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노트] 네이버식 지배구조가 SK에도 통할거라는 낭만론

박민규 기자 2026. 8. 3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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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추진을 계기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재계와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거대 자본보다는 아이디어와 트래픽 선점이 중요하므로 개방형 지배구조나 낮은 오너 지분율이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과거 2012년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그룹 내부의 거센 반대에도 최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SK의 경우 자회사는 월가 투자은행(IB) 등 막대한 외부 자본을 적극 유치하지만 그룹 상층부는 장기 투자 결정 등을 위해서라도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오너 지배력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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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추진을 계기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재계와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핵심은 상장사인 SK㈜와 SK스퀘어의 합병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해소하라는 요구다. 이 과정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처럼 최태원 SK 회장 역시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고 경영 성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잣대를 SK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까. 이는 산업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한 지극히 평면적인 해석일 수 있다. 플랫폼 회사의 성공 방정식과 거대 장치 산업의 생존 문법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SK와 네이버, 업종 특성이 다르다

가장 큰 오류는 정보통신(IT) 플랫폼 업체와 중후장대형 제조업을 동일 선상에 놓은 데 있다. 네이버가 속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창업자의 비전이 기업가치(EV)로 직결된다. 거대 자본보다는 아이디어와 트래픽 선점이 중요하므로 개방형 지배구조나 낮은 오너 지분율이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반면 SK하이닉스나 SK이노베이션은 수십조 원 단위의 시설투자(CAEPX)를 선제적으로 집행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극한의 장치 산업이다. 반도체 호황기에 번 현금을 다음 다운사이클에 남김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때로는 수년간의 천문학적 적자를 각오한 채 치킨게임을 버텨내야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자본 투입과 인내는 단기 수익을 좇는 세력이나 파편화된 주주 구성으로는 결코 돌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지분율 낮았다면 하이닉스 인수할 수 있었을까

거대 장치 산업에서 총수 지분율 하락이 곧 리더십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오너나 임기가 제한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묵직한 결단을 내리기가 극도로 어렵다. 지배력이 취약해지는 순간, 회사는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투자자들의 단기 배당 및 자사주 소각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의 배당을 줄이고 10년 뒤를 위해 20조원을 공장에 투자하자는 결의는 단기 수익을 원하는 주주총회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과거 2012년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그룹 내부의 거센 반대에도 최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만약 당시 최 회장의 지배력이 5% 수준에 불과했다면 어땠을까. 단기적인 재무 악화를 우려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오늘날 핵심 수익원이 된 하이닉스 인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영권 방어에 허덕이는 밸류체인, 리더십 흔들리면 쪼개진다

지배력 약화는 단일 기업의 리스크를 넘어 SK그룹 전체의 밸류체인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IT 기업은 창업자의 철학이 구심점이 되지만, SK는 반도체와 통신 그리고 에너지로 이어지는 물리적이고 전략적인 시너지가 그룹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지탱한다.

리더십이 흔들리면 헤지펀드 등 외부 자본은 당장의 주주환원을 위해 계열사 분할이나 알짜 자산 매각 혹은 계열사 간 시너지 투자의 중단을 강요할 수 있다. 이는 국가 경제 안보와도 직결되는 반도체 및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SK㈜와 SK스퀘어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가 하이닉스의 가치를 두 번 깎아내리는 이중 할인을 유발한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SK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그 해법으로 총수 지분율의 희석을 당연시하는 것은 하드웨어 제조업의 본질을 외면한 탁상공론에 가깝다. 실제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패권 경쟁과 막대한 CAPEX가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선단형 밸류체인을 지휘할 강력한 오너십은 단순한 기득권이 아니라 오히려 대체 불가한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분율 방어 넘어 '이사회 중심 거버넌스'로 진화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언제까지 총수 개인의 지분율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이는 자본시장의 지향점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배치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경우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주주인 대만 국가발전기금의 지분율은 6%대에 불과하며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넘는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강력한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매년 수십조 원의 CAPEX를 흔들림 없이 집행하고 있다.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이 보여준 역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의 경우 자회사는 월가 투자은행(IB) 등 막대한 외부 자본을 적극 유치하지만 그룹 상층부는 장기 투자 결정 등을 위해서라도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오너 지배력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기모순적인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결국 SK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특정 개인의 뚝심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TSMC처럼 오너 지분율이 낮아도 거대 투자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가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단할 수 있는 건강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배구조 개편이자, 자본시장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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