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해 한복판 '바다 읽는 눈'…왕돌초 해양과학기지를 가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뱃머리로 향하는 사람들 뒤에서 선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이처럼 낯선 이의 접근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이곳은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다.
왕돌초 기지는 동해 해양환경 변화를 고정된 위치에서 장기간 꾸준히 관측·분석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정 본부장은 "왕돌초는 해양생태계 변화를 최전선에서 기록하는 핵심 거점으로, 꾸준히 축적한 데이터는 동해 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줄 자산이 될 것"이라며 "동시에 조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해역에 있는 만큼, 기지가 제공하는 기상 정보나 어종 변화 데이터는 어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4종 80점 첨단 장비로 바다 관측·분석
변하는 동해 생태계…기후변화 영향 최전선서 기록

"빨리 내리세요. 빨리!"
뱃머리로 향하는 사람들 뒤에서 선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선장은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철골 구조물 가장자리에 선수를 겨우 걸쳤다. 파도가 거칠고 조류가 빠른 동해바다는 사람들이 도망치듯 하선하는 중에도 배를 사정없이 좌우로 흔들었다.
이처럼 낯선 이의 접근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이곳은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다. 지난 28일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1시간 넘게 배를 타고 나간 뒤에야 마주한 기지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 홀로 우뚝 솟아 있었다.
수심 23m, 수면 위 높이는 30m에 달하는 이 거대한 구조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진 찰나, 옆에 있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진이 "육지에서 만든 구조물을 대형 크레인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친 파도 위 새로운 해양관측 시설 '한가득'
이 '신상 기지'는 해양과 기상 요소를 관측하는 새 장비들로 가득했다. 선박 접안시설에서 철계단을 따라 한 층 올라가면 '인터데크(중간 갑판)'가 나왔다. 이곳에는 수심 20m까지 내려가 수온과 염분 등을 측정하는 필수 해양관측 장비인 'CTD'가 매달려 있었다.

한 층 더 위 '셀라데크(하부 갑판)'에 마련된 습식 실험실에는 해수 샘플링을 위한 '해수 순환 시스템'이 놓여 있었다. 해수를 곧바로 실험실로 끌어올려 생물·화학적 분석을 한 뒤, 다시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시스템이다. 그 옆으로 물속 플랑크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장비도 보였다.
KIOST 해양재난연구부 이재익 전임기술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해수를 샘플링하고 있으며, 이를 생물·화학 연구진에게 제공하면 산성화·영양염 등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다"며 "순환하는 해수 안에 있는 플랑크톤도 실시간으로 보고 촬영할 수 있는데, 이 값으로 인공지능(AI)을 통해 종을 분석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라데크 위는 기지에 들어온 연구자들이 주로 머무는 '메인데크(주 갑판)'였다. 침실과 화장실, 식당 등 주거시설은 연구자 4명이 7일간 머물 수 있게 갖춰져 있었다. 주거시설 옆 관측제어실로 들어가자 여러 개의 모니터에 숫자와 그래프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기지에 설치된 각종 기상·해양 장비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관측 데이터였다.
그 옆으로 해저에 있는 구조물을 비추는 화면이 보였다. 이 구조물은 '암스(ARMS)'라고 부르는 인공 생태 암반이다. 암초 역할을 하는 이 암반에 붙은 해조류 등 생물들을 건져 올려 주기적으로 분석하면, 동해에 서식하는 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해양과학기지에는 없는 시설로, 이날 기지를 함께 찾은 해외 연구진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화면을 바라봤다.
KIOST 정진용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장은 "과학기지 자체가 일종의 어초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 어초에 꼬이는 생물들을 주기적으로 샘플링해 생물상이나 양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오늘 방문한 해외 연구진과 함께 암스를 활용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꼭대기인 '루프데크(상부 갑판)'에 올라가자, 태양광 설비와 각종 기상관측 설비 위로 드론이 날아올랐다. 해류의 범위와 흐름을 관측하는 역할을 하는 이 드론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스스로 비행하고 돌아오는 무인 시스템이다. 이렇게 왕돌초 기지에서는 34종 80점에 달하는 첨단 장비가 동해 수온과 염분부터 해류, 파도와 바람·기온 등을 24시간 입체적으로 관측한다.
빠르게 변하는 동해 생태계…기후변화 영향 최전선서 기록
특히 동해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표층 수온이 지구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 영향으로 과거에 주를 이루던 명태나 오징어 대신 참치, 방어 등 아열대 어종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해를 이해할 수 있는 관측 자료는 그 중요성에 비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왕돌초 기지는 동해 해양환경 변화를 고정된 위치에서 장기간 꾸준히 관측·분석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이곳에서 쌓은 각종 관측 데이터는 어장 변동 등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귀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정 본부장은 "왕돌초는 해양생태계 변화를 최전선에서 기록하는 핵심 거점으로, 꾸준히 축적한 데이터는 동해 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줄 자산이 될 것"이라며 "동시에 조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해역에 있는 만큼, 기지가 제공하는 기상 정보나 어종 변화 데이터는 어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감원, 대국민 보고대회 개최…'금융소비자보호 성과' 알린다
- 네팔 홍수 실종 한국인 9명 수색, 헬기 운항 불허로 무산
- 가을철 위험요소, 신문고로 신고하면 최대 100만 원 포상
- 북키프로스 앞바다 여객선 침몰…6명 사망·172명 구조
- 중간선거에 '올인'한 트럼프…잘된 건 '내탓' 안되는 건 '네탓'
- NASA 로먼 우주망원경 발사 성공…암흑물질 비밀 밝힌다[오늘아침]
- 5000억 못받은 납품업체들, "홈플러스 상환계획, '이재명 정부' 말이 되나"
- 중폭 넘어선 이재명 정부 2기 개각…개혁·통합 챙기기
- 송석언 JDC 이사장 "예래동·헬스케어 정상화, 임기 내 역점 추진"
- 166만명 털렸는데 8개월간 몰랐다…GS리테일 과징금 128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