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中 테크기업 해외 진출 도약대로 변신

사이버포트(홍콩)/구동완 기자 2026. 9. 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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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실리콘밸리 가보니
중국 드론 제조업체 이항이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EH216-S’가 28일 홍콩 사이버포트에서 수평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이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승객 2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130㎞로 30㎞를 비행할 수 있다. 이날 첫 시험 비행에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았다. /구동완 기자

지난 28일 오후 홍콩섬 남구의 정보기술(IT) 산업단지 사이버포트.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EH216-S’가 굉음을 내며 수직으로 떠올랐다. 중국 광저우(廣州) 드론 제조업체 이항(EHang)의 자율비행 드론 택시로, 최대 2명이 탈 수 있다. 기체는 건물 7층 높이에서 안정적인 수평 비행으로 전환하며 안착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항 관계자는 “이미 중국 민용항공국(CAAC)의 운항 인증을 받았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홍콩에서 다시 한번 시험 비행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홍콩 정부는 최근 이 드론 택시를 ‘규제 샌드박스’ 프로젝트로 승인하며 비행 시험을 허가했다. 미·중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첨단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나가기 위한 기술 검증 무대로 홍콩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과거 홍콩이 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중국 본토로 들여오는 ‘입구’였다면, 이제는 대중(對中) 제재를 피해 중국 기술을 세계로 쏘아 올리는 ‘도약대’로 변신했다”고 평가했다.

◇홍콩 통해 美 제재 뚫는 中 스타트업

시험 비행이 열린 사이버포트는 2004년 조성된 22만㎡ 규모의 IT 산업단지다. ‘홍콩의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아시아 최초의 IT 신도시로, 우리나라 판교테크노밸리가 모델로 삼았다. 이곳은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전초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항 드론 택시의 안전성과 운항 체계 검증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사이버포트측은 “2년 전 가동을 시작한 AI 슈퍼컴퓨팅 센터가 비행 관리와 추적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 정부는 축적된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드론 택시를 위한 전용 법안을 마련하고,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여객·물류 노선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8일 홍콩 사이버포트 아케이드에 마련된 ‘어나더 월드(世外)’ 전시를 한 관람객이 체험하고 있다. 아래 기둥에는 손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립모션(Leap Motion) 센서가 탑재돼 관람객이 손짓으로 스크린 속 캐릭터를 제어할 수 있다. /구동완 기자

지난해 홍콩 증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374억 달러(약 51조원)를 조달하며 미국 나스닥을 제치고 세계 1위 IPO 시장에 올랐다. 홍콩은 해외 스타트업과 인재를 중국과 연결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사이버포트에는 2400여 첨단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중 500곳 이상이 AI·데이터 과학 스타트업이다. 창업자들의 국적은 28국에 달하고, 이들이 개척한 해외 시장은 35국이 넘는다. 이날 열린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리더십 포럼(DELF)’에는 엔비디아, 델 등 서방 공룡 기업과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IT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이먼 챈 사이버포트 회장은 “홍콩은 이제 글로벌 I&T(혁신·기술)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라고 했다.

◇중국 AI로 재도약 꿈꾸는 홍콩 콘텐츠

올해 ‘AI와 몰입형 기술’이라는 주제로 개막한 DELF현장에는 AI를 이용해 콘텐츠 제작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도 대거 등장했다. AI 콘텐츠 스타트업 ‘피즈드래곤’ 부스에서는 프롬프트(AI에 입력하는 지시문) 몇 줄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시연이 펼쳐졌다. 사용자가 단어를 입력하자 AI 에이전트가 스토리보드와 대본 작성, 최종 영상 편집까지 일괄 처리했다. 이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최신 AI 영상 생성 모델 ‘씨댄스’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술이다. 현장에서 관람객이 “주인공을 30년 늙게 해달라”고 추가 명령을 내리자, 영상 속 인물의 머리색이 즉시 흰색으로 변했다.

홍콩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인 ‘어나더 월드(世外)’ 역시 프로젝션 매핑과 동작 추적, 360도 입체 음향 기술을 접목해 체험형 몰입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기존 지식재산권(IP)에 AI와 몰입형 기술을 입혀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에릭 챈 사이버포트 최고공공미션책임자는 “유망한 IP가 단순한 아이디어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도록 돕고 있다”며 “AI 기술력이 홍콩 문화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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