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다 위의 실험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를 가다

김유진 2026. 8. 3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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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난류 북상 핵심 해역…관측 거점
동해 최초 해양과학기지 '왕돌초 해양과학기지' [사진=김유진 기자]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독도보다도 오기 더 어려운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곳을 방문한 사람은 1만명도 채 되지 않을 거예요."

지난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서 배를 타고 동쪽으로 한시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마치 등대처럼 솟아있었다. 바로 동해 최초의 해양과학기지인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는 동해의 장기 해양관측과 연구 인프라 확보를 위해 지난 2021년부터 5년간 243억원의 예산을 투입, 총 높이 53m에 달하는 기지를 조성했다. 기지에는 34종의 관측장비 80점을 비롯해 운영시스템, 통신시설, 발전시설, 담수시설, 주거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왕돌초 해역은 연중 동한난류가 북상하는 경로이자 계절적으로 한류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또 수중 암초 지형 특성을 보여 120종이 넘는 해양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동해의 주요 해류인 동한난류 북상의 핵심 해역으로 동해 해양환경을 분석하는 중요한 관측 거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동해 핵심 관측·연구 인프라로서 입체 해양관측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동해의 장기적인 환경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임무를 맡는다. 기지는 접안시설, 인터데크, 셀라데크, 메인데크, 루프데크로 구성돼 있다. 

중간 갑판 역할을 하는 인터 데크에는 바닷속을 관측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바닷물의 수온, 염분 등을 측정하는 CTD 장비가 수심 20m를 오가며 동해 수역을 살피는 것이다.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셀라 데크였다. 발전기실과 담수화실, 실험실 등이 갖춰진 셀라 데크는 기지의 핵심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정진용 KIOST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장은 "기지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설비들이 셀라데크에 있다"며 "해수를 끌어들여 실험도 하고 생물·화학적인 분석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연구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또 메인 데크에는 관측제어실도 조성돼 기지의 곳곳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4인의 연구진이 일주일 가량 생활 공간에 머물며 연구를 진행하도록 돼 있지만, 기상 상황 악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2주간 머물 수 있도록 식량 등을 구비해놓았다. 

정 본부장은 "관측제어실에서는 관측 장비를 전부 관제하고 자료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오늘 파도가 몇 미터인지,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 등의 데이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기지에서는 수중 카메라를 통해 동해의 환경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다. 이 카메라에서 촬영되는 동영상을 활용해 물고기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어종을 판별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KIOST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기존에 서식하던 어종과 신규 유입 어종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KIOST는 기존의 해양과학기지와의 차별점으로 'ARMS'를 꼽았다. 일종의 어초 역할을 하는 인공 구조물로, 어초에 붙는 생물들을 주기적으로 샘플링해 생물상의 변화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정 본부장은 "기존의 기지들보다 시스템들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관측 장비도 과거에는 해양 물리 관측 장비를 중심으로 구성했는데 요즘에는 생지화학, 산성화 측정 장비 등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