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식민지냐"… '미국과 석유협정 옹호' 베네수 임시대통령에 국민 반발

신혜정 2026. 8. 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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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미국과 체결한 대규모 원유 거래를 두고 "역사적인 합의"라 옹호하자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베네수엘라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 가운데 650억 배럴 이상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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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스 "협정 혜택 무궁무진" 연설
시민들 "우리는 뒷마당 아니다" 시위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지난 2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미국과 체결한 대규모 원유 거래를 두고 “역사적인 합의”라 옹호하자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물론 로드리게스가 속한 좌파·차비스모 진영에서도 이번 거래를 미국에 대한 자원 퍼주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미국과의 에너지 협정이 25년간 유지되며 17개 전략 유전의 생산량을 하루 15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가 경제를 되살리고 정부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혜택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베네수엘라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 가운데 650억 배럴 이상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와 기술, 인프라 및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며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에 따라 베네수엘라가 약 2,090억 달러(약 280조 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주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내부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30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친정부 단체와 좌파·사회운동 세력 수십여 명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우리는 식민지도 뒷마당도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라파엘 라미레스 국영석유회사 PDVSA의 전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에 “정부가 신식민주의적 거래를 통해 조국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고 비난했다.

야권 인사들은 특히 이번 합의로 미국의 개입이 커지면 민주주의 회복과 대선 실시가 더 요원해질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베네수엘라는 아직 선거를 치를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말한 데다, 로드리게스 대통령 역시 대선 관련 질문에 “언젠가는 치러질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후안 파블로 과니파 전 국회부의장은 X에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진정으로 안정시키고 이 합의가 양측에 이익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를 구성하는 자유선거와 법치주의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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