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재난…‘각국도생’ 체계 한계 드러내
중·네팔 정보 공유 ‘엇박자’ 속
인도 등으로 피해 영향권 확대
“초국적 공조 없인 예방 어려워”

지난 26일 오전 8시32분(현지시간) 히말라야산맥에서 내려온 거대한 흙탕물과 토사가 중국·네팔 국경 검문소를 덮쳐 지워버리는 장면은 국경 없는 대형 재난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번 홍수는 원인도, 책임도, 대응도 한 국가 내에서 규명·해결할 수 없다는 현대판 재난의 공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대규모 재난일수록, 국가와 국경을 넘어선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경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재난 대응 체계는 이번 대홍수에서 그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30일 로이터통신은 지난 5월 네팔과 중국의 재난 당국자들이 만나 홍수·산사태 등 히말라야산맥의 빙하 관련 재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네팔은 중국에 정보 제공 등 광범위한 협력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네팔 측은 중국에 붕괴가 임박한 빙하 정보와 빙하호 수위 등 위험 정보를 요청했으나 중국으로부터 정보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했다. 중국이 시짱(티베트) 자치구 지역의 폭우 등에 관한 정보는 제공하지만 눈사태나 호수 범람 등 이례적 사건에 대해서는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취지다. 중국은 히말라야산맥의 모든 위험 요소를 관측·감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제공 가능한 정보는 적시에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양국의 공방은 국경을 넘어 벌어지는 대형 재난의 예방과 경고, 대응과 수습에 국가 간 협력과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참사처럼 빙하 붕괴, 눈사태, 대홍수가 몇분 내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 재난에서는 예방과 조기 경보, 후속 대응의 다국적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팔 국가재난위험복구관리청의 다람 라지 우프레티 청장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주어진 피난 유예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며 “국경을 넘어선 데이터 제공 절차의 부재, 국가 간 기상·기후 데이터 공유의 한계로 고산지대에 기상 관측소를 갖추지 못했다. 네팔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재난 피해는 네팔·티베트에 집중돼 있지만 그 영향은 이곳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신이 100㎞ 이상 떠내려가 인도에 닿았다는 사실은 재난의 위험까지 더 멀리 확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네팔 대홍수 발발 직후 트리슐리강 하류의 인도 비하르주에서 약 5000명이 대피했다. 네팔 보테코시강·트리슐리강, 인도 갠지스강에서 이어지는 파드마강이 흐르는 방글라데시도 영향권에 있다. 방글라데시 언론인 잔나툴 나임 피알은 일간 데일리스타 칼럼에서 “네팔 대홍수는 방글라데시가 히말라야강 체계와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빙하 잠식을 수자원 측면에서 접근하면 영향권은 더 넓어진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 홈페이지를 보면 히말라야산맥에 쌓인 눈과 얼음은 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부탄·중국·인도·미얀마·네팔·파키스탄 등 8개국에 걸친 하천으로 이어지며 아시아 인구 20억명에게 식수와 농업용수, 전력 자원을 공급한다. ICIMOD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심각한 속도로 사라지는 결과는 물 부족, 농업 생산성 감소, 재난 위험 증가 등 광범위한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재난 대응의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프레티 청장은 “높은 고도에 기상 관측소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매우 어렵다”며 “기후 정보에 대한 국경을 철폐하지 않는 한, 외딴 산악 지대에서 시작되는 재앙을 예측하기는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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