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달리니 끊긴 길, 차는 멈췄다…수색팀 “걸어서라도 갑니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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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겨버린 도로를 우회해 30여분 동안 자갈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던 차들이 31일 오전 10시30분께(현지시각), 네팔 라수와 지역의 산비탈 위에 갑자기 멈춰 섰다. 네팔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우리 국민을 찾기 위한 '육로 수색'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한국인 연락이 끊긴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남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비두르 마을 트리슐리 군부대에서는 실종자 수색과 사망자 수습을 위해 네팔군 헬기들이 쉴 새 없이 이착륙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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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9명’ 찾으러 가는 길부터 험난
도로 파손·2차 홍수 우려 등 위험 요소
네팔 정부 통제로 헬기 수색도 제약


“길은 앞으로 더 험해지고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정부합동 신속대응팀 조현문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장)
끊겨버린 도로를 우회해 30여분 동안 자갈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던 차들이 31일 오전 10시30분께(현지시각), 네팔 라수와 지역의 산비탈 위에 갑자기 멈춰 섰다. 네팔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우리 국민을 찾기 위한 ‘육로 수색’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정부합동 신속대응팀과 그 뒤를 따르던 취재진이 하나둘 차에서 내려 바위와 진흙 웅덩이로 가득한 길을 살폈다. 조현문 본부장은 “우리는 수색 현장으로 갈 루트를 찾기 위해 계속 갈 수밖에 없지만 취재진은 안전이 걱정되는 만큼 철수하길 요청드린다”며 “험난한 과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최대한 람체를 목표로 가겠다”고 했다. 첩첩이 늘어선 고산 언저리에 짙고 낮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조 본부장을 비롯한 신속대응팀 대원 9명은 이날 오전 네팔 카트만두를 떠나 람체 지역으로 향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육로수색팀’이다. 이들은 연락이 두절된 두산에너빌리티·한국남동발전 직원 9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지역(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약 1.8㎞ 떨어진 람체 북부 지역에 숙영지를 꾸리고 직접 현장을 돌거나 드론을 띄워 수색 작업을 벌인다. 네팔 정부 통제로 운용이 제한적인 헬기 수색을 대신해, 비교적 통제가 덜한 ‘땅’에서 연락이 끊긴 한국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도로 파손과 추가 홍수 우려 등 수색을 방해하는 위험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날도 람체를 향해 출발한 지 1시간30여분 만에 도로가 끊겨, 육로수색팀은 수십분을 논의한 끝에 우회로를 찾았다. 그마저 바위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사고 지점 또한 깊은 산악지대라 통신이 원활하지 않고 수시로 기상 상태가 변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목표 지점까지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면) 걸어서라도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인 연락이 끊긴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남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비두르 마을 트리슐리 군부대에서는 실종자 수색과 사망자 수습을 위해 네팔군 헬기들이 쉴 새 없이 이착륙을 반복했다. 부대 앞으로 몰려든 실종자 가족들은 빠른 수색과 구조를 기원하며 벽면에 붙은 실종·사망자 명단을 번갈아 되짚었다. 땀을 흘리며 명단을 보던 파상 푸르세르바(45)는 “10살 어린 동생의 연락이 끊어졌다. 벌벌 떨면서 사망자 명단을 봤는데 거기에는 아직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종자 접수를 담당하는 경찰은 두꺼운 명부를 가리키며 “저 두꺼운 종이 뭉치가 보이나. 어제까지 접수된 네팔인 실종자다”라고 탄식했다. 순서대로 숫자를 매긴 명단의 마지막 실종자 옆에는 ‘2474’가 적혀 있었다.
재난 발생 6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악천후 등으로 구조 작업은 쉽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 구조대 개입을 꺼렸던 네팔 정부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네팔 정부는 이날 한국 쪽 수색용 헬기 이륙을 두차례 허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확보한 헬기는 오전 11시5분,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헬기는 오후 2시8분 이륙해 한국인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을 수색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과 통화해 우리 국민 수색과 구조에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네팔이 우리 쪽에 수색·구조 인력과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며 “네팔 쪽 요청을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현장에서 구조한 직원 가운데 9명이 오늘 오후 귀국했다”며 “이들은 귀국 직후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현장소장은 수색 지원을 위해 현지에 남았다.
카트만두/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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