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5년 전 무산... '수능 서·논술형 도입' 관건은 50만 명 채점

강지수 2026. 8. 3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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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검토 중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도입의 최대 난제로 채점의 공정성이 꼽히고 있다. 국교위는 '인공지능(AI)에 1차 채점을 맡기고 교사가 검수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국민 숙의 토론에선 AI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 "최종 책임을 지는 교사들이 '채점 민원'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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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 개편 1박 2일 국민 숙의]
국교위 "AI 채점-교사 검수" 검토
참가자들 "AI 채점 어떻게 믿나"
"성적 이의 신청 폭증... 교사 부담"
이르면 10월 중 대입 개편안 시안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참여위원회 미래대입제도 숙의 토론 이틀 차인 30일 경기 화성 YBM연수원에서 국민참여위원들이 첫날 논의를 기반으로 쟁점에 대해 심화 토의하고 있다. 국교위 제공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검토 중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도입의 최대 난제로 채점의 공정성이 꼽히고 있다. 국교위는 '인공지능(AI)에 1차 채점을 맡기고 교사가 검수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국민 숙의 토론에선 AI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 "최종 책임을 지는 교사들이 '채점 민원'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국교위 국민참여위원회는 29일부터 1박 2일간 경기 화성 YBM연수원에서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등을 주제로 숙의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청년, 학부모, 교육 관계자, 일반 국민 등 180명이 참석해 이틀간 조별 토의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현행 오지선다형 수능의 수명이 다해 새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서·논술형 도입에 앞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쟁점은 단연 '누가 어떻게 채점할 것인가'였다. 국교위도 참석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자료집에서 채점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선택형 문항은 학생이 고른 답이 정답과 일치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반면, 서·논술형 문항은 학생마다 표현 방식과 논리 전개가 다르고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채점자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수능이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전국 단위 대규모 시험이라는 점이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는 고부담 시험이기도 하다. 일본도 2018년 대입시험에 서술형 문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의 답안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채점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3년 뒤 서술형 도입이 끝내 무산됐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AI 채점'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람이 만든 채점 기준에 따라 AI가 대량의 답안을 신속하게 1차 채점하고 사람이 검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교위는 또 ①채점 기준표 활용 ②가채점 ③공동·교차 채점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AI 기술의 불완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자동 채점 모델을 개발했지만 실제 채점에 도입하지 않았다. AI가 어떤 근거와 과정을 거쳐 특정 점수를 산출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문제 때문이다. 제시한 기준대로 채점했는지 검증하기도 어렵다. AI가 답안의 논리나 근거의 타당성보다 글자 수 등 표면적인 특징에만 의존해 점수를 산출할 위험도 있다. 같은 답안과 채점 기준을 입력하더라도 매번 동일한 점수와 평가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한다면 성적 관련 민원만 가중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 참여위원은 2일 차 숙의 토론에서 "교사가 점수를 매기면 '내 자식 점수가 왜 이러냐' '나는 이것보다 더 잘 쓴 것 같은데 이 점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의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별도 중앙기관을 두고 평가와 이의신청, 재채점 등을 담당하도록 해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위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채점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뒤 서·논술형 평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논술형을 제외하고 서술형 평가부터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 채점관 양성, 연구학교 지정과 시범 운영 등도 보완책으로 거론됐다.

이번 숙의 결과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과정에 반영된다. 국교위는 이르면 10월 안으로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내년 3월 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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