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KAIST, 빛 회전 기억하는 하이브리드 고분자 개발

박선강 기자 2026. 8. 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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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편광 정보 전기 신호로 전환
256자리 보안용 고유 지문 생성
나선형 나노와이어 결합 기술
차세대 하드웨어 인증 활용
사진 왼쪽부터 지스트-이노코어(GIST-InnoCORE) 연구단 이은지 단장(신소재공학과 교수), 지정민 박사. GIST 제공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 이은지 단장(신소재공학과 교수)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송영민 멘토 교수 연구팀이 빛의 회전 방향을 구별하고 그 정보를 전기적 상태로 기억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

31일 GIST에 따르면 빛에는 왼쪽으로 회전하는 빛과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빛이 있는데 연구팀은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빛을 구별하는 동시에 빛이 사라진 뒤에도 그 정보를 전기적 상태로 남길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개발한 소재를 이용한 소자에서는 소자의 전기적 특성에서 얻은 고유한 '전기 지문', 즉 소자마다 서로 다른 256자리 정보를 생성할 수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차이를 이용한 방식으로, 향후 광학 보안과 하드웨어 인증 기술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편광 원리·기능 결합 설계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며 진행하는데, 전기장이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진행하는 빛도 있다.

이를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CPL)'이라고 한다.

원편광은 전기장의 회전 방향에 따라 좌원편광과 우원편광으로 나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빛의 회전 방향을 구별할 수 있다면, 각각을 서로 다른 정보 신호로 활용할 수 있어 광통신과 정보처리, 보안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빛을 구별하는 것과 그 결과를 기억하는 것은 별개의 기능이라는 데 있다.

기존의 광학 소재는 빛을 비추는 동안에는 좌·우 원편광을 구별할 수 있지만, 빛이 사라지면 그 차이를 그대로 남겨두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의 회전 방향을 구별하는 기능'과 '그 결과를 전기적으로 기억하는 기능'을 하나의 소재에 결합했다.

나선형 나노와이어와 강유전 고분자 제작
핵심은 나선형 고분자와 전기적 상태를 기억할 수 있는 '강유전 고분자'를 결합하는 것이다.

나선형 고분자는 좌·우 원편광을 구별하고, 강유전 고분자는 외부 전기장이 사라진 뒤에도 전기적 상태를 유지하는 특성을 이용해 그 정보를 남긴다.

연구팀은 두 고분자를 단순히 섞지 않고, 각각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결합할 수 있도록 나노 수준의 구조를 설계했다.

먼저 고분자가 스스로 규칙적인 구조를 만드는 성질을 이용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꼬인 두 종류의 나선형 고분자 나노와이어(P형·M형)를 만들었다.

분자 구조를 달리해 고분자가 꼬이는 방향을 각각 다르게 조절한 것이다.

나노와이어는 빛에 반응하는 고분자 P3HT와 이를 바깥에서 감싸는 PMMA가 연결된 구조다.

P3HT는 나선 구조를 이루면서 좌·우 원편광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PMMA는 이후 결합하는 강유전 고분자와의 상호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한 결과, P형과 M형 나노와이어가 서로 반대 방향의 나선 구조를 형성했으며, 분광 분석에서도 나선 방향에 따라 빛에 반응하는 특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P형과 M형 나노와이어를 강유전 고분자와 결합해 하이브리드 필름을 제작했다.

필름 내부를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한 결과, 강유전 고분자와 결합한 뒤에도 나노와이어의 나선 구조가 유지됐다.

전기적 특성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외부 전기장이 사라진 뒤에도 전기적 상태가 남는 강유전 특성이 유지됐다.

즉, 나선형 고분자가 가진 원편광에 대한 선택적 반응을 전기적 정보로 기록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전기적 상태 기록·256자리 PUF 구현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하이브리드 고분자 소재를 실제 소자에 적용해, 원편광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전기적 상태가 기록되는지 검증했다.

소자에 좌·우 원편광을 각각 비추면서 전기적 특성을 측정한 결과,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잔류분극'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즉,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는 빛을 받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전기적 상태가 소자에 기록됐다.

특히 나선 방향이 서로 반대인 P형과 M형 소자에서는 좌·우 원편광에 대한 전기적 반응도 서로 반대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나선형 고분자의 구조를 이용해 원편광의 회전 방향을 구별하고, 이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소자 내부의 여러 위치에서 측정한 전기적 상태를 0과 1로 변환해, 소자마다 고유한 256자리의 '전기 지문'을 생성하는 '물리적 복제방지기능(PUF)'을 구현했다.

서로 다른 소자의 전기 지문을 비교한 결과, 256자리 가운데 평균 약 40%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으며, 반면 같은 소자를 반복해서 측정했을 때는 유사한 전기 지문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소자마다의 미세한 차이가 서로 다른 고유 정보로 나타나면서도, 같은 소자에서는 반복적으로 확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소자마다 서로 다른 고유한 보안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PUF의 특성을 구현한 것이다.

지스트-이노코어 연구단 이은지 단장은 "이번 연구는 빛의 회전 방향을 구별하는 기능과 그 정보를 전기적 상태로 기억하는 기능을 하나의 하이브리드 고분자 소재에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광학 보안과 하드웨어 인증을 위한 새로운 기능성 소재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정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스트-이노코어 연구단의 공동연구 협력 체계(Co-Lab)를 통해 카이랄 고분자의 자기조립·소재 설계 기술과 광학·광전자 소자 기술을 결합한 융합연구 성과"라며 "특히 소재 수준에서 나타나는 빛에 대한 선택적 반응을 실제 소자의 전기적 기능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