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명’에 무너진 실종사건 매뉴얼…“재량권 통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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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수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함.'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 매뉴얼' 첫머리는 실종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며 시작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30일 "실종사건 특성상 동기가 다양해 매뉴얼보다는 경찰의 재량권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재량권 남용을 통제할 감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경찰의 실종사건 매뉴얼은 2019년 5월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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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사수…경찰의 난제

‘처음부터 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수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함.’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 매뉴얼’ 첫머리는 실종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며 시작한다. 이 매뉴얼은 그동안 발생한 비극적 사건과 잇따른 여론의 비판 속에 꾸준히 강화돼왔다. 2007년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을 계기로 형사실종팀이 처음 신설됐고, 2017년 ‘어금니 아빠’ 사건, 2019년 ‘고유정 사건’을 거치며 규정이 정교해졌다. 현재 매뉴얼은 12시간 이내에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합동심의를 열고, 사건을 종결할 때는 담당 경찰관의 ‘대면 확인’과 프로파일링 시스템 입력, 관리자 결재 등을 하게 돼 있다. 서류상 매뉴얼 자체는 빈틈없이 구축된 셈이다.
그러나 제주 실종사건은 매뉴얼이 현장 담당자의 한순간 일탈로 얼마나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제주서부경찰서 부아무개 경장은 장아무개씨의 안전 확인 없이 전산 자료를 임의 삭제한 뒤 ‘셀프 종결’했다. 첫 대응 단계부터 구멍이 뚫리자, 매뉴얼에 명시된 합동심의, 정밀 수색 등 후속 조처는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30일 “실종사건 특성상 동기가 다양해 매뉴얼보다는 경찰의 재량권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재량권 남용을 통제할 감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한명 일탈에 시스템 우르르
이런 배경에는 만성적인 인력난도 자리 잡고 있다. 경찰 전체 실종팀 인력은 2022년 848명에서 올해 784명으로 줄었다. 경찰관 1인당 담당 건수도 2022년 146.5건에서 올해 167.8건까지 치솟았다. 전담팀 대다수가 1인 4개 조나 교대제로 돌아가다 보니 야간 1인 근무가 일상화됐다. 경찰청도 “1인 근무로 인한 부실 조처와 허위 보고 위험, 신고 집중 시 업무 부하에 따른 부실 대응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경찰청은 지난 26일 행정안전부에 보고한 ‘실종수사팀 운영 쇄신안’에서 비대면 종결 원칙적 금지 등 또다시 매뉴얼 개선에 나섰다.
문제는 이를 현실에서 뒷받침할 인력과 역량, 통제 능력이다. 형소법 개정 이후 경찰은 4천여명에 가까운 수사관 증원과 함께 이들을 감시할 내부 통제 인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실종팀 확충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이윤호 교수는 “부서별로 쪼개진 기능을 통합해 가용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조직개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생과 사의 갈림, 골든타임 12시간
주목해야 할 시점은 그 이후다. 신고 후 12시간이 지나면 실종 해제 속도는 현격히 느려진다. 신고 3일차 해제율은 1.2%, 7일차에는 2%에 불과하다. 단순 가출로 여겨 안심한 채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만큼 장기 실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 실종은 강력범죄와 연관될 위험도 높다. 실제 올해 들어 7월까지 실종 신고 후 사망자로 발견된 사람만 478명에 이르며, 지난 4년6개월 동안 ‘사망한 채 돌아온 실종자’는 총 4805명에 이른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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