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패션에 젊은 감성 결합 ”이상봉 부자 협업

이소정 기자 2026. 9. 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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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그늘 때문에 자식이 자기 뜻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하지만 패션은 변화가 빠른 분야잖아요. 이제는 이청청 디자이너가 젊은 감성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제 경험을 공유해 주며 '헤리티지'를 이어가게 할 뿐이죠."

이청청 디자이너는 "선생님과 협업하며 이상봉 패션 하우스의 세대 계승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며 "선생님이 쌓아 온 40년간의 브랜드의 색깔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헤리티지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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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이청청
캐주얼 남성복 브랜드 ‘2.3.0’ 런칭
父 “이제 나를 내려놓는 연습해야”
子 “브랜드 색깔 훼손않고 계승 고민”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이상봉 청담 스토어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오른쪽)가 아들 이청청 디자이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이상봉 디자이너는 아들과 함께 남성 브랜드 ‘2.3.0’을 9월 공식 론칭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부모의 그늘 때문에 자식이 자기 뜻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하지만 패션은 변화가 빠른 분야잖아요. 이제는 이청청 디자이너가 젊은 감성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제 경험을 공유해 주며 ‘헤리티지’를 이어가게 할 뿐이죠.”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이상봉 청담 스토어에서 패션업계의 유명 부자(父子) 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와 이청청 디자이너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서로를 ‘아버지’란 말 대신 ‘선생님’으로, ‘아들’이란 말 대신 ‘디자이너’로 부른 두 사람은 그간 철저하게 각자의 브랜드를 나눠 운영해왔다.

1985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한 국내 1세대 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세계 패션계에 알린 인물이다. 2000년대 초 한글을 디자인에 적용한 옷을 파리 무대에 선보이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한글을 패션에 녹인 그의 옷들은 피겨선수 김연아를 비롯해 린제이 로한, 레이디 가가 등 글로벌 스타들이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2013년 자신의 브랜드 ‘LIE(라이)’를 론칭해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달 신규 남성복 브랜드 ‘2.3.0(230)’을 함께 론칭하기로 했다. 아들과의 협업은 40여 년간 패션계에 몸담은 이상봉 디자이너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브랜드명은 ‘이상봉’이란 이름 발음과 비슷한 숫자에서 따왔다.

협업의 출발은 ‘남자들이 입을 옷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SNS 등으로 인해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정작 옷을 사려면 ‘고급 캐주얼’이 마땅치 않다”며 “‘정장’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사이 니즈를 충족할 ‘고급 캐주얼’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K컬처의 전 세계적 열풍 속에 두 사람은 이상봉 디자이너의 헤리티지인 한글과 단청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패션에 녹여 냈다. 예컨대 ‘꿈은 이루어진다’는 한글 문구를 그래픽과 아트워크로 풀어내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는 식이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선생님과 협업하며 이상봉 패션 하우스의 세대 계승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며 “선생님이 쌓아 온 40년간의 브랜드의 색깔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헤리티지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모자지간과 다르게 아들과 아버지는 어색한 것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서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저는 이제 서서히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하는 세대라 생각해요. 협업을 하며 어떤 때는 속상할 때도 있지만요. ‘그래’ 하면서 이해하려고 하고 ‘이건 내가 조금 더 내려놔야겠구나’ 생각하죠. 서로의 디자인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 묘미입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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