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온열질환 사망자 왜 예상외로 적을까? 응급실 와야만 통계 잡혀 ‘사각지대’ 많다

2026. 9.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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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판단 어렵거나 응급실 사망 아닌 경우 등…폭염 피해 추정 정확도 높여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이 지난 8월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폭염기 작업중지·임금보전 법제도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25일 전남광주 해남군에서 밭일을 하던 30대 외국인 노동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숙소로 이동하던 중 쓰러졌다. 행인이 길가에 쓰러진 그를 발견해 신고한 시각은 그날 오후 3시 15분이었다. 119 현장대원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해당 병원 측은 “심정지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면서 응급실에 도착했다. 온열질환으로 의심되지만, 사인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날 오전 여수시에서도 바다 위 선박에서 그물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온열질환자로 응급실에 이송됐다.

질병관리청은 정부의 폭염 종합 대책 기간(5월 15일~9월 30일) 중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한다. 전국 응급실 534곳 중 516곳(약 97%)이 참여 중인데,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중 온열질환자로 진단·신고한 자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온열질환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예방을 하는 목적과 함께 관계 부처의 정책을 지원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질병청 온열질환 감시체계 ‘해상도’ 높여야

하지만 집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앞의 두 사례 모두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온열질환으로 의심되지만 판단이 어려운 경우, 감시체계에 참여하는 응급실에 내원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지난 8월 2일 오후 담양군의 한 주택 텃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70대 여성도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감시체계에 기록되지 않았다. 같은 날 충남 당진에서도 2명이 폭염 속에서 농작업을 하다 온열질환 추정으로 숨졌지만 질병청 감시체계에는 빠져 있다.

폭염 피해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실제보다 적게 잡히는 것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에서 받은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0∼2024년 사이 총 298명이다. 같은 기간 질병청 감시체계에 집계된 온열질환 사망자는 104명에 그친다.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는 “온열질환 감시체계는 매년 증가 추이를 보기는 괜찮지만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만 기록되기 때문에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나 사망자가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전수조사가 아닌 동향 파악을 위한 표본조사임을 강조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법정감염병 신고체계와 달리 모든 사례를 다 수집해서 통계를 내는 목적이 아니라 여름철 폭염 위험성을 신속히 알리고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라고 설명했다.

사망원인 통계나 산업재해 통계 역시 폭염 피해를 온전히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해당 통계는 사망에 이르게 한 근원 요인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기저질환이 심해져서 숨지거나, 일터에서 땀을 닦다 부주의 등으로 사고를 당해도 직접 원인인 기저질환이나 추락 등으로 기록되면서 폭염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전재희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재 사고가 추락으로 기록되면 그날 온도가 얼마였건 반영이 안 된다”면서 “직접적인 사인만 갖고 산재를 기록하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분명히 많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 사례로 지난 8월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를 들 수 있다. 숨진 노동자는 이날 현장에서 창틀의 콘크리트 벽면을 매끄럽게 갈아내는 작업을 했는데, 2인1조로 작업을 하다 작업을 마친 후 혼자 장비를 정리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시공사와 서울고용노동청은 온열질환은 의심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고용노동청 감독관은 “부검의가 (확정 전) 구두 의견이긴 하지만, 재해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의 체온과 부검 결과 등을 볼 때 온열질환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온열질환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부검의가 ‘배제’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시 재측정한 실내 온도는 31℃였다”고 설명했다. 노동청은 온열질환보다 위험작업 시 2인1조 미준수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동료가 먼저 내려간 뒤 5분가량 혼자 있었는데 제때 발견해 응급처치했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온열질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장 경험이 적은 노동자들이 겪는 열순응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전재희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 현장에서 온도를 직접 재면 당일 기상청 발표보다 7.2℃ 정도 높게 나온다”면서 “신규 투입자는 일주일 정도 몸이 기온에 적응할 기간을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낮은 온도에서도 온열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집계를 보면 올해 5월 15일부터 8월 18일까지 온열질환자는 34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다만 사망자는 22명에서 31명으로 40.9% 늘었다. 온열질환 중 가장 중증인 열사병 환자도 551명에서 636명으로 15.4% 증가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8월 19일의 평균 최고기온은 33.4℃, 사망자가 없던 77일의 평균 최고기온은 28.5℃였다.

해당 노동자는 단기 체류 비자를 받아 입국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는 아니었다. 고용노동청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하청업체 모두 여권만 확인했고 비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루 300~500명이 드나드는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 단위로 현장 인력이 바뀌니 열순응은 애초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염 초과사망 집계에 더 공들여야

폭염 대책 기간보다 앞서 발생한 온열질환 사고도 포함되지 않는다. 폭염은 대책 기간보다 이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감시체계는 행정 일정에 묶여 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전국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 이상)를 분석한 결과 1973년 이후 54년 가운데 8개 연도에서 5월 15일 이전에 폭염이 발생했다. 4월에 33℃가 관측된 사례도 9건이다.

그런 만큼 폭염 피해 상황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온열질환자의 기저질환 등 평소 건강상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진료기록이 연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 위원은 “심혈관, 심장,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폭염 상황에서 건강상의 위험에 부닥칠 위험이 상당히 크다”면서 “온열질환 감시체계는 이 사람들의 건강상의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 더 통계상에 나타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심혈관, 호흡기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폭염이 없었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초과사망’은 산업재해로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 2025년 10월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2023년 미국의 산업재해 통계를 분석한 결과 고온은 신체적·인지적 장애를 유발해 실내를 포함해 거의 모든 직종에서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 실장은 “온열질환은 폭염 피해의 일부분일 뿐”이라면서 “전체 폭염 피해를 보려면 초과사망 집계를 더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질병청은 기후보건영향평가를 통해 폭염 초과사망자 수를 산출하고 있다. 2022년 5월 발표한 1차 기후보건영향평가에서 폭염 초과사망자는 2010~2019년 연평균 211명이었다. 채 실장은 그러나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운영이 안정적이지 않고, 심혈관 질환 등 극히 일부의 질환만 포함하고 있는데 2차 평가에선 정신질환 등 넓은 범위의 건강 문제를 포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의 직업 분류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고정근 대표는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 택배, 물류, 청소 노동자 등이 모두 단순노무 종사자로 뭉뚱그려져 있다”면서 “어떤 직군에서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하는지, 정책 개입으로 얼마나 피해가 줄어드는지 파악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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