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뜨자 글로벌 기업들 ‘원료 선점’ 경쟁

강동헌 기자 2026. 8. 3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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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 화학·원료 기업들이 국내 원료업체와 기술기업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축적된 원료·제형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3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특수화학·원료 유통기업 아이엠씨디(IMCD)는 지난 1월 국내 화장품 원료업체 동양에프티(FT)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구애와 달리 국내 원료 산업 안팎에서는 K뷰티의 인기가 '원료 프리미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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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CD·브렌탁 잇따라 국내 원료사 인수
빠른 제품개발·글로벌 확장 가능성 주목
“원료도 B2B 마케팅·브랜드화 필요”

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 화학·원료 기업들이 국내 원료업체와 기술기업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축적된 원료·제형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원료기업이 적정한 시장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특수화학·원료 유통기업 아이엠씨디(IMCD)는 지난 1월 국내 화장품 원료업체 동양에프티(FT)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동양FT는 2009년 설립된 업체로 화장품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자체 연구개발(R&D) 시설을 통해 원료 배합과 제형 개발 등을 지원해왔다. 영업이익은 2023년 54억원에서 2024년 90억원, 지난해 178억원으로 증가했다.

IMCD는 글로벌 특수화학·원료 유통업계의 대형 기업으로 지난해 47억7890만유로(약 7조64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국내 원료 유통업체 와이씨에이엠(YCAM)의 생명과학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K뷰티 밸류체인 확보에 적극적이다.

동양FT 인수 이후에는 한국에서 원료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 단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 1월 서울에 뷰티·퍼스널케어 응용연구소와 ‘뷰티 스튜디오 서울’을 마련해 브랜드와 제조사가 원료와 질감을 조합하고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시장의 빠른 신제품 개발 속도를 활용해 현지 제품 개발 역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서울 IMCD 뷰티 스튜디오. 사진 제공=IMCD

독일 화학·원료 유통기업 브렌탁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브렌탁은 이달 3일 국내 화장품 원료 유통사 우진트레이딩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1999년 설립된 우진트레이딩은 글로벌 원료 공급업체 네트워크와 자체 연구소를 기반으로 뷰티·퍼스널케어 원료를 유통해왔다. 브렌탁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료 기업뿐 아니라 기술기업을 겨냥한 투자도 나타나고 있다. 로레알그룹의 벤처캐피털(CVC)인 볼드(BOLD)는 지난 6월 국내 바이오기업 올릭스에 105억원을 투자했다. 양사는 올릭스의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기술을 활용해 피부와 모발 건강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향후 손발톱 건강 분야까지 공동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제품 기획부터 양산까지 6개월~1년 안팎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른 산업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원료사 입장에서는 한국 원료사를 확보할 경우 어떤 성분과 제형이 시장에서 빠르게 반응하는지 즉각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여기서 검증된 성분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기도 유리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에 원료와 기술을 공급하는 한국 원료사를 확보하면 특정 브랜드 성패와 상관없이 K뷰티 성장의 수혜를 폭넓게 가져갈 수 있는 점도 이점”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구애와 달리 국내 원료 산업 안팎에서는 K뷰티의 인기가 ‘원료 프리미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뷰티브랜드나 제조사들이 해외 원료 수입에 의존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원료가 실제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천연화장품 관련 특허 23만여 건 가운데 약 2만 4000건(10%)은 보유해 중국과 함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보고서는 “특허로 나타나는 기술 경쟁력이 실제 원료 산업의 개발·생산·사업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원료 수입 의존도 역시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K뷰티가 완제품 중심의 성장을 넘어 원료의 기술력과 차별성을 시장에 알리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내 원료 기업들이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으로 독자적인 브랜드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해외 기업들이 그 결실을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K뷰티 제품을 구매할 때 한국산 히알루론산인지 중국산 히알루론산인지까지 구분하고 사지 않는다”며 “원료도 품질과 기술력을 소비자와 브랜드에 알릴 수 있는 B2B 마케팅과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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