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달 사이’ 뉴스페이스 시대…정부 역할은 고위험 기술 개발[이창진의 우주로 읽는 과학]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2026. 8. 31. 20: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확장하는 ‘우주경제’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우주경제
2035년엔 2480조 규모로 클 듯
‘시스루나’ 공간으로 영역도 확장
‘아르테미스 계획’ 단순 참여 넘어
예산 지원 통해 실질적 협력 하고
차세대 발사체 생산 안정도 필요
시스루나·달까지 독자 접근할
미래 우주수송 기술도 마련해야

2022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정부는 우주산업을 국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2045년 우주경제 글로벌 강국 실현’을 장기 비전으로 제시하고 2023년 기준 1% 미만인 세계 우주시장에서 한국 비중을 2045년까지 10%로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했다.

전통적 분류에 의하면 우주산업의 가치사슬은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된다. 업스트림은 발사체와 위성 그리고 지상 시스템의 제작과 발사 등 우주활동의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의 영역이다.

다운스트림은 위성의 운용과 우주에서 획득한 다양한 종류의 정보와 가치를 지상으로 서비스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우주활동의 상업화와 민간 참여가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우주산업보다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폭넓게 포괄하는 ‘우주경제’(space economy)라는 개념이 확산됐다.

우주경제의 확산과 함께 우주개발의 공간적 범위도 지구 저궤도(LEO) 중심에서 점차 지구 궤도 너머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위성의 수리와 수명 연장, 재급유, 궤도상 물류와 우주 제조 등 새로운 경제활동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궤도경제’(orbital economy)’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향후 10년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우주경제의 주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반영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우주경제가 2035년 약 1조8000억달러(약 24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지구 궤도에서 축적되고 있는 다양한 우주기술이 향후 지구와 달 사이 영역인 ‘시스루나’(cislunar) 공간으로 확장되고, 나아가 달을 포함해 심우주 탐사의 지속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궤도와 표면에서 탐사 기반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화성 등 심우주로 진출 범위를 확장하려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선진국의 우주정책과 전략들은 시스루나 및 달 영역에 대한 전략적·경제적인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향후 달 탐사와 심우주 활동은 물론 시스루나 영역에서 우주개발 역량을 확장하지 못한다면 ‘우주경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는 향후 달과 시스루나 공간으로 확대될 우주경제 형성에 한국이 초기 단계부터 함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대한 참여 전략뿐 아니라 장기간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예산과 정책적 기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국제협력은 참여국과 기관이 보유한 기술적·재정적 역량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기여 분야를 정하고, 이를 공동의 달 탐사 체계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참여와 실질적인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의 상업적 우주활동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발사체를 포함한 업스트림 분야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수요·조달로 이뤄진 발사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발사체와 국가 위성은 안보, 전략적 자율성, 공공 임무 수행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정부는 중요한 수요자이며 동시에 독립적인 우주 접근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산업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완전한 시장경제가 우주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주경제의 발전은 대내적으로는 민간 주도의 우주기술 산업화와 서비스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혜택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대외적으로는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과 화성 등으로 확대되는 미래 우주활동을 보장하고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이 ‘모든 우주개발을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법적·제도적·재정적 지원에 한정하는 것’으로 정부 역할을 단순화하는 것이라는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역할 확대가 곧 정부 역할의 축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 형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 대통령에게 보고한 우주항공청의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에는 “우리 위성은 우리 발사체로”라는 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이는 누리호를 포함한 국내 발사체의 초기 발사 수요를 보장해 국내 발사체 산업 기반을 육성한다는 전략적 공공 조달 정책이다.

세계 발사 시장은 자국 정부나 내부의 발사 수요를 독점적으로 보장해주는 ‘폐쇄형 시장’(캡티브 마켓) 비율이 상당히 높다. 즉, 뉴스페이스 시대와 함께 세계의 발사 수요 자체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분이 모두 공개경쟁이 가능한 상업 발사 시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특성은 우주경제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이 발사체 개발과 산업 육성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누리호에 대한 이러한 보호 육성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누리호 제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생산 기술 고도화를 달성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은 발사 비용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차세대 발사체로 연결되는 생산 기반 안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에서도 독자적인 우주 접근 능력의 확보와 고도화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라는 뜻이다.

한편 위성 분야에서는 기업의 관심이 단순히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에서 ‘개발된 기술과 위성을 활용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로 확대되고 있다. 민간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선진국들에서는 차세대 위성 플랫폼, 온보드 인공지능(AI), 자율 운용 위성, 위성 간 통신, 고성능 군집위성 기술 등 고위험·선도 우주기술의 R&D와 우주 실증에 여전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위성의 대량생산과 비용 절감을 위한 상용기성품(COTS) 기반 부품의 선정과 우주 인증을 포함한 공급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우주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개발된 위성 시스템 및 본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왔다. 그러나 산업체의 위성 제작 능력 못지않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세대 위성 플랫폼의 개발과 관련 핵심 기술의 고도화도 매우 시급한 일이다.

다행히 500㎏급 표준형 위성 플랫폼을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은 산업체에 대한 플랫폼과 기술이전으로 민간의 위성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표준 플랫폼은 동일한 플랫폼을 다양한 임무에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비용과 기간을 줄여 국내는 물론 수출시장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극대화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이 마무리되는 5호 발사 이후에도 후속 수요를 발굴하고, 다양한 임무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 성능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개발해 산업체에 이전한 위성 플랫폼이 일회성 국가 개발사업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반복 생산과 수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우주경제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언급하였듯이, 향후 우주경제의 활동 영역은 지구 저궤도를 넘어 지구와 달 사이의 시스루나 공간으로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 우주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만 머무르지 말고 시스루나 영역에서 우주활동을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한편, 관련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시스루나 경제는 단순히 발사체와 위성 기술뿐 아니라 궤도 간 수송, 달 착륙, 통신 및 항법, 우주 물류, 에너지 공급, 현지 자원 활용 등 다양한 우주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면, 우주경제의 발전은 고성능 발사체의 개발이나 민간 주도 우주산업으로의 전환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도 정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핵심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또 미래 우주수송 기술 확보를 통해 지구 저궤도를 넘어 시스루나와 달 영역까지 독자적으로 접근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개발 비용은 미래 우주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인 초기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발사체와 같은 전략적 우주 수송 체계는 독자적 우주 접근 능력과 국가 안보, 미래 우주활동 등 다양한 편익과 연결된 핵심적인 우주 인프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 우주산업의 경제적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만 우주경제를 바라보는 것은 그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우주경제 발전의 핵심은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통해 국가의 우주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그 성과를 산업과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해 사회 전반의 가치와 편익으로 확산시키는 데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 이창진

195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UIUC)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3년 정년 퇴임한 뒤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으로 근무하며 KSLV-Ⅱ 한국형 우주발사체(누리호) 및 천리안 2호 정지궤도위성 개발 청사진을 마련했고, 한국형 달 탐사 연구와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차세대 소형위성 개발 연구 등 국가 우주개발 사업의 기획을 주도했다. 현재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