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력망서 '中 빗장' 건 트럼프… 韓 배터리 3사, 볕들까

김현정 기자 2026. 9.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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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국산 전력장비 제한 행정명령…사실상 中 겨냥
LG엔솔·삼성SDI·SK온, 현지 거점 공장 가동
/사진= 제미나이 AI생성 이미지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전력 장비의 미국 내 유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북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산 장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 거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온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중국산 물량을 대체하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외국산 전력 장비의 유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대규모 전력시스템 등이 외부로부터 위협받고 있고 관련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따른 조치다.

제한 대상에는 변압기, 대형발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연계형 인버터, 고압 차단기, 산업제어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특정 국가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규제로 보고 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대형 전력 시스템에 대한 해외 공급 업체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제재 대상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국산 장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분석했다.

현재 북미 ESS 시장은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가 높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ESS 설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으나,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76%에 달하는 반면 한국 기업은 20% 수준에 머물렀다.

박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아직 충분한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시장 점유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한국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어, 점차 축소될 중국산 물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합산 약 9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에 위치한 8개의 공장 중 7번째 배터리 생산기지인 미시간주 랜싱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애리조나 퀸크릭 공장은 올해 말 가동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공장 가동으로 북미 ESS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현지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합작법인을 통한 현지 거점 확보도 진행 중이다. 혼다와의 합작사인 L-H배터리 컴퍼니의 오하이오 공장은 올해 7월 가동을 시작해 ESS 배터리 생산에 나섰으며, 향후 전기차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합작한 HLBMA 조지아 공장도 올해 4월 가동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력장비 관련해 ESS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대부분 미국 내 현지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 합쳐 5곳의 ESS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역량을 통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2024년 4분기부터 가동 중인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인디애나주 공장을 현지 거점으로 두고 있다.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는 단독 공장인 시너시셀즈를 건설 중이며, 외관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가동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삼성SDI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약 5%(약 4조 4,500억 원)를 매각해 북미 ESS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 포드와 합작 운영하던 블루오벌SK(현 SK온 테네시)의 단독 운영권도 확보했다. 테네시 공장은 2028년 가동 예정이며 연간 45GWh 규모의 생산이 예상된다.

이러한 현지 생산 역량은 실제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SK온은 이날 미국 ESS 기업 '네오볼타 파워'와 ESS용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SK온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GWh 규모의 LFP 파우치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 계약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 수준이며, 공급 물량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김현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