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인수상정 직접 타보니…AI 명령에 고난도 ‘8’자 운항[이현호의 방산!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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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칠천도 남동쪽 해역에 미확인 선박이 나타났다. 해당 지점으로 이동해 의심 표적을 식별하고 추적하라."
비가 많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30t급 전투용 무인수상정(USV)에 탑승했다.
한화시스템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자체 개발한 무인수상정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은 2034년 62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로 2024년 26억 달러(약 3조 6000억원)보다 두 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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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t급 이어 국내 첫 30t급 USV 개발
1500마력의 워터제트 엔진 2개 장착
입력된 명령 스스로 해석해 항로 운항

“경남 거제 칠천도 남동쪽 해역에 미확인 선박이 나타났다. 해당 지점으로 이동해 의심 표적을 식별하고 추적하라.”
지난달 28일 오후 1시 경남 거제시 장목항. 비가 많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30t급 전투용 무인수상정(USV)에 탑승했다. 먼 바다까지 짙은 해무(바다 위 안개)가 뒤덮였고 파도도 높아 운항이 가능할지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한화시스템 연구원이 지상에 위치한 원격통제차량의 프로그램이 탑재된 간소한 장비를 조종실로 옮겨 놓아 언제든 출동이 가능했다.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30t급 전투요 무인수상정은 항구를 빠져나갔다.
목표 지점 중간 지역에 도착해서 조종사가 레버 하나를 옆으로 젖히자 “딸깍” 소리와 함께 조종석에서 일어나 물러났다. 이어 한화시스템 연구원은 “무인 전환하겠습니다”고 외쳤다.
연구원이 곧바로 인공지능(AI) 임무계획 생성 프로그램에 의심 표적을 식별·추격하라는 명령문을 입력하자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성통신으로 임무를 하달받은 30t급(길이 21m) 전투용 USV가 시동을 건 것이다.
곧바로 수동 모드에서 운행하던 조종사가 내려오고 아무도 키를 잡지 않았는데도 USV는 입력된 명령을 스스로 해석해 항로를 짜고 최고 40노트(시속 약 74㎞)로 물살을 가르며 내달리고 거침없이 회전했다. 전자해도엔 8자 모양의 궤적이 그대로 그려졌다.
USV는 AI를 기반으로 사람이 입력한 명령어를 스스로 해석해 항로를 짜고 임무를 수행한다. 지휘관이 함장에게 구두로 명령하듯 명령어를 전달하면 승조원 없는 무인수상정이 홀로 목표물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올라탄 30t급 USV 조종실은 5명 가량의 인원이 탑승했다. 직접 체험하기 위한 것으로 평소엔 조종석이 빈 상태로 운행한다. 비가 많이 와서 이번 시험에선 USV가 시속 20노트(37㎞로)로 스스로 핸들을 돌리며 목표 지점을 향해 내달렸다.

어민들이 설치한 양식장 부유물이 나타나자 USV는 핸들을 꺾어 급선회했다. 목표 지점에 도착해 ‘미확인 선박’을 카메라와 센서로 살핀 뒤 조업 중인 어선으로 판별하고 추적 대상에서 제외했다.
USV 조종실 내부는 일반 함정과 달리 단조로웠다. 왼쪽은 지도를 펼쳐놓을 수 있는 테이블이, 오른쪽은 조종석이 자리했다. 조종석 뒤편에는 통합기관제어체계(ECS)가 설치돼 있었다.
계단을 통해 반층 정도 내려간 앞부분엔 함수의 방향을 바꿔주는 워터 스러스터(thruster)를 볼 수 있었다. 워터 스러스터는 좌우로 물을 뿜어내어 무인수상정의 방향을 바꿔주는 장비다. 사람이 탑승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미니 화장실도 배치했다.
USV는 1500마력의 워터제트(water jet) 엔진 2개를 장착했다. 워터제트는 선체 내부에 물을 흡입해 뒤로 고속분사하며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장비다. 이 때문에 USV가 속도를 높일 때마다 함미에서 뿜어 나오는 물의 높이는 더욱 높아진다.
USV가 20노트 속도를 유지하며 지그재그 운항할 때 45도 이상 기울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날 해상상태(Sea State)는 3등급 수준으로 파고 높이 0.5~1.25m로 바람까지 더했다. 궂은 비도 계속 내렸다. 하지만 USV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90도 이상 회전해도 바다 물살을 가르며 거침없이 내달렸다. 바다 위에 생긴 하얀 물거품은 USV가 지나왔던 길을 알려줬다. 임무를 마친 USV는 ‘장목항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에 다시 핸들을 꺾어 항구로 향했다.


기자가 탑승한 전투용 USV는 북방한계선(NLL) 등 전방 해역에서 정찰·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전투 배치 시 선수(船首)에 기관총 등을 원격으로 조작하는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선미에는 군집형 자폭 드론 발사대 등이 실린다.
지난 6월 함께 진수한 자폭용 USV도 함께 해상 시험을 하며 항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대잠수함 작전이 가능한 140t급 USV도 올해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군 공격을 받았던 고속정 참수리(150t급)급 크기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USV는 12.7㎜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자폭 무인 항공기(UAV), 기뢰 제거 무인체계 등을 장착해 전투 임무를 수행될 것”이라며 “자폭형 무인수상정 등도 함께 장착할 경우 군이 원하는 다양한 임무 전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이 세계 시장을 겨냥해 자체 개발한 무인수상정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은 2034년 62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로 2024년 26억 달러(약 3조 6000억원)보다 두 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이에 국내 방산기업들도 USV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USV 개발에 7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LIG D&A는 정찰·전투용 USV ‘해검 시리즈’ 5종을 개발했다. HD현대중공업도 10월 목표로 미국 안두릴과 800t급 USV 건조를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은 USV를 미래 해군 전력의 한 축으로 보고 편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 해군의 양적 팽창에 맞서 2031년까지 USV 등 무인함 63척을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영국은 2030년대 중반까지는 대공·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급 대형 USV까지 투입한다는 목표다. 우리 해군도 2027년부터 정찰용 USV 투입할 예정이다.

거제=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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