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수사권 폐지에 피해자 부담 느는데…내년 국선예산 확대도 ‘역부족’

남소정 기자 2026. 8. 31.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는 10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범죄 피해자의 법률 조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피해자 국선변호사 예산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내년도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전담 인력을 늘릴 계획이지만 이번 증액 요구의 주된 배경은 형소법 개정이 아닌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피해자 스스로 수사의 빈틈을 메워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미 법무부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예산은 삭감된 상태"라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둔 정부 차원의 대비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증액 요청…작년 수준 밑돌아
보완수사권 폐지 따른 추가 수요 빠져
편성액 미집행 등이 올해 삭감에 영향
전담인력은 4년째 40명대에 머물러
“보수 청구 간소화해 조력 집중해야”

오는 10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범죄 피해자의 법률 조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피해자 국선변호사 예산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0억 원가량 늘려 요청했지만 올해 13억 원 넘게 삭감된 탓에 지난해 예산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규모다. 특히 이번 증액 요구에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추가 법률 조력 수요가 반영되지 않아 형사 사법 체계 개편에 맞춰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2027년도 피해자 국선변호사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약 10억 원 증액해 기획예산처에 요청했다. 피해자 국선 사건만 맡는 전담변호사도 약 7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은 기획예산처의 심의·조정을 거쳐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뒤 국회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예산은 최근 수년간 증가세를 이어오다 올해 감소했다. 법무부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2022년 89억 4700만 원에서 2023년 97억 700만 원, 2024년 117억 4000만 원, 지난해 134억 9500만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121억 45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3억 5000만 원(10.0%) 줄었다. 내년도 요구액이 그대로 반영되더라도 지난해 수준을 밑돌게 된다.

법무부는 내년도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전담 인력을 늘릴 계획이지만 이번 증액 요구의 주된 배경은 형소법 개정이 아닌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성폭력·아동 및 장애인 학대·스토킹 등에 한정됐던 지원 대상이 살인·강도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까지 확대된 가운데, 증액안에는 전담변호사 약 7명의 증원 인건비와 기존 전담변호사의 경력에 따른 보수 인상분 등이 포함됐다. 반면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추가 법률 조력 수요는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에는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릴 경우 피해자나 고소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검사가 직접 추가 수사를 통해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기는 어려워진다. 이에 피해자나 고소인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수사 기록을 열람·등사하거나 검사 면담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직접 설명하고 뒷받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대응 부담이 커지면서 전문적인 법률 조력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무부·경찰이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가운데 이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연합뉴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전체 규모는 늘고 있지만 전담변호사는 4년째 40명대에 머물러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2023년 605명에서 2024년 617명, 지난해 618명, 올해 8월 기준 629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 국선 사건만 담당하는 전담변호사는 47명, 비전담변호사는 582명이다. 법무부가 내년에 추진하는 전담변호사 약 7명 증원도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인력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윤섭 대한변호사협회 국선변호사회 회장은 “한 명이 50건 넘는 사건을 맡는 경우도 있어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보수 청구까지 제때 챙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형소법 개정으로 업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고 언급했다.

올해 예산이 줄어든 데는 편성된 예산을 모두 집행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편성액 134억 9500만 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121억 1300만 원에 그쳤다. 전담변호사는 휴직·사임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미집행 인건비가 발생하고, 비전담변호사는 실제 업무 수행에 따라 보수가 지급되는 탓이다.

문제는 집행액만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실제 업무 수요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규칙상 국선변호사는 정해진 기준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비용 명세서 등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첨부해 보수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사건이 몰릴 경우 피해자 상담이나 기록 검토 등 사건 대응을 우선하다 보니 보수 청구가 뒤로 밀리는 경우도 있다는 현장의 설명이다. 예산이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국선변호사의 업무 부담이나 법률 조력 수요가 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보수 청구에 드는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건별로 업무 수행 내역과 관련 자료를 갖춰 보수를 신청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산화하면 국선변호사가 피해자 상담이나 기록 검토 등 본연의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피해자 스스로 수사의 빈틈을 메워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미 법무부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예산은 삭감된 상태”라며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둔 정부 차원의 대비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 형소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법률조력 공백으로 인한 대응 부담을 모두 피해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