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교과서 대신 ‘AI 지식나무’로 학습…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체계적 지원

항저우 =정다은 특파원 2026. 8. 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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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만 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속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질문을 입력하니 '반려동물 상태를 어떻게 파악하나'라는 문구가 뿌리에 나타났고, 각 가지에는 '건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건강 모니터링, 데이터 수집·저장 등 세부 과제가 뻗어나왔다.

저장대 내부에서도 다른 연구 전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창업을 위한 AI 학습에만 전념하는 전용 시설을 늘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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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원펑 모교 中 저장대 가보니]
미래학습센터 지난해 10월 완공
건물 통째로 미래 창업교육 투자
개인별 학습내용 AI로 구성 가능
3학년생이 40억 투자유치 성공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 쯔진강 캠퍼스 미래학습센터에서 5월 한 학생이 인공지능(AI) 지식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다은특파원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주인의 사생활은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 키만 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속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질문을 입력하니 ‘반려동물 상태를 어떻게 파악하나’라는 문구가 뿌리에 나타났고, 각 가지에는 ‘건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건강 모니터링, 데이터 수집·저장 등 세부 과제가 뻗어나왔다. 각 과제 옆에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이 제시됐다. 이는 저장대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돌아가는 ‘인공지능(AI) 지식나무’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중국 항저우 저장대 쯔진강 캠퍼스의 미래학습센터.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모교로 알려진 중국 3위권 대학인 저장대의 미래 학습 허브다. 지난해 10월 완공돼 최근 국내 언론 중 본지에 처음 공개됐다.

여기서는 정해진 교과서의 목차를 따라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AI가 이를 해결 가능한 단위로 분해해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3학년 학생은 1학년 때부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필요한 내용을 지식나무를 통해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한 결과 올해 4월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초소형 무선 기타를 만들어 2000만 위안(약 4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층에서는 바닥에서 열심히 제자리걸음하는 로봇 개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옆 화면에 띄워진 가상공간에서 장애물을 넘으며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저장대는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해 이들 로봇을 가상현실(VR)에 구현했다. 현실적으로 학생마다 로봇 한 대씩을 제공할 수 없는 만큼 가상공간에서 먼저 테스트해 적은 비용으로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지털트윈 등 산업 현장에서 쓰는 기술도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옆에서는 VR 안경을 쓴 학생이 AI로 구현된 아이작 뉴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서는 이공학부터 인문학까지 AI로 재현한 각 분야 전문가가 학생들과 영어로 지식을 나눈다. 학교 관계자는 “영어는 물론 각 분야의 지식까지 늘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4층 규모의 연구동인 미래학습센터는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창업의 각 단계에 맞춰 AI를 접목했다. 연구 흥미 분야를 찾는 1층부터 학습이 이뤄지는 2층, 학생들이 팀을 꾸려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3층, 화웨이 등 유수 기업들과 협력해 사업화에 도전하는 4층까지 올라가며 언제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저장대의 졸업생 창업률이 20%에 달하고 량원펑 외에 수많은 스타 창업자를 배출해 ‘중국판 스탠퍼드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장대는 항저우 외곽 신도시에 짓고 있는 량주 캠퍼스에도 또 다른 미래학습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 캠퍼스에 입주할 공학·생명과학 계열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저장대 내부에서도 다른 연구 전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창업을 위한 AI 학습에만 전념하는 전용 시설을 늘려가는 것이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바이하오 화학·생명공학대학 교수는 “딥시크 량원펑, 딥로보틱스 주추궈도 저장대 재학 당시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창업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며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창업 교육에 투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항저우 =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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