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르포] 참사 엿새째 복구 분주…"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죠"

정윤주 2026. 8.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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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와 실종자는 이날 오전 기준 집계상 5천명을 넘었고, 실제로는 1만명이 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거대한 흙탕물이 순식간에 집도, 차도, 사람도, 모든 것을 쓸고 가면서 절망에 빠졌던 네팔인들.

아디가리씨는 홍수가 발생한 당일에 대해 "원래 강이 종종 범람해서 모두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다리가 토사에 쓸려 끊기는 걸 보고 다 같이 군사기지 쪽으로 도망갔다"며 "지진이 오는 것처럼 크게 흔들리고 '우르르 쾅쾅'하며 강물 내려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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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단위로 스스로 복구하다 구조대·봉사단체 등 도움이 닿기 시작
식당은 집 잃은 이들에게 무료 음식 제공·학교 가건물도 마련 중

(비두르[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네팔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엿새째인 31일(현지시간).

사망자와 실종자는 이날 오전 기준 집계상 5천명을 넘었고, 실제로는 1만명이 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거대한 흙탕물이 순식간에 집도, 차도, 사람도, 모든 것을 쓸고 가면서 절망에 빠졌던 네팔인들.

대홍수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수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을 단위로 자체 복구 작업이 분주하고, 다른 지역에서 온 구조대와 봉사단체 등 도움도 닿기 시작했다.

이날 정오께 기자가 도착한 누와코트 지구 비두르 지역에는 많은 사람이 붐볐다.

누와코트 비두르 지역은 홍수가 발생한 라수와 지역에서 약 70㎞ 떨어진 곳이다.

이곳 비두르 지역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강물이 밀려들면서 집을 비롯한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십시일반 힘을 합쳐 각종 쓰레기를 치우고, 옷가지와 이불을 빨아 널고,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복구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인근 상인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수마가 덮친 곳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에는 식당과 작은 가게 10여곳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비두르는 본래 누와코트 지구의 최대 상업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누와코트 지방행정청 등 관청과 병원 등 행정시설도 이곳에 몰려 있다.

현재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임시 거처 등으로 사용되는 트리슐리 군사 기지도 비두르 지역에 있다.

대홍수 현장 인근 상점에 삼삼오오 모인 네팔인들 (비두르[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네팔 군경과 구조대원들,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상점에서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점심시간에 맞춰 허기를 채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다만 재료 수급 등의 문제로 모든 식당이 음식을 파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 지역에는 제한적으로 전기가 공급되는 중이고, LPG 가스통(실린더)을 보유한 가게에서는 가스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식당에 들어가 보니 손님들로 붐볐고 주방도 볶음밥 등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식당 종업원 크리솔 아디가리(19)씨는 "그제까지는 음료수와 물만 팔았는데, 좀 정돈이 돼서 어제부터 요리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수가 나고 이튿날까지는 가게 문도 열지 않았지만, 장사를 해서 다시 힘을 내야 한다"며 "사고 현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장사를 시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디가리씨는 "중국, 인도 등에서도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식사를 팔아야 한다"며 "모든 걸 잃어 돈을 내지 못하는 손님에게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솔 아디가리(19) "모든 걸 잃은 이들에게 무료 음식 제공 중" (비두르[네팔]=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촬영

인근 가게에서 음료 등을 팔던 시다 다할(40)씨도 "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며 "먹고 살아야 해서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사로 많은 네팔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돈을 벌어야 그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이들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았다.

아디가리씨는 홍수가 발생한 당일에 대해 "원래 강이 종종 범람해서 모두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다리가 토사에 쓸려 끊기는 걸 보고 다 같이 군사기지 쪽으로 도망갔다"며 "지진이 오는 것처럼 크게 흔들리고 '우르르 쾅쾅'하며 강물 내려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다할씨도 "작은아들이 학교에 간다고 나간 지 얼마 안 돼서 경찰들이 차를 몰고 사고 현장으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며 "경찰 한 명이 '도망쳐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다들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다행히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내 지대가 높은 곳으로 대피해 아이 중 사망자나 실종자는 없었다고 다할씨는 전했다.

이번 홍수로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학교 측은 컨테이너 등을 이용해 임시 가건물을 세우고 다음 달 중 수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대홍수 속에 뼈대라도 남은 건물은 창문과 문이 사라진 채 토사 속에 잠겨 있었다. 천장이 폭삭 무너진 건물도 눈에 띄었다.

물이 빠지지 않은 진흙 길을 지나다 종아리까지 다리가 빠져 신발을 벗는 사람도 많았다.

봉사 단체들은 이날 현장을 둘러보고 지원 계획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소속 레날드 그리코비치 씨는 "어제 네팔에 도착해서 오늘 현장을 처음 둘러보는데 정말 끔찍(terrible)하다"며 "4천명 넘는 사람들이 실종됐다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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