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국채 수렁, ‘트럼프 쇼크’는 오는가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정의길 기자 2026. 8. 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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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이란 전쟁과 국채위기 수렁에 빠져 있다.

당시 미국은 일본과 유럽에 밀린 무역역조에다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하락에 시달렸다.

미국 국채위기는 1970년대 초 달러 위기와 다르지 않다.

이란과 국제핵협정을 맺었던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도 "이란에 진짜 타격을 주려면 중국 같은 국가를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단절시켜야 하는데, 이런 조처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에 국제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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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30일 노스캐롤라이나 애시빌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참석하려고 애시빌 공항에서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 회의에서 미국의 국채 되사기 및 대이란 제재의 협조를 요청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이란 전쟁과 국채위기 수렁에 빠져 있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의 늪에서의 달러 위기와 닮았다.

당시 미국은 일본과 유럽에 밀린 무역역조에다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하락에 시달렸다. 결국 1971년 8월15일,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금 1온스를 35달러에 바꿔주던 달러-금 태환을 전격 정지시켰다. ‘닉슨 쇼크’였다. 1973년 10월, 4차 중동전쟁이 불붙인 오일 쇼크는 그 위기의 절정을 찍었다.

미국은 이 위기를 페트로달러 체제와 산업구조 재편으로 돌파했다.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묶어두는 페트로달러 체제로 기축통화의 지위를 사수했고, 경쟁력을 잃은 굴뚝 제조업을 과감히 털어낸 자리에 컴퓨터 기반 첨단산업과 산업의 금융화를 채워넣었다.

그 전환과 혁신으로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고, 글로벌 단일시장 분업구조의 정점에 올라 전일적 패권을 누렸다. 중국 등 개도국은 값싼 노동과 제품을 대고, 한국 등 중견국은 거대한 자본과 설비가 들어가는 제조업을 떠안고, 미국은 금융과 첨단산업 설계라는 가장 달콤한 몫을 챙겼다. 애플과 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전형적이다. 이들은 시설 부담이 큰 반도체 제조 등은 한국과 대만에 떠넘기고, 설계와 운영만 틀어쥐어 수익을 극대화했다.

이 분업구조는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산업의 주도권까지 노리는 중국의 도전을 키웠고, 제조업 공동화로 밀려난 백인 중하류층의 분노를 응축시켰다. 그 분노가 도널드 트럼프를 호출했다. 그의 좌충우돌은 결국 미국을 이란 전쟁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무기 소진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 근본에는 산업경쟁력 침식이 있다. 제조업이 공동화된 미국은 대양을 항해할 선박 한척조차 만들지 못한다.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은 11척 가운데 겨우 4~5척만 가동한다. 이란의 값싼 드론과 미사일 앞에서 고가의 정밀유도무기 재고는 30~80%가 소진됐고, 다시 채우는 데는 6년이 걸린다. 고수익 정밀유도무기에 특화된 미국 방산업체들은 이란처럼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찍어낼 능력이 없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해 ‘경제추방작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달러 패권을 또 시험대에 올렸다. 지금 미국은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국채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어, 국채를 되사들이는 처지에 몰렸다. 연방정부의 곳간인 재무부일반계정(TGA)의 자금까지 끌어다 쓰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연방 세수의 20%, 연방예산의 15%가 국채 이자로 빠져나간다.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약 350억~38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국채위기는 1970년대 초 달러 위기와 다르지 않다. 무역역조가 깊어진데다 전비를 포함한 재정 지출이 과도하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증설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빅테크 기업들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국채 금리 상승을 재촉한다. 큰 시설 투자 없이도 고수익을 누리던 빅테크의 이점과 경쟁력이 증발한다. 인공지능 버블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미국 산업의 경쟁력은 변곡점 위에 서 있다.

대이란 제재의 성패는 결국 달러 패권력에 달렸다. 이란과 중국의 석유 거래, 여러 나라 사이의 비달러 교역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 은행들을 제재해야 한다. 미국이 이를 결행할 의지가 있는지, 능력이 있는지, 실효성이 있을지 모두 의심스럽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라는 반격도 견뎌내야 한다. 그럴수록 중국의 위안화 교역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서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금까지 무려 3만3천건의 제재를 쏟아부었다. 러시아는 건재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자국 통화 결제 등 비달러 교역은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 14년 동안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할 때마다, 중국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무역금융 물량이 위안화로 몰려들었다고 월가에 거시경제 리포트를 제공하는 경제분석가 루크 그로멘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지적했다. 이란과 국제핵협정을 맺었던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도 “이란에 진짜 타격을 주려면 중국 같은 국가를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단절시켜야 하는데, 이런 조처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에 국제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인정했다.

이란 전쟁은 미국 군사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앞으로 펼쳐질 경제전쟁은 국채위기 속에서 달러 균열을 더 깊게 낼 것이다. 1970년대 미국 지도부는 이런 위기를 넘어설 능력과 비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을 이끄는 것은 트럼프다. 닉슨 쇼크와 달리 트럼프 쇼크는 미국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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