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가 주얼리 시장에 푼 동물들… 그녀의 피부 위에서 살아 숨쉬다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2026. 9. 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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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인투 더 와일드’ 컬렉션

고대 그리스의 술과 황홀경의 신(神) 디오니소스가 행렬을 이끌 때, 그 곁에는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있다. 짙은 밤의 어둠을 닮은 반점과 유연한 몸을 가진 팬더(표범)였다. 풍요로움과 다산, 부활을 상징하며 연극과 축제를 관장하는 신 답게 디오니소스가 타고 오르는 팬더는 맹수라고만 보기엔 유혹적으로 우아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마케도니아 왕국 수도였던 그리스 북부 도시 펠라 유적지에서 발굴된 ‘표범을 탄 디오니소스’ 모자이크를 사진으로라도 한번 본 이들이라면, 다채로운 색감과 화려함에 압도되곤 한다. 문명과 야생, 절제와 황홀을 오가며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자유분방한 감성을 내뿜는 팬더는 그야말로 우리 내면의 욕망 그 자체이자 신과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존재의 표상이었다.

녹터나(Nocturna) 브레이슬릿. 눈처럼 새하얀 팬더. ©Cartier ©Nathan Robin

중세 동물 이야기를 담은 자연백과사전이자 당대 베스트셀러였던 ‘피지올로구스(Physiologus)’는 또 어떤가. 팬더(표범)가 내쉬는 달콤한 향기와 숨결에 다른 동물들이 모여드는 모습은 만인을 끌어들이는 예수의 구원으로 비견된다. 중세인들은 이 표범을 ‘영적인 구세주’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읽은 것이다.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적 본능을 바탕으로 신화와 결합하며 신성성을 부여받았던 동물들이 야생에서 벗어나 우리의 품으로 왔다. 1일 전세계 동시에 공개된 까르띠에의 새로운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컬렉션을 통해서다. 지난해 아트 바젤 마이애미와 지난 6월 서울 성수동에서 선보인 몰입형 전시 ‘인 투 더 와일드’가 서곡이었다면, 이번 컬렉션은 그 서곡이 예고한 컬렉션의 확장을 본격적으로 선사한다.

이 세계는 매혹적인 생명체들로 가득하며, 그 중심에는 1948년 처음으로 입체적인 조각 형태로 구현된 까르띠에의 상징적인 동물, 팬더가 군림한다. 그에 이어 호랑이, 앵무새, 잉어, 악어, 코뿔소가 각자의 턱과 부리와 주둥이를 앞세워 등장한다. 살아 있는 듯 맹렬하면서도 친숙한 동물들에 대한 표현에 웃음이 지어졌다가도 만드는 과정에 바로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하게 된다.

◇해부학적 구조를 연구한 조각 작품 같은 주얼리

타고난 그대로, 야생의 본능을 가지고 있는 까르띠에 주얼리의 동물 세계는 20세기 초, 새와 곤충이 그 모습을 드러낸 그때부터 특별한 위상을 차지했고 이후 파충류와 고양잇과 동물들, 상상 속의 생명체인 키메라가 등장했고, 얼룩말과 코끼리가 그 뒤를 이었다. 차가운 북극에서 뜨거운 열대 지방까지, 물로 가득한 해저에서 메마른 대지까지, 까르띠에는 해부학적 구조에 최대한 가깝게 자연을 관찰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얼러부터 세공 장인과 세팅 장인, 워치메이커에 이르기까지, 같은 모험을 떠나는 메종의 특별한 공예 기술과 노하우가 함께한다. 이들은 서로 하나로 이어져 구조를 만들고, 조각하며, 폴리싱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 포트레이트 갤러리’다. 호랑이, 앵무새, 잉어, 악어, 코뿔소의 머리를 얹은 다섯 개의 링이 중심에 있고, 2000년대에 태어난 팬더 헤드 링이 그 원형(原型) 격이다. 압도적인 볼륨은 마치 조각 작품 같다. 서정시의 대가이자 사물에 대한 시(詩)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가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집요하고도 꾸준한 장인 정신에 매료돼 비로소 작가의 길을 터득하게 됐던 것처럼, 각 분야 장인들의 치열한 완벽주의가 합을 이룰 때 비로소 세상에 등장한다.

'동물 포트레이트 갤러리' 헤드 링. (위부터)코뿔소는 화이트 골드, 래커, 스페사르타이트 가넷, 그레이 아게이트로 구성돼 있고, '호랑이'는 화이트 골드, 오닉스, 사파이어, 아쿠아마린, 듀모티어라이트 쿼츠, 다이아몬드로 돼 있다. '앵무새'는 옐로우 골드, 플래티늄, 오닉스, 산호, 차보라이트 가넷, 다이아몬드로, '잉어'는 화이트 골드, 핑크 골드, 오닉스, 사파이어, 듀모티어라이트 쿼츠,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졌다. '악어'는 화이트 골드, 오닉스, 에메랄드, 다이아몬드가 조화롭게 펼쳐진다. /까르띠에 제공

까르띠에 주얼리 워크숍에서 제작한 각각의 크리에이션은 생생한 동물의 표현을 중시해 온 까르띠에의 오랜 주얼리 전통에서 이어진 일련의 특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성한 것이다. 각각의 헤드를 조각 작품을 만들듯 섬세하게 세공하고, 앵무새의 플래티늄과 옐로우 골드처럼 금속을 결합하며, 코뿔소 본연의 컬러를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폴리싱하거나 브러싱 처리한 화이트 골드 표면을 교차 적용하는 주얼러의 예술성이 돋보인다.

악어 모양의 까르띠에 파우나 앤 플로라(동물 및 식풀) 핀. 로듐 도금 화이트 골드, 오닉스,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까르띠에가 ‘위대한 역사적 전통’이라 부르는 컬러 대비의 예술이 동물마다 다른 팔레트로 펼쳐진다. 앵무새는 산호의 레드와 차보라이트 가넷의 그린. 코뿔소는 스페사르타이트 가넷의 오렌지와 스모키 쿼츠의 유백색. 악어는 다이아몬드와 오닉스 스터드와 에메랄드가 이루는 화이트·블랙·그린의 삼원색인데, 이것은 아르데코 시절부터 메종이 지켜 온 색의 유산에 가깝다. 호랑이와 잉어는 사파이어, 아쿠아마린, 그리고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듀모티어라이트 쿼츠(dumortierite quartz)가 만드는 블루의 계열로 흘러간다.

까르띠에 파우나 앤 플로라(동물 앤 식물) 핀. 옐로우 골드, 차보라이트 가넷, 블랙 래커 코 및 줄무늬.

◇독자적인 세팅 기법으로 털과 가죽의 질감까지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1794년 호랑이를 향해 이렇게 읊는다. “어떤 불멸의 신이, 어떤 손과 눈이 너의 무시무시한 대칭(균형)을 만들 수 있었나?”(What immortal hand or eye, Could frame thy fearful symmetry?)"

호랑이의 완벽하면서도 압도적인 신체 구조와 그로부터 느껴지는 경외섞인 아름다움을 두려울 정도로 무서운 대칭과 균형감이라 표현한 것이다. 블레이크가 밤의 숲의 정령 같은 호랑이를 향해 던진 질문은 창조주를 향한 것이었겠지만, 까르띠에 아틀리에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질문이 된다. 호랑이 링의 줄무늬는 듀모티어라이트 쿼츠를 하나하나 조각해 만들고, 눈에는 아쿠아마린을 박았다. 크기가 다른 다이아몬드를 흩뿌린 ‘갈루차(galuchat·가오리 가죽의 오돌토돌한 표면에서 이름을 따온 기법)’ 파베는 호랑이 링에서 얼음이 얼어붙을 때의 결정을 표현한다. 디자이너와 주얼러, 세공 장인, 세팅 장인의 빈틈없는 협업의 결과다. 동물의 털과 그 질감을 나타내기 위한 보석 세팅은 까르띠에의 독보적인 면모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외형을 넘어, 이 모든 마감은 동물의 존재감과 주얼리의 촉감을 한층 강화한다. 까르띠에의 코뿔소 링은 화이트 골드 표면을 폴리싱과 브러싱으로 번갈아 처리해 실제 코뿔소 가죽의 얼룩덜룩한 톤을 재현하고, 스모키 쿼츠 뿔에 블랙 래커 선을 넣고, 입 안쪽에 천공을 내 갈라진 피부의 질감을 잇는다. 그러나 스페사르타이트 가넷의 오렌지와 그레이 아게이트의 조합은 결국 어느 사바나에도 없는 색이다. ‘코뿔소’로 유명한 화가 알프레드 뒤러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코뿔소를 실제 본 이의 스케치와 편지글을 바탕으로 1515년 상상으로 제작한 목판화로 선보였을 때의 환희와 비슷할 수도 있다. 뒤러의 코뿔소는 그 아름다움에 200년 넘게 유럽의 교과서에서 진짜 코뿔소 대신 실려 행세를 했다. 실물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까르띠에의 코뿔소도 마치 뒤러의 그것처럼 실제보다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는 이를 매혹한다.

전체를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다듬은 산호와 오닉스 소재의 앵무새 깃털을 비롯해, 잉어의 입천장은 화이트 골드와 핑크 골드를 번갈아 써 줄무늬를 냈다. 악어의 턱은 실제로 열린다. 이 마감의 대부분은 반지를 낀 사람이 보고 느낄수 있는, 은밀한 특권이다.

◇사실성과 추상성의 결합… 고유한 상징적 힘의 상태를 반영하다

까르띠에의 피스들은 착용자의 피부 위에서 생명력을 얻어, 생동감 넘치는 감각적 존재로 살아난다. 악어와 호랑이 브레이슬릿과 네크리스의 경우는 사실성과 추상성의 미학적 결합이다. 머리는 실제 해부학에 최대한 가깝게, 몸통은 유연함을 위해 추상적이고 그래픽적인 형태를 가져간다. 전혀 다른 접근 같지만, 두 방향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동물이 지닌 생명력을 되살리는 것이다. 까르띠에의 이미지, 스타일 및 헤리티지 디렉터 피에르 레네로(Pierre Rainero)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까르띠에의 동물 세계는 고유한 개성으로 차별화됩니다. 우선 종의 선택에서 그렇습니다. 커다란 고양잇과 동물, 파충류, 사바나의 동물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자연주의와 극도로 양식화된 표현 사이를 오가는 창조적 해석에서도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까르띠에는 디자인과 소재, 구현 방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동물에 대한 인식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형태를 탐구하는 특별한 가능성을 열어갑니다. 각각의 생명체와 크리에이션은 저마다 고유한 상징적 힘의 상태를 반영합니다. 이를 통해 주얼리는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기회가 됩니다.”

악어 모양의 까르띠에 파우나 앤 플로라(동물 및 식물) 네크리스.

‘악어 브레이슬릿과 네크리스’에서 악어 헤드 잠금장치는 화이트, 그린, 블랙의 색감을 한층 더 발전시킨다. 브레이슬릿의 뒷부분을 물고 있는 동물의 입안에 완전히 통합된 이 독창적인 개폐 시스템은 매우 특별한 개발 과정을 거쳤다. 조각 작품과 같은 악어 헤드는 다이아몬드의 이상적인 조합으로 표현한 비늘로 덮여 있으며, 여기서 보이는 기하학적 형태는 악어의 돌기를 표현하는 메종의 미학적 코드인 오닉스 스터드와 조화를 이룬다. 인버티드 세팅한 다이아몬드가 하나의 물결처럼 이어지고, 오닉스가 리듬을 더한다. 이러한 생동감은 크리소프레이즈와 루벨라이트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커프를 통해 한층 강조된다.

호랑이 모양의 까르띠에 파우나 앤 플로라(동물 및 식물) 브레이슬릿.

‘호랑이 브레이슬릿과 네크리스’에서 호랑이 헤드 잠금장치는 블루 컬러 계열을 선택했다. 줄무늬에는 듀모티어라이트 쿼츠를, 머리와 몸체에는 사파이어 파베를, 눈에는 아쿠아마린을 적용한 것이다. 까르띠에는 갈루차 파베 다이아몬드의 그래픽적인 구성을 강조한 조각적인 헤드를 완성했다. 특별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개폐 시스템은 전체 구조에 정교하게 통합되어, 브레이슬릿의 유려한 라인이 끊임 없이 이어지도록 했다.

팬더 드 까르띠에 브레이슬릿. 옐로우 골드, 오닉스, 블랙 래커, 차보라이트 가넷.

◇순백으로 빛났다가, 검은 부조로 매혹하는 팬더의 변신

좋은 주얼리는 자연을 흉내 내지 않는다. 자연을 다시 상상하게 만든다. 순백의 다이아몬드로 더욱 순결하면서도 화려해보이는 ‘녹터나(Nocturna)’ 세트가 바로 그렇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까르띠에의 상징적인 디자인, 팬더 떼뜨-아-떼뜨(tête-à-tête) 브레이슬릿은 전체를 파베 세팅하고 기하학적인 다이아몬드 스팟을 더한 순백의 코트를 입었다.

녹터나 사부아-페어 이미지. ©Cartier ©Emmanuel Lafay
팬더 녹터나 사부아-페어 이미지. ©Cartier ©Emmanuel Lafay

이 새로운 프레셔스 버전은 서로 다른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갈루차 효과 파베와 캐비어 파베의 교차를 토대로, 파베 세팅 영역과 화이트 골드 구조 사이에서 빛의 유희를 증폭시킨다. 스노우 팬더는 메종의 오랜 동물 표현의 노하우를 계승한 위대한 전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동물의 털을 연상시키는 퍼 세팅이 감싼 두 개의 에메랄드 눈을 보면 그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팬더 메달리온 워치. 옐로우 골드, 다이아몬드, 오닉스, 블랙 래커, 차보라이트 가넷, 가죽, 쿼츠 무브먼트. ©Cartier ©Paola Dossi

‘펜더 메달리온 워치’는 팬더의 존재감이 마치 시공간마저 초월한 듯한 존재감으로 부각된다. 스위스 라쇼드퐁에 위치한 까르띠에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Maison des Métiers d’Art)는 에나멜이나 상감 세공 등 희귀한 공예 기술 연구에 전념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제작한 이 메달리온 형태의 주얼리 워치는 얼굴을 부조로 표현하는 전통적인 카메오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세 가지 전문 분야가 긴밀히 호흡을 맞춰 이 워치의 미학을 완성했다.

팬더 메달리온 워치 사부아-페어 이미지. ©Cartier ©Camille Salvan
팬더 메달리온 워치 사부아-페어 이미지. ©Cartier ©Camille Salvan

디자이너는 매혹적인 팬더가 시간의 수호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도록 그래픽적이고 뚜렷한 조각을 구상한다. 세팅 장인의 모든 손길은 이 진정한 워치메이킹 포트레이트의 광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금속의 존재를 최소화해 스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코와 다이얼에는 오닉스를, 눈에는 차보라이트 가넷을, 케이스의 네 개 러그와 베젤에는 다이아몬드 세팅을 적용했다. 마지막으로 래커 장인의 전문성이 메종의 빈티지 피스에서 영감을 받아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팬더 스팟을 숭고한 아름다움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팬더 드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이어링. 핑크 골드, 옵시디언, 에메랄드, 오닉스, 다이아몬드.

◇팬더, 야생을 넘어 자기 세계를 거느릴 수 있는 진화의 상징

팬더는 이 야생을 호령할 수 있는 영물이자, 100년 넘게 까르띠에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건 단지 팔기 위한 제품에만 초점을 맞춰 탄생한 컬렉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예술가들과 작가, 디자이너들이 너도 나도 빠져들며 찬사를 건넸던 존재이자 영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수 출신이자 현대 추상조각의 거장 브랑쿠시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현대 동물 조각의 선구자 프랑수와 퐁퐁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팬더(표범)를 구현해 내길 원했다.

팬더 드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핑크 골드, 옵시디언, 오닉스, 에메랄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어몬드 세팅.

당대의 시대정신이자 가장 진보적인 트렌드의 ‘분위기’를 통해 점차 구축된 컬렉션인 셈이다. 현재 까르띠에 팬더의 모티브가 된 1914년 전시 초대장 그림에선 진주 목걸이를 늘어뜨린 여인의 발치에 검은 표범이 누워 있다. 예술과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던 ‘벨에포크’의 마지막을 지날 즈음, 전 세계 문화계 ‘황금 시대’를 주름잡은 모티브가 바로 표범(팬더)이자, 진취적인 여성상의 또 다른 언어였다는 점이 일반적인 동물과는 다른 접근이다.

당시 사교계의 뮤즈이자 1933년 까르띠에 하이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쟌느 투상은 ‘라 팡테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등 전기(傳記)적 서사까지 지니고 있다. 그녀가 1948년 윈저 공작 부인을 위해 탄생시킨 3차원 팬더 브로치는 전 세계를 놀래키며 여전히 역사적인 작품으로 추앙받는다.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쟌느 투상. ©The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특히 쟌느 투상의 지위는 팬더에 ‘진화’의 아이콘을 입힌 결정적인 역할도 한다. 미 CNN은 “투상의 지휘 아래 팬더의 기존 함의가 전후(戰後) 여성들이 점차 권리를 획득하고 노동시장에서 자기주장을 하며 엄격한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던 시대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전이됐다”고 분석했다 포트폴리오 매거진은 “투상의 ‘라 팡테르’라는 별명이 프랑스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없던(1945년 이전) 시절 까르띠에 안에서 권위를 관철하며 얻게 된 칭호”라면서 “팬더(표범)는 힘과 두려움 없는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동물이 100년 넘게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건 보석을 넘어 우리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하며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일종의 ‘인격’을 부여받았고, 덕분에 팬더는 자연계의 알려진 경이들뿐 아니라 키메라와 상상의 생명체까지 포함하는 야생의 동물군을 ‘주재’하는 등 자기 세계를 거느릴 수 있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중세 동물 우화 ‘피지올로구스’에서 팬더를 모든 동물이 추종하듯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팬더는 포효하고 힘으로 누르며 야생성을 드러내는 포식자가 아니다. 자신의 매력과 향기로 상대를 매혹하는 존재다. 지금 까르띠에의 ‘인 투 더 와일드’가 보여주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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