어지는 코쿤 소매가 한데 이어지며 1960년대 크리스토발발렌시아가 시절의 우아한 코트 룩을 옮겨놓은 듯했다. 요헤이오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코트 속으로 파고든 모습을 연상케 하는 낯선 실루엣으로 신선한 파격을 선사했다. 이 정도면 올겨울 코트는 옷이라기보다 하나의 건축물로 보아도 좋겠다.

포근한 것들로 채워졌던 겨울 옷장에 차갑고 인공적인 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첨단 소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명하고 번들거리는 PVC 역시 F/W 시즌을 대표할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톰포드는 반듯한 블랙 슈트 위에 투명한 PVC 재킷을 갑옷처럼 덧입고, 블랙 선글라스와 푸른빛 립을 더해 미래 도시의 첩보원을 연상시키는 차림을 완성했다. 캘빈클라인은 가죽과 비닐의 중간쯤 되는 듯한 반투명 브라운 코트로 단정하면서도 매끈한 인상을 만들어냈고, 생로랑은 유리막을 한 겹 입힌 듯 번들거리는 브라운 트렌치코트로 한층 비밀스럽고 날카로운 인상을 남겼다. 스커트도 예외는 아니다. 몸에 밀착되는 보디슈트 위에 속이 훤히 비치는 반투명 지퍼 스커트를 덧입고 트렌치코트를 어깨에 무심히 걸친 빅토리아베컴의 모델들은 미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공 기술과 신소재의 발전이 앞으로 패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할 만하다.

한동안 2010년대의 유행으로 치부됐던 페플럼이 다시 돌아왔다. 디자이너들은 허리 아래로 물결치는 페플럼 장식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되살렸다. 일례로 니클라스스코브가드는 힘 있게 퍼지는 페플럼 장식 그린 톱에 풍성한 플리츠스커트를 매치해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한 낭만적인 룩을 완성했다. 분위기는 알랭폴 컬렉션에서 한결 차분해진다. 그레이 울 재킷에 층층이 물결치는 페플럼 장식 미디스커트를 셋업으로 연출해 단정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을 선보였다. 스텔라맥카트니는 아예 와이어를 넣은 듯 입체적으로 솟아오른 페플럼 톱에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해 현대적인 인상을 만들었고, 뮈글러는 잔잔한 플리츠가 둥글게 퍼지는 페플럼 블라우스에 레깅스 팬츠를 입어 보다 활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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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니클라스스코브가드 류노스케오카자키 마네마네 바움운드페르드가르텐 셀린 스키아파렐리 알라이아 요헤이오노 이란티안 지방시 캘빈클라인 톰포드 하데르럼프 후안비달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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