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Arm에 긴장하는 엔비디아·인텔…스마트폰 칩 기업은 왜 데이터센터 주목하나[김창영의 실리콘밸리 룩]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2026. 9. 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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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퀄컴이 신경 쓰일 테고, AMD와 인텔은 Arm(암)이 거슬릴 겁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제품 관련 로열티 수입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새로운 칩 라인업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크다"고 밝혔다.

퀄컴이 협력사들과 서버용 CPU, 맞춤형 추론 칩을 개발하는 것을 두고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 칩 선두를 달려온 퀄컴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퀄컴은 모듈러 인수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퀄컴은 이번 인수로 최적화된 AI 컴퓨팅 레이어(계층) 역량과 데이터센터 전략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효율적인 추론, 오케스트레이션(조화), 배포를 지원하는 동시에 모델 개발자,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운영 기업)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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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칩 강자 퀄컴, AI 스타트업 연이어 인수
반도체 설계 알파웨이브, 컴파일러 기업 모듈러 인수
엔비디아 GPU와 쿠다 견제하며 AI 랙 진출 선언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AI 서버 시장으로 보폭 넓혀
칩 설계 침범 않던 Arm도 AI 서버 겨냥 자체 칩 공개
데이터센터 확장에 인텔·AMD 장악 서버 CPU 군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는 퀄컴이 신경 쓰일 테고, AMD와 인텔은 Arm(암)이 거슬릴 겁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기업이 퀄컴과 Arm이라고 한다. 퀄컴은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미디어텍·애플과 빅3로 꼽히는 모바일 칩 강자다. AP 90% 이상이 Arm 기술 기반으로 제작될 만큼 Arm은 스마트폰 아키텍처(칩 구동 방식을 정해주는 지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Arm 아키텍처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피지컬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물리적 생태계)에서도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동안 퀄컴과 Arm은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올 들어 행보가 크게 변했다. 퀄컴은 엔비디아 소프트웨어에 맞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를 발표하고 AI 기업 대상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Arm은 AI 데이터센터 서버에 탑재할 수 있는 첫 자체 AI 칩을 공개했다. 퀄컴의 맞춤형 칩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rm의 AI 서버용 프로세서는 AMD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사업이 겹친다.

반도체 시장에서 모바일 칩이 AI 서버 칩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고 메모리 병목에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자 두 기업은 모바일 칩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그동안 AI 서버 시장에서 GPU와 CPU를 장악했던 엔비디아·AMD·인텔 입장에서는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한 것이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제품 관련 로열티 수입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새로운 칩 라인업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크다”고 밝혔다.

퀄컴은 지난 6월 24일(현지 시간) AI 칩 스타트업 모듈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수 금액이 40억 달러(6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모듈러는 2022년 구글 출신 개발자 크리스 래트너와 팀 데이비스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40억 달러는 지난해 9월 2억5000만 달러를 조달할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인 16억 달러를 2배 넘게 웃도는 수치다. 인수는 하반기 안에 마무리된다.

모듈러는 AI 컴파일러 개발사다. 컴파일러는 AI 코드가 컴퓨터 칩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기계어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모듈러는 엔비디아·AMD·인텔·퀄컴 등 제조사 상관없이 AI 칩에서 복잡한 코드 수정 없이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AI 프로그래밍 언어 ‘모조(Mojo)’와 AI 구동 엔진 ‘MAX’를 개발했다. 엔비디아가 자사 GPU 칩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쿠다(CUDA)’로 AI 칩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모듈러는 다양한 인프라에서 AI 모델이 최고 성능을 구현하도록 돕는 범용 컴파일러를 앞세워 엔비디아 제국을 위협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퀄컴이 모듈러를 인수하면 단순 칩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퀄컴은 2018년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 인수가 규제 당국 반대로 무산된 이후 대체 기업을 물색해왔다. 지난해 런던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설계기업 알파웨이브를 2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퀄컴은 모바일 칩 개발 역량에 알파웨이브의 칩 설계 기술을 더해 AI 칩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6월 24일 소식통을 인용해 퀄컴이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맞춤형 칩(ASIC) 설계를 제공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퀄컴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AI 랙. 퀄컴

퀄컴이 협력사들과 서버용 CPU, 맞춤형 추론 칩을 개발하는 것을 두고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 칩 선두를 달려온 퀄컴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모듈러를 인수한 것도 GPU와 쿠다 조합으로 데이터센터를 좌지우지하는 엔비디아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퀄컴은 지난해 10월 차세대 데이터 센터용 AI 추론에 최적화된 AI200 및 AI250 가속기와 서버 랙을 출시했다.

퀄컴 역시 이러한 구상을 숨기지 않았다. 퀄컴은 모듈러 인수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퀄컴은 이번 인수로 최적화된 AI 컴퓨팅 레이어(계층) 역량과 데이터센터 전략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효율적인 추론, 오케스트레이션(조화), 배포를 지원하는 동시에 모델 개발자,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운영 기업)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모듈러를 통해 퀄컴은 확장성과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방형 생태계 접근 방식과 결합하고 AI의 다음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래트너 모듈러 CEO는 “퀄컴의 엣지 컴퓨팅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모듈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arm

AI 서버용 CPU 시장을 주도하는 인텔과 AMD 입장에서는 Arm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24일 자체 제작한 AI 데이터센터용 CPU인 ‘Arm AGI CPU’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오늘은 우리 회사에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파트너사들에 Arm의 고성능·저전력 컴퓨팅 기반 위에 구축된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해 에이전틱 AI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rm은 지난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핫칩스 2026에서 최대 136개의 네오버스(Neoverse) V3 코어 탑재 등 Arm AGI CPU의 주요 사양을 공개했다.

Arm은 세계 최대 반도체 지식재산권(IP) 기업이다. 회사 창립 35년 만에 처음 자체 칩을 선보인 것은 빅테크 자체 칩 개발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Arm도 설계도 판매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칩 제조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이었다. 300W(와트) 전력에서 최대 136개의 코어(명령어 처리 담당 부품)가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스 CEO는 “새 제품이 x86 플랫폼 대비 랙(네트워크 장비 구조물) 하나당 같은 전력으로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성능을 낸다”고 강조했다. x86은 인텔과 AMD가 CPU를 만들 때 따르는 아키텍처다.

첫 고객사는 칩 공동 개발에 참여한 메타가 낙점됐으며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자사의 자체 칩 ‘메타 훈련·추론 가속기(MTIA)’와 Arm CPU를 동시에 활용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동할 방침이다. 오픈AI·세레브라스도 Arm CPU를 이용하기로 했으며 SK텔레콤(017670)도 새 제품을 활용해 추론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Arm은 SK하이닉스(000660)도 이번 개발에 메모리 솔루션 파트너사로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영국 기업인 Arm은 1990년 11월 설립 이래 이 반도체 기업들에 IP를 활용해 밑그림을 그려주고 수수료만 챙기는 수익 모델을 고수해왔다. 아키텍처만 넘겨주면 삼성전자(005930)·애플·퀄컴·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이 이 도면을 보고 반도체를 설계하는 구조다. Arm이 AP 아키텍처 90%를 장악했는데도 칩 개발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반도체 업계의 스위스(중립국)’로 불렸다.

인텔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이 AI 중심으로 전개되고 최근 추론용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35년 넘게 이어진 원칙은 깨졌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개발을 위해서는 추론 칩 확보가 중요해졌고, 단계적 연산을 처리하는 CPU의 위상이 높아졌다. 추론용 AI 모델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데이터센터에서 기존 대비 GW(기가와트)당 4배 이상의 CPU 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까지 CPU 성장세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뛰어넘는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Arm은 2016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에 314억 달러에 인수된 뒤 추론 시대에 대비해왔다. 2018년 데이터센터 칩 IP 시장에 진출한 후 빅테크들을 공략한 결과 현재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Arm 기반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에도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페어를 65억 달러에 인수했다.

Arm의 자체 칩 개발로 AI 반도체 시장에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인텔 x86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든 인텔과 AMD의 CPU가 데이터센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Arm이 IP 공급사인 반도체 제조사들에 자사 CPU 사용을 압박할 수 있다. 한 반도체 스타트업 대표는 “Arm은 GPU가 없어도 서버 CPU만으로도 시장에 굉장한 위협을 줄 수 있다”며 “AMD와 인텔이 가장 신경쓰는 회사가 Arm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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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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