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55조원 자사주 폭탄.. 코스피 숨통 트이나

손유지 2026. 8. 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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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 속 기타법인 매수세 코스피 하단 방어
11월 자사주 매입 종료 뒤 수급 공백 우려 커져
실적·금리·수출 지표가 자사주 효과 지속성 좌우
[지데일리] 코스피가 거센 매도 압력에도 6800선을 지켜낸 배경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자사주 매입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시장에서 사들이는 자사주 규모만 55조원에 달하면서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지수 하단을 받치는 핵심 수급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 효과가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벌써 11월 이후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11월 21일까지 15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입한다. 취득 목적은 임직원 주식보상이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약 5329만주를 취득할 예정이며, 취득 예정 금액은 14조9999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한층 공격적이다. 지난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2407만주로,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조치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도 내놨다.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수급 구조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관련 매수 물량이 거래소 통계상 기타법인으로 잡히면서 기타법인이 새로운 주요 수급 주체로 떠올랐다.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기타법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순매수했고, 개인과 외국인, 기관은 두 종목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8월 31일 코스피는 장 초반 3% 이상 급락했지만 장 후반 반등에 성공하며 6820.02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이 모두 순매도했음에도 기타법인이 1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시장 하단을 지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낙폭을 줄이면서 지수 반등에도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삼전닉스 수급 방어’로 해석하고 있다. 두 반도체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개별 종목 주가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국면에서 일정한 매수 주체가 등장한다는 점은 지수의 급격한 하락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을 증시의 근본적인 체력 회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일정 기간 주식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지만 기업의 실적이나 산업 경쟁력을 직접 개선하는 정책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과 메모리 가격, 인공지능용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글로벌 설비투자 흐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외국인 수급은 중요한 변수다. 최근 두 종목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 물량이 이를 받아내고 있는 형국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매도가 줄어들고 기업 실적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자사주 매입만으로 매도 압력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렵다.

미국 금리와 환율도 부담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주요 고객사의 투자 계획이 조정된다면 국내 대표 반도체주의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은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는 11월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매수세가 사라지면 지금까지 시장을 받치던 수급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매도 물량을 받아주던 외국인과 기관이 다시 매도에 나설 경우 지수의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내년 1월도 주요 분기점이다. 남은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이사회가 추가 주주환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한 만큼 추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가능성이 시장의 관심사다.

다만 대규모 주주환원이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살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자금이 지나치게 커지면 인공지능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생산시설 확대에 필요한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국내 증시에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5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는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의 지수 방어가 기업 실적과 경제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1월 이후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뒤에도 코스피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 수급, 미국 금리, 반도체 수출과 가격, 기업 실적이 동시에 개선된다면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와 증시 재평가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수급 지원이 사라진 자리에서 실적이나 거시경제 여건이 약해진다면 그동안 가려졌던 시장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코스피를 받치는 55조원의 매수세가 사라진 뒤에도 시장이 스스로 버틸 힘을 갖췄는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