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악순환 ‘스위치’ 찾았다… 유전자 가위로 끄니 기억력 개선[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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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 조각이 비정상적으로 뭉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발견된다. 오랫동안 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까지 등장했지만, 실질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었다.
통계 분석에서는 ERBB4가 아밀로이드 병리와 타우 확산, 인지 저하를 잇는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나타났다.
기억력 저하 증상이 있는 5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 속 인산화 타우 단백질을 측정해 뇌에 아밀로이드 병리가 있을 가능성을 가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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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지목돼 온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없는데도
신경회로 이상·뇌염증 나타나자
악화 설명할 다른 고리 규명나서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서
단백질‘ERBB4’비정상적 증가
시냅스 망가지고 인지력도 뚝
치매 생쥐 ‘ERBB4 스위치’ 끄자
플라크 면적 절반 줄고 기억력↑
446명 뇌조직 분석서도 확인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 조각이 비정상적으로 뭉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발견된다. 오랫동안 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까지 등장했지만, 실질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플라크와 동반되는 신경회로 이상, 시냅스 손실, 뇌 염증 등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새로운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 여러 병리를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ERBB4 스위치’를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이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이 스위치를 켜자 플라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와 시냅스가 망가지고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 반대로 알츠하이머 생쥐의 스위치를 끄자 플라크가 절반 이하로 줄고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도 개선됐다. 정원석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시냅스 없앤 범인이 교세포였나=시냅스는 신경세포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부다. 이 연결이 끊어지면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는 뇌 회로도 약해진다. 뇌에는 회로를 움직이는 ‘가속장치’인 흥분성 신경세포와 과열을 막는 ‘제동장치’인 억제성 신경세포가 함께 존재한다.
기존 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염증을 일으키면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지나치게 제거한다고 봤다. 두 교세포는 평소 신경세포를 돕고 불필요한 시냅스를 치우는 뇌의 보조 세포다. 그러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생쥐에서 교세포가 삼킨 시냅스를 추적하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흥분성 시냅스는 더 많이 제거했지만 억제성 시냅스는 오히려 덜 제거했다. 염증 때문에 모든 시냅스를 무차별적으로 없앤 것이 아니라 종류를 가려낸 셈이다.
신경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교세포의 시냅스 제거량이 늘었고, 활성을 낮추면 제거량도 줄어들었다. 초기 시냅스 손실을 뇌 염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제거되는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활성 상태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잘못 켜진 ‘단백질 스위치’=연구팀은 세포별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 분석해 알츠하이머 초기에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가 나타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세포에서는 정상 뇌의 억제성 신경세포에서 주로 작동하는 ERBB4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 ERBB4는 세포 표면에서 외부 신호를 받아 안으로 전달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ERBB4가 켜지면 세포의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mTOR’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됐다. ERBB4가 스위치라면 mTOR는 그 신호를 세포 안으로 퍼뜨리는 통로인 셈이다. 실제로 이 통로를 막자 ERBB4 과발현에 따른 병리도 억제돼 두 물질의 연결고리가 확인됐다.
◇유전자 가위로 스위치 끄자 병리 현상 완화=연구팀은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ERBB4를 끄고 켜는 실험을 진행했다. 알츠하이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유전자 가위로 ERBB4 유전자를 제거하자 과도한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동이 낮아지고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동이 회복됐다. 비정상적인 시냅스 파괴와 교세포 염증도 줄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면적과 수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생쥐의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은 정상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뚜렷이 개선됐다.
반대로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과도하게 발현시키자, 플라크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 과흥분과 시냅스 불균형, 교세포 반응과 인지 저하 등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ERBB4가 병에 따라 뒤늦게 생긴 결과가 아니라 악순환을 증폭시키는 상위 조절 인자일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사후 기증된 446명의 뇌 조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ERBB4가 많을수록 아밀로이드 축적과 인지 저하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 분석에서는 ERBB4가 아밀로이드 병리와 타우 확산, 인지 저하를 잇는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나타났다.
물론 이번 결과가 아밀로이드 베타가 원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축적이 ERBB4 증가를 촉발하고, 늘어난 ERBB4가 다시 아밀로이드와 다른 병리를 키우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앞으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면서 ERBB4를 함께 조절하는 병용치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뇌의 정상 기능은 보존하면서 흥분성 신경세포의 ERBB4만 골라 억제할 기술 개발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美, 동네 병원 채혈만으로 알츠하이머 진단=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 진단 절차가 간편해지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 로슈와 일라이릴리가 공동 개발한 혈액검사 ‘일렉시스 pTau217’의 사용을 허가했다. 기억력 저하 증상이 있는 5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 속 인산화 타우 단백질을 측정해 뇌에 아밀로이드 병리가 있을 가능성을 가려낸다. 이 검사법은 값비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고통스러운 척수액 검사를 하기 전 선별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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