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카카오와 SKT는 왜 그랬을까?
자금과 승계까지 얽혀
대 인전분할의 시대다. 도대체 이들은 왜 회사를 나누는 것일까?

카카오와 SKT의 속사정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와 SK텔레콤이 잇달아 인적분할을 결의하고 저평가 해소와 인공지능(AI) 투자 재원 확보를 분할의 이유로 제시했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신설회사 카카오AI와 존속회사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고 SK텔레콤은 27일 100%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SK호라이즌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X가 0.6351463, 카카오AI가 0.3648537로 정해졌다. 반올림하면 카카오X 64%, 카카오AI 36%다. 기존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함께 배정받는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축으로 AI와 광고, 커머스 사업을 맡고 정신아 현 대표가 이끈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담당한다. 대표에는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내정됐다. 회사는 12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1일 분할을 마치고 1월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AI 등 주력을 중심으로 판을 새롭게 짠 후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몸값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카카오 지분을 쥔 해외 기관들이 그동안 기업가치 제고를 줄기차게 요구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 기준 중국 텐센트 계열사 막시모(MAXIMO)는 카카오 지분을 5.7%까지 늘려 2대 주주에 올랐고 미국 블랙록도 지분율 5%를 다시 넘기며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들은 사측에 카카오의 기업 가치 제고를 끈질기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번 결단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배경이다. 심지어 소액주주도 약 160만명으로 전체 주주의 60%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관투자가가 요구하는 밸류업과 160만 소액주주의 눈높이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순간, 인적분할을 택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차갑기 그지없다. 당장 발표 당일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7.49% 내린 3만5800원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13.18% 내린 3만3600원까지 밀렸다. 분할과 함께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예고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8일 코스피가 1.79% 내리는 가운데서도 2.36% 오른 3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발표 직전인 20일 종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의 셈법은 결이 다르다. 분할 자체보다 분할을 통해 끌어온 자금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먼저 SK브로드밴드의 분할이다.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존속회사가 0.8351323, 신설회사가 0.1648677이다. 그리고 신설회사 SK호라이즌은 서초와 일산 분당 가산 센텀 양주 판교 등 이미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8곳에 울산과 구로에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를 더해 318메가와트 규모의 인프라 운영과 확장을 맡는다. 해저케이블 사업도 신설법인으로 옮겨간다.
이 지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자금의 흐름'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공시와 동시에 글로벌 투자사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으로부터 3조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구주 매각 1조8811억원과 신주 발행 1조2000억원을 합친 구조다. 거래가 단계적으로 마무리되면 KKR이 지분 29%를, IMM컨소시엄이 20%를 보유하고 SK텔레콤은 51%로 최대주주 지위를 지킨다.
SK는 이 자금의 흐름으로 AI 데이터센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AI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전력, 냉각 설비까지 대규모 자본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통신 본업의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면 그 법인의 자산과 성장성만 보고 들어오는 인프라 자본을 받을 수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이 "본사의 재무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증권가는 긍정적이다. 최유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25%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와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했다. 발표 당일 SK텔레콤 주가는 0.5% 내린 9만9100원에 마감했으나 조달 구조가 확인되며 평가가 달라진 셈이다.

인적분할 트렌드
카카오와 SK텔레콤의 인적분할 트렌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로 모이는 흐름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물적분할의 경우 신설회사 주식을 기존 회사가 100% 보유하는 방식이어서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회사 주식이 돌아가지 않기에 논란이 컸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적분할에 나섰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LG화학이 그 부작용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로 떼어냈고 그 결과 기존 LG화학 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했다. 물적분할 뒤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는 방식이 모회사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의 시작이다. 당시에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도 결이 비슷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잇달아 증시에 입성하며 문어발 상장 논란을 불렀으며 이들의 상장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주력 포인트의 상실'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그 꼬리표를 떼기 위해 계열사를 145개에서 92개까지 줄이는 한편 이번에는 본체를 둘로 나누는 전략으로 판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받는 방식이어서 지분 희석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이 역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SK텔레콤의 경우 2021년 통신사업회사 SK텔레콤과 투자회사 SK스퀘어로 회사를 나눴고 이후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갈리며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렸기 때문이다.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갈라놓은 그 구도가 이번 카카오의 얼개와 겹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LG전자도 눈길을 끈다. 당시 LG전자는 지주회사 LGEI와 전자·정보통신 사업을 맡는 신설 LG전자로 인적분할됐고 LGEI가 LGCI에 흡수합병된 뒤 합병회사가 ㈜LG로 이름을 바꾸며 지금의 LG그룹 지주사 체제가 완성됐다. 인적분할이 지주회사 전환의 출발점으로 쓰여온 전례다. 시장이 카카오X의 성격을 두고 촉각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분할 이후 새로 생겨날 할인 요인도 논란이다. 같은 시기 분할 절차를 마친 한화의 성적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화는 지난 25일 분할 후 첫 거래를 재개한 첫날 시초가 10만600원 대비 17.40% 오른 11만8100원에 마감했고 26일에도 0.68% 올라 11만8900원을 기록했다. 거래정지 직전 종가이자 분할 평가가격인 8만3800원과 비교하면 41.9% 높은 수준이며 26일 기준 시가총액은 6조3408억원이다. 28일에는 13만4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화의 존속법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 방산과 조선, 에너지, 금융 계열사가 남았으며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이동했다. 다만 신설법인은 상장 첫날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1만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지점에서 투자자들은 회사의 얼개가 단정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투자증권 집계로 분할 전 9개 분야에 상장사 11개를 거느렸던 회사는 7개 분야, 상장사 9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 대목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긴다. 성격이 다른 사업이 한 회사에 섞이면 합산 가치보다 낮은 값이 매겨지는 복합기업 할인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장 사업과 성숙 사업은 가치를 매기는 잣대가 서로 달라 하나의 주가로 묶으면 어느 쪽도 제값을 받지 못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분할 전에도 한화의 투자자산가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비중이 약 70%로 높았던 만큼 시큐리티와 반도체 장비, 유통 사업이 빠져나가며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 이유다.
물론 한화의 재평가가 끝난 것은 아니다. 거래정지 기간 자회사 가치가 주가보다 빠르게 오르며 재상장 첫날 NAV 할인율은 오히려 69%로 벌어졌다. 거래정지 직전 한 달 평균 61%보다 높은 수준이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설법인으로 이관된 5개사가 기존 NAV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인 반면 분할 비율은 24.4%로 정해진 비대칭의 산술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의 사정은 반대다. 존속법인 카카오X가 영업가치보다 지분가치가 큰 순수 지주회사에 가까워지며 지주회사 할인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증권은 카카오X에 30% 할인율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10조8000억원으로 산출했고 할인율이 50%까지 커질 경우 카카오 적정주가가 3만30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분할이 합산 가치를 자동으로 올려주지는 않는다"며 "카카오X는 상장 자회사 비중이 커 NAV 할인이 불가피하고 모빌리티 주식예탁증서(ADR) 같은 중복상장 문제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가 따로 상장돼 있으면 같은 이익이 모회사와 자회사 주가에 두 번 반영되는 이중계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카카오X가 쥐게 될 주요 자산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에스엠 등 상장 자회사 지분이고 지주회사가 실제로 손에 넣는 몫은 배당과 상표권 사용료 정도다. 우려가 큰 이유다.
카카오 보고서를 낸 11개 증권사 가운데 5곳이 목표주가를 낮춘 배경이다. 키움증권이 11만원에서 7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이 5만2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나증권이 5만8000원에서 5만원으로, 삼성증권이 4만9000원에서 4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이 6만원에서 4만5000원으로 각각 내렸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은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승계의 법칙
시장 일각에서는 인적분할의 배경을 두고 단순한 기업가치 문제가 아니라 오너 일가의 승계라는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는 반응도 보이다.
한화가 대표적이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일부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뒤 주요 주주는 김승연 회장 11.33%와 김동관 수석부회장 9.77%, 김동원 부회장 5.37%, 김동선 사장 5.37%로 재편됐다. 여기에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약 22.2%를 보유하고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수석부회장 50%, 김동원 부회장 20%, 김동선 사장 10%로 나뉘어 있다.
이번 분할로 방산과 조선, 에너지, 금융은 존속법인에 테크·라이프는 신설법인에 남으며 삼형제가 맡은 사업의 경계도 뚜렷해졌다.
신세계그룹도 비슷하다. 20년에 걸친 남매 계열분리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이사회를 열어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인적분할을 승인하고 존속법인 SSG닷컴과 신설법인 신세계몰로 나누기로 했다. 존속법인은 그로서리 중심의 온라인 장보기에 집중하고 신설법인은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를 운영한다.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재은 명예회장은 2006년 신세계 지분 7.82% 전량을 정용진·정유경 남매에게 증여했고, 2011년에는 신세계를 백화점 존속법인과 이마트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해 사업의 축을 갈랐다. 그리고 2016년 4월 두 사람이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 전량을 맞바꾸면서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 백화점 계열은 정유경 회장이라는 구도가 자리를 잡았다.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분도 2020년 각각 8.22% 증여에 이어 2025년 이마트 10%가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10.21%가 정유경 회장에게 넘어가며 정리됐다.
남은 매듭이 SSG닷컴이었다. 이마트가 65.11%, 신세계가 34.89%를 보유해 지분이 얽혀 있는 데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기업 간 계열분리를 하려면 비상장사 상호 보유 지분이 10%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 1일자로 존속법인 SSG닷컴과 신설법인 신세계몰로 사업을 먼저 나눈다. 신세계몰은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계열로, SSG닷컴은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로 편입되는 그림이 유력하다. 방식은 지분 교환이 예상된다. 두 회사가 외부 투자자 지분 30%를 사들이는 데 이미 1조2711억원을 쓴 만큼 현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상표권이 여전히 ㈜신세계에 있어 문제는 남았으나, 시장에서는 이번 분할을 두고 남매로의 승계가 완성되는 마지막 조각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도 승계를 위한 분할에 나서는 것 아이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 주장은 아직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