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녀’ ‘에겐남’ 다음은?···청년들에게 ‘남자다움·여자다움’ 물어봤더니

우혜림 기자 2026. 8.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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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에 참여한 청년이 자료를 보고 있다. 우혜림 기자

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의 한 회의실에 청년들이 8~9명씩 조를 나눠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10장의 사진이 놓였다. 지게차를 몰거나 투포환을 던지는 여성 등의 모습이 담겼다. “이 중 가장 여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청년들이 머뭇거리며 사진을 살폈다.

이날 오후 성평등가족부 주최로 ‘제1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이 열렸다. 지난 3월 출범한 청년 공존·공감위원회에서 다뤄진 성별균형 논의를 확장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전국에서 모인 만 19~39세 청년 82명은 한나절 동안 토론을 이어가며 우리 사회에 여전한 성별 고정관념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테토녀·에겐남’이라는 신조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테토녀·에겐남은 각 성별의 호르몬에서 따온 표현으로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성역할과 다른 성격이나 모습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청년들은 이러한 유행어가 개인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인 동시에 새로운 평가의 잣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정환씨는 “유튜브에서 ‘애교 부리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남성’이라는 댓글을 봤다”며 “남성성·여성성에 대한 인식이 옛날과 달라진 만큼 테토·에겐이라는 표현도 혈액형처럼 사람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말했다. 같은 조의 강혜정씨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조롱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할 때도 쓰이는지 맥락이 중요하다”며 “사람을 구분 짓는 단어가 한 번 유행하면 타인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자연스럽게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에 참여한‘제1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우혜림 기자

청년들은 스포츠카를 탄 여성, 정장을 입은 여성, 울고 있는 남성 등 다양한 사진을 놓고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사회적 통념이나 통계적 사실, 주변에서 겪은 경험 등을 기준으로 여성성·남성성을 구분하기도 했고 분류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박도현씨는 “신체적인 차이 등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성성·남성성이라는 개념을 초월했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분류할 필요가 없어서 구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겪은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본인이 겪거나 목격한 성별에 따른 기대가 무엇인지 묻자, 참가자들은 작은 차를 몰고 다니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협을 받은 경험,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례식장에서 상주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경험, 남성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힘쓰는 일을 도맡았던 경험 등을 털어놨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결혼·출산과 삶의 선택, 힘들고 위험한 일의 배정, 생계와 돌봄 역할 등에서 성별에 따른 기대를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성별에 따른 기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제안도 내놨다. 다양한 가족과 돌봄 방식을 인정하고 미디어에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자신을 ‘에겐남’으로 소개한 운창씨는 “성별 구분적인 단어가 아닌 모두를 포함하는 단어로 법령을 변경하고 누구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가족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희씨는 “성별을 넘어 개인의 역량과 선호에 맞게 직무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이날 논의되는 청년들의 경험과 제안을 향후 성별균형 정책에 참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날 1차 공론장에 이어 9월과 10월에도 각각 2, 3차 공개형 공론장을 개최할 예정이다.

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에 참여한‘제1차 청년세대 성별균형 공개형 공론장’에 참여한 청년이 발표하고 있다. 우혜림 기자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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