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최고의 자식 교육은…‘변하지 않는 걸 가르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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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방향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도록 돛을 조절할 수 있다."
공교육 불신이 팽배한 것은 시행과 수행의 문제지, 교육 과정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고민하는 수학의 경우는 중학교까지는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따르고, 고등학교 시기에 사교육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가성비가 좋다.
교육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실제 부모가 되어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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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의 교육(4) 무엇을 교육하는가

“바람 방향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도록 돛을 조절할 수 있다.”
- 지미 딘 (1928-2010) -
인생은 바람을 타고 가는 항해에 흔히 비유된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보면 순풍도 불지만 역풍을 마주할 때도 있다. 순풍에는 돛만 활짝 펴면 되지만, 역풍이 불면 바람에 비스듬히 돛을 조정하고, 목표를 향해 지그재그로 나가야 된다. 변덕스러운 바다의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바람이 부는대로 표류만 하다 항해를 마치게 된다. 인생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전 칼럼에서는 왜 그리고 언제 교육이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특히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이를 조기교육에 대한 찬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자된다. 이는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하는 생물학적 시기가 있다는 교육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다. 유전자에 의해 발생되는 두뇌는 선천 지능, 학습으로 발달되는 신경망은 후천 지능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인간의 선천 지능은 수십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현대인이 원시인 지능보다 높은 것은 후천 지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현대 사회에서 후천 지능이 제대로 발달되려면 십수년이 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게 오랜 교육이 필요한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다.
지능은 신경망 연결에 의해 완성된다. 태어날 때 백지 상태인 신경망은 교육 자극과 학습으로 다듬어져 간다. 성장판이 닫히면 키가 더는 안크는 것처럼, 후천 지능의 발달 시기가 지나면, 새로운 정보로 신경망 회로를 재구성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런 생물학적 특성이 조기교육을 중요하게 만든다. 하지만 조기교육은 언제 무엇을 교육하는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없이, 일단 열심히 빨리하면 좋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후천 지능의 잠재력이 아무리 커도 두뇌는 생물학적 발달 단계를 따라 성장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동풍이 부는데 동쪽으로 가려 애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반대로 나가려는 노력은 부질없다. 열심히 노력해도 원하는대로 나가지 못하는 자식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자식의 후천지능 발달에 부모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비밀이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다. 자식 인생에 대한 관심과 개입은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에 가깝다. 무기력한 백지 상태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부모의 양육과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문명과 시대가 변했는데, 원시시대에나 통할 맹목적 교육을 지향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다. 현대 문명에 어울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자식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부모는 자식을 냉철히 파악해야 한다. 이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세상에서 자기 자식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부모이기 때문이다.

두뇌 발달 단계를 따라가는 교육
대뇌의 추상 개념 인지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다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아도 엄마가 존재한다는 실존의 지속성을 깨닫는다. 해마와 대뇌 피질의 상호작용을 통한 기억 회로 형성 덕분이다. 세 살 이전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기억회로가 없기 때문이다. 지능 발달은 해마 형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부모와 상호 작용을 통해 감각, 감정, 그리고 운동 기능을 학습해 나간다. 그리고 소통을 위한 언어 학습이 시작된다. 정교한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대뇌의 여러 부위가 협력해야 한다. 소리 정보를 처리하는 청각 피질, 이를 언어 정보로 인지하는 측두엽, 인지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우측 전두엽, 그리고 뉘앙스와 의도를 파악하는 좌측 전두엽 등이 발달되어야 한다. 거기에 말을 하려면 좌반구 전두엽에서 단어를 선택해 문장으로 배열하고, 완성된 문장을 운동 피질을 거쳐 소뇌로 명령을 내린다. 최종적으로 소뇌는 목과 입의 근육을 움직여 물리적 음파를 발화시킨다. 이처럼 언어 학습은 두뇌의 다양한 다양한 국소 신경망 모듈이 발달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생각의 방식, 즉 사고의 틀을 배우는 것이다. 언어 습득 과정에서 사물의 추상적 개념도 학습된다. 학습 개념이 늘어나면 언어 구사 능력도 발달되며, 소위 말이 트이게 된다.
또래와 어울리는 학령기가 되면 감정에 대한 학습이 시작된다. 감정의 발달에서는 바른 것과 나쁜 것을 명확히 알려주는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이 중요하다. 감정은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통합 중계하는 변연계를 중심으로 발달된다. 사람은 호르몬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정은 행동의 동기를 부여한다. 집단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현대에서 감정 조절은 더욱 중요하다. 감정 지능 발달 초기에 자아 인식은 객관화되지 못한 상태다. 타인의 감정이 자신의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방적 공감을 원하는 것은 미성숙한 감정 지능의 특성이다. 이성 영역이 감정 영역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표출된다. 언어 지능이 소통을 통해 발달된다면, 감정 지능은 교감을 통해 발달된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교감하는 능력을 학습한다.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며 이타적 감정 지능도 학습해 나간다. 감정은 풍부해지고 표현도 세련되어진다.
언어 소통 능력이 인간만의 고등 지능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돌고래의 초음파 언어는 인간 언어만큼 정교하다. 바다 속 지역에 따라 언어가 다르며, 그 중간 지역에는 통역 돌고래가 있을 정도다. 통역을 한다는 것은 대상을 단어로 개념화하는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람과 돌고래의 언어 지능은 집단을 배경으로 발달되는 후천지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런데 사람의 소통은 언어의 한계를 넘는 문자로도 이뤄진다. 문자를 다루는 능력은 짐승과 인간의 언어 지능을 차별화하는 핵심이다. 문명의 지식은 문자를 통해 누적이 가능해졌고, 이를 학습하여 현대인의 고등 지능이 발현된다. 개인이 획득 가능한 지식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문자 교육은, 추상적 개념의 범위를 넓히고 간접 경험 능력을 부여한다.

우리나라 조기교육과 사교육의 문제
우리나라 조기교육의 문제는 이러한 생물학적 발달단계를 거꾸로 접근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는 조기교육에서 잘못 선택되는 흔한 영역이다. 물론 언어에 뛰어난 영재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고,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것은 미성숙한 두뇌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언어는 단순히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과 추상적 개념 그리고 논리의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언어 중추가 충분히 발달된 뒤에 외국어를 교육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드물지만 수학 조기교육은 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초등학생에게 고등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는 것을 가르치는 격이다. 소통 능력도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두뇌에, 수학과 영어를 학습시키는 것은 교육이 아닌 학대에 가깝다. 자아가 성숙하지 못한 아이는 사랑과 신뢰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 과열 경쟁에 노출되면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미성숙한 두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초등학교에서 석차나 등급같은 서열 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기 경쟁 노출은 자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식 교육을 위한 고려 사항이 너무 많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교육 과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사회 환경 변화와 생물학적 발달 단계에 적합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교육 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불신이 팽배한 것은 시행과 수행의 문제지, 교육 과정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사교육의 긍정적 효과를 무시하고 공교육만 믿으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공교육은 평균적 학생 수준을 기준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학생 각자의 능력 차이까지 보완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공교육의 빈틈을 사교육으로 채우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성비를 따져야 잘 살아갈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평균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다. 가성비가 더욱 중요해져 간다는 의미다. 어차피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한다면 전략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 전략은 자식의 발달 상황에 적합한 투입이다. 일단 자아와 자존감을 학습하는 영유아기에 필요한 부모 사랑은 사교육이 대신할 수 없다. 소통과 교감을 교육하는 초등학교 시기에는 공교육이 훨씬 효율적이다. 집단 생활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또래 친구를 사귀며 교감을 배워야 한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은 동네에서 뛰어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격려하고, 필요하다면 태권도장 등도 보완책으로 고려할 만하다. 절대 평가가 시작되는 중학교 시기부터는 영어 사교육의 효과가 커진다. 모국어 기반의 언어 중추 발달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에서, 외국어 학습은 추상 개념의 확장을 도와준다. 누구나 고민하는 수학의 경우는 중학교까지는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따르고, 고등학교 시기에 사교육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가성비가 좋다.

변함없이 가장 중요한 교육은 인생 항해법
교육에서 돈보다 중요한 자원은, 모든 사람에게 절대 공평한 시간이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교육에는 서두를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역설이 존재한다. 긴 항해에서는 쉬어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구분하는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 한발 물러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도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할 중요한 과목이다.
부모는 자신의 과거 교육 경험을 자식의 미래에 투사하면 안된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흔드는 지금, 이십년 뒤 상황을 고민하는 사람과 이십년 전 상황에 집착하는 사람의 차이는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 과거의 성공전략은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인공지능이 전문가의 지식 영역을 대체하는 지금, 특정 지식의 교육에 집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교육은 변하지 않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인류가 지구에 발을 디딘 이후로 변함없이 자식 세대에게 가르쳐 온 것은, 스스로 인생을 항해하는 방법이다.
주철현 | 울산의대 미생물학·의학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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