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폭탄비에 쑥대밭…“35년 만에 이런 수마 처음”

광주일보 2026. 8. 3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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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찾은 영광군 백수읍 대전리 골목 곳곳에는 거센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형문(65)씨는 "새벽에 입간판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주민 전화를 받고 일어나보니 이미 가게 안까지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며 "창고에 보관해둔 말린 고추도 물에 떠내려가고 소금 포대는 비를 맞아 녹아버렸다. 배달용 경차도 침수돼 수리를 맡겼다. 당장 오늘 장사를 공치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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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잠긴 영광 백수읍 수해 현장 가보니
주택·상가·농경지 곳곳 침수…주민들 진흙 걷어내며 복구 온힘
농작물·가축·농기계까지 피해 속출…“올해 농사 사실상 망쳤다”
31일 영광군 백수읍 대전리의 축산 농가에서 영광 축협 직원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31일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 평산마을에서 조창대씨가 노랗게 변한 대파 밭을 가리키고 있다.
31일 영광군 백수읍 지산리에서 김영상씨가 물에 잠긴 논의 물을 빼내고 있다.
31일 영광군 백수읍 대전리의 농기계 공업사에서 최병완씨가 경운기와 부품 곳곳에 고압 호스를 쏘며 진흙과 지푸라기를 씻어내고 있다.
31일 오후 찾은 영광군 백수읍 대전리 골목 곳곳에는 거센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주택과 상가들은 하나같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보일러와 선풍기를 가동하며 물에 젖은 장판과 벽을 말리고 있었다. 집 안에 밴 퀴퀴한 진흙 냄새는 거리 곳곳으로 퍼져나왔고, 물에 젖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가재도구와 집기류는 포대에 담겨 쉴 새 없이 골목으로 실려 나왔다.

주민들은 장화와 고무장갑을 낀 채 집 안팎에 들러붙은 진흙을 걷어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성인 남성의 허리께까지 남은 벽면의 진흙 자국과 문틈 등 구석구석에 물을 뿌리며 오물을 씻어내는 손길이 분주했다.

이날 새벽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광주지방기상청이 집계한 영광지역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낙월도 344㎜, 안마도 162.8㎜, 영광군 114.9㎜, 염산 64㎜ 등이었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낙월도의 경우 107.5㎜에 달했으며, 안마도 86.3㎜, 영광군 50.3㎜, 염산 24.0㎜ 등 장대비가 쏟아졌다.

영광에는 지난 30일부터 최대 강수량 500㎜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30~31일 누적 강수량은 낙월도 524.5㎜, 안마도 237.2㎜, 영광군 190.5㎜, 염산 128.5㎜다.

주민들은 밤새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류희벽(54)씨는 “고향으로 돌아와 산 지 10여년 됐는데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건 처음”이라며 “밤새 비가 무섭게 쏟아지더니 마을 외곽부터 물이 차기 시작해 오전에 가장 심각했다. 동네 중앙도로도 모두 잠겼고 차량 침수도 많았다”고 했다.

식당들도 영업을 중단한 채 복구에 매달렸다. 젖은 의자와 식탁을 꺼내 닦아 말리고, 물에 잠긴 식재료 가운데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려냈다. 상인들은 흙탕물이 들어찬 바닥을 걸레와 솔로 거듭 닦아내며 진땀을 뺐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형문(65)씨는 “새벽에 입간판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주민 전화를 받고 일어나보니 이미 가게 안까지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며 “창고에 보관해둔 말린 고추도 물에 떠내려가고 소금 포대는 비를 맞아 녹아버렸다. 배달용 경차도 침수돼 수리를 맡겼다. 당장 오늘 장사를 공치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농경지와 축사도 온통 빗물과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농민들은 수확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폭염, 가뭄에 이어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한해 농사를 망칠 지 모른다는 마음에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농민들은 물이 빠진 논밭에서 배수로를 정비하고 고인 물을 빼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 우렁이 양식장은 빗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양식장 물이 흙탕물로 변했고, 우렁이들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바구니를 들고 우렁이를 건져 올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축사도 엉망진창이 됐다. 축협 직원들은 축사에 밀려든 토사를 삽과 장비로 퍼내고, 축사 안팎으로 호스를 끌고 다니며 바닥을 씻어내는 한편 소독약을 뿌리는 등 방역 작업까지 하고 있었다. 축사가 물에 잠기면 가축들의 전염병 감염 우려까지 커지는 탓에 농민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백수읍 하사리 평산마을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조창대(76)씨는 “비가 많이 온 뒤 폭염이 닥치면 땅속이 찜통처럼 달아올라 뿌리가 죽는다. 지난주 내린 비로 이미 대파 대부분이 죽었고, 남은 것들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대파 농사를 짓는데 근심이 크다. 올해 농사는 사실상 그르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백수읍 지산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영상(71)씨도 “수확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비가 많이 와 낭패를 봤다. 키가 큰 벼는 그나마 괜찮지만 작은 벼는 물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지면 머리가 하얗게 변해 죽는다”며 “키가 큰 벼도 이삭까지 완전히 물에 잠겼다가 빠진 만큼 수확량이 예년보다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했다.

농기계 공업사에서는 침수된 장비를 살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운기와 부품 곳곳에 고압 호스를 쏘며 진흙과 지푸라기를 씻어냈다. 연신 물을 뿌려대도 기계 틈새에서는 흙탕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백수읍에서 35년째 공업사를 운영하는 최병완(69)씨는 “모터를 전부 뜯어내 기름칠을 다시 하고 조립해야 한다. 기계는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수리비가 수백만원부터 시작해 걱정이 크다”며 “35년 동안 공업사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건 처음이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이날 전남지역에서 접수된 호우 피해 신고 65건 가운데 60건이 영광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수읍에서는 집중호우로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는 피해가 잇따랐다. 영광군 법성면 성산아파트 인근과 무령리 등에서는 옹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영광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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