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진동하는 죽음의 냄새… 조각난 시신들로 '거대한 영안실' 됐다 [네팔 대홍수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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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죽음의 냄새는 점차 또렷해졌다.
더구나 치트완 지역은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라 시신의 부패 속도가 빠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보고 가족인 듯한 사람이 있으면 직접 확인하게 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여 시신을 찾았을 경우 같은 사람인지 대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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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쌓여 안치실은 포화 상태
아열대 기후에 부패 심하자 매장
시신뿐 아니라 쓰레기도 밀려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죽음의 냄새는 점차 또렷해졌다. 코끝이 바늘로 찌르는 듯 따가웠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신이 썩는 냄새, 시취(屍臭)라고 했다. 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팔던 상인들이 이미 여러 번 경고했던 터였다. "마스크 한 장으로는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네팔 대홍수 엿새째인 31일(현지시간) 한국일보가 찾아간 치트완 지역 바라트푸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영안실이나 다름없었다. 어디를 가든 시취가 진동했다.
바라트푸르는 대홍수가 발생한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남서쪽으로 무려 20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도 카트만두에서도 차로 6시간이나 걸린다. 홍수 피해와 무관한 이곳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시신이 쌓이고 있다. 유속이 느려지는 평야지대인 탓이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에 따르면 29일까지 수습된 시신 675구 중 259구가 치트완 지역에서 발견됐다.
강물 위로 떠오르거나 강변에 닿은 시신은 바라트푸르병원으로 옮겨진다. 관계자 도움을 받아 병원 내부 시신 부검소에 직접 들어가 보니, 참담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미처 정돈되지 않은 시신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나마도 온전한 형체는 거의 없었다. 작업대에선 전신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물을 뿌리며 조각난 다리 부위를 닦고 있었다. 부패한 다리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작업이 끝나자 직원들이 냉동고에서 다른 시신을 꺼냈다. 신발까지 신은 다리 한쪽이었다.

시신이 계속 밀려들면서 바라트푸르병원 안치실은 이미 포화 상태다. 병원 인근 무역센터 건물과 교도소에 임시 안치실을 마련하고, 얼음을 가득 채운 가방에 시신을 넣어 보관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치트완 지역은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라 시신의 부패 속도가 빠르다. 결국 네팔 당국은 위생 문제를 우려해 시신을 긴급 매장하기로 결정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유전자(DNA) 시료를 채취한 뒤 고유 코드를 부여해 땅에 묻는다. 시신 발목마다 고유 코드가 적힌 하얀색 띠가 둘러져 있다. 다른 시신들과 구별하기 위한 임시 조치다. 병원 관리인 아제 슈비디는 "지금까지 203구를 묻었고 현재 병원에 80구가 남아 있다"며 "가족들이 찾아간 건 12구뿐"이라고 전했다.
바라트푸르병원 의사인 어르비 사케는 엿새 동안 시신 200구가량을 처리했다. 하루에 채취한 DNA 시료가 50, 60명에 달한다. 그는 "완전히 깨끗하게 오는 시신이 하나도 없다"며 "팔이나 다리만 있는 경우에도 돌에 부딪힌 흔적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물에 휩쓸렸을 때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읊조렸다.

바라트푸르에서 시신이 많이 발견된다는 소식을 듣고 실종자 가족들도 몰려들었다. 무역센터 건물에 마련된 실종자센터에선 70여 명이 숨죽인 채 벽에 걸린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강에서 수습된 시신 사진이 화면에 나왔다. 사진이 10초 간격으로 바뀌었지만, 20분이 넘도록 겹치는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가족을 잃은 시신이 많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보고 가족인 듯한 사람이 있으면 직접 확인하게 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르즈만 브라토기(29)가 이곳에 머문 것도 어느새 나흘째다. 그는 "삼촌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롤파라는 곳에서 차로 꼬박 이틀을 달려 왔다"며 "아직 삼촌으로 보이는 시신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뼛조각, 살점 하나라도 찾기를 바라며 애타게 기다리지만, 가족에게 인계되는 시신은 손에 꼽는다.

무역센터 옆에선 군경이 접수대에 앉아 실종자의 정보를 받아적고 있었다. 혹여 시신을 찾았을 경우 같은 사람인지 대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뽀르까스 조드리(32)도 남동생의 인상착의를 경찰에 설명했다. 그는 "막상 동생에 대해 설명하려니 아는 게 많지 않고 동생을 식별할 만한 특징도 잘 생각나지 않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걸 그랬다"고 울먹였다.

안치실에서 나온 시신은 병원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밀림에 묻힌다. 밀림 입구에서 500m 정도 들어가자 나무 사이로 20여 개 봉우리가 보였다. 최근에 흙을 덮은 흔적이 역력했다. 바로 옆에는 2m 깊이로 땅을 판 고랑이 1㎞가량 이어져 있었다. 나중에 시신을 가져와 묻을 '묫자리'였다. 군인들은 "안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500m쯤 더 걸어가자 화분 같은 데 팻말이 꽂혀 있었다. 현장을 통제하던 군 관계자는 "어떤 시신을 어디에 묻었는지 구분하기 위해 표지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때 수레를 끌고 가는 한 남성을 만났다. 땅에 묻힌 시신을 찾아내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화장을 못할 줄 알았는데 겨우 찾았다"며 무거운 숨을 내쉬더니 다시 터덕터덕 걸음을 옮겼다.

이제 강에서 수습되는 시신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체 모를 쓰레기는 끝없이 밀려오고 있다. 강변에는 나무와 플라스틱 병, 슬리퍼, 장화, 가스통 등이 쌓여 쓰레기 언덕이 생겼다. 인근 주민들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 나무를 가져갔다. 죽음의 악취가 채 가시지 않은 그곳에서, 그렇게 누군가는 오늘을 살아낼 온기를 지피고 있었다.
치트완(네팔)=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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