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파’ 이연복, 파이널 문턱 좌절에도 빛났던 ‘중식 대가’의 품격

[스포츠경향 이슬기 기자] ‘중식 대가’ 이연복이 치열한 요리 서바이벌 속에서 비록 파이널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으나, 마지막까지 타협 없는 투혼과 대체 불가한 ‘대가’의 품격을 증명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과거 건강 문제로 방송 활동을 대폭 줄였던 이연복의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출연은 첫회부터 요리 예능 팬들의 뜨거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채널A ‘4인용 식탁’을 통해 오랜 기간 중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로 알레르기를 앓아왔으며, 약 없이는 요리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음을 고백했던 그다.

평생을 바친 식당마저 아들에게 완전히 물려주며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했던 그가 다시 각오를 다지고 칼을 뽑아 든 이유는 대중 앞에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첫 등장에서 이연복은 “요리 프로그램에 안 나간 지 정말 오래됐지만 장사 콘셉트라고 듣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흔쾌히 승낙했죠”라며, “이연복은 아직 살아있다, 한번 이번에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는 진정성 어린 포부를 밝혔다.
경기가 시작되자 베테랑의 저력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1라운드 100만 원 매출 레이스에서부터 “1등 하려고 여기 왔는데”라며 남다른 승부욕을 불태운 그는 대중이 가장 접근하기 쉽고 실패 확률이 낮은 우렁 짜장면, 우삼겹&새우 짬뽕, 멘보샤 세 가지 단품 및 세트 메뉴를 구성해 20팀 중 8위로 안정적인 출발을 끊었다.

2라운드 1:1 동일 가격 배틀에서는 프랜차이즈 450개 체인점을 이끄는 ‘두끼’ 대표 김관훈을 상대로 지목해 꼼수 없는 정정당당한 정면 승부를 펼쳤고, 치열한 접전 끝에 동률을 이뤄 별점 심사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이번 계기로 진짜 또다시 한번 큰 공부 했어요. 별점의 중요성을 크게 또 느끼고 다음은 작전을 한번 또 잘 짜야 할 거 같아요”라며 60대의 나이에도 매 순간 새로운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놀라운 학습 능력을 보여주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의 리더십과 위기 대처 능력은 빛을 발했다. 3라운드 100그릇 릴레이 팀전에서 이연복은 평균 3분 만에 5인분의 요리를 완벽하게 완성해 내는 경이로운 속도와 손놀림으로 주방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그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전 라운드의 승패를 갈랐던 별점이었다.
압도적인 조리 속도와 타협 없는 맛의 퀄리티를 동시에 잡으며 전반전 1위를 달성했으나, 이연복은 후반부 연합팀의 아이스크림 전략 실패로 꼴찌로 추락하는 충격을 맛보았다. 그러나 결코 팀원을 탓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꼭 1위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자존심이 산다”며 건강한 경쟁심을 불태웠다.

특히 데스매치에서 이연복은 “웬만하면 이 위의 그릇 다들 안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어떻게 해서든지 요걸 활용해야지 그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모든 팀이 기피하던 가마솥 용기를 자처해 세트 메뉴를 구성하며 정석대로 대결에 뛰어들었다.
바쁜 중 탕수육을 전부 쏟는 대형 악재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김민성의 적극적인 서포트와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패자부활전 1위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보통 열 그릇 정도 나가면 감이 딱 오죠”라며 요리별 타이밍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대가의 면모는 후배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4라운드 ‘공항의 아침’ 미션에서는 방송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최상현이 가격을 고의로 치솟게 만드는 이른바 ‘분탕질’ 전략을 구사하며 중식집 매장 경매가가 40만 원까지 치솟자, 이연복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가시죠”라며 매장을 쿨하게 양보했다.이어 “프로는 주방을 안 가려”라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겨 현장을 압도했다.
비록 공용주방에서 멀고 기물 확보가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도 이연복은 경쟁자인 김호윤의 부탁에 솥을 내어주며 닭 육수를 얻는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부족한 주방에도 최적의 메뉴를 구성하며 분투한 결과 이연복은 매출 3위를 기록했다.

비록 이전 라운드들의 경험을 의식해 재료비를 과다하게 산정한 탓에 최종 4위를 기록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이연복이 보여준 여정은 승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스레파는 정말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수록 너무 재밌었어요. 다음은 어떤 주제가 기다릴까? 정말 재밌게 여기까지 왔었어요. 준결승에서 떨어졌지만 그다음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라는 그의 소감처럼 배움을 즐기는 향상심과 꺾이지 않는 투혼은 현역으로서 최고가 지녀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증명해 보였다.
이슬기 기자 lees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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