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13억원대 공공임대주택 등장 “고소득 신혼부부, 금수저만 혜택”
“서울시가 젊은 부유층 강남 입성
혈세로 지원하는 격" 비판 확산
전세 보증금만 11억~13억원대에 달하는 공공임대주택이 등장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다음 달 7일 접수를 시작하는 제8차 장기전세주택2(미리내집) 얘기입니다.
미리내집은 시세의 약 80% 수준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자녀 출산 시 저렴하게 분양받을 기회까지 줘 신혼부부들에게 ‘로또’로 통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강남구 청담르엘(전용 59㎡)은 보증금이 11억7000만원,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 예비입주자 보증금은 13억8840만원에 달합니다.
시세보다 20% 싸다지만 무자녀 신혼부부 순자산 기준(6억6200만원 이하)을 꽉 채운 당첨자라도 최소 5억~7억원의 빚을 내야 합니다. 결국 매달 수백만원의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전문직이거나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금수저 신혼부부’만 입주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서민·청년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공임대 취지가 무색하게, 서울시가 젊은 부유층의 ‘강남 입성’을 혈세로 지원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런 고가 장기전세주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에서 재건축·재개발을 마친 아파트 준공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장기전세 공급을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은 대가로 내놓은 기부채납 물량인데, 이를 제외해 주면 결과적으로 고가 아파트 조합만 막대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현물(아파트) 공급이라는 틀을 깨는 데 있습니다. 서울시와 SH가 초고가 기부채납 물량을 직접 인수해 임대로 놓는 대신, 이를 시장에 감정가나 일반 분양 방식으로 매각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시세가 30억~50억원을 호가하는 강남 아파트 1채를 매각하면 도심 역세권이나 교통 요지의 소형평수 공공주택 3~4채를 매입해 훨씬 더 많은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 도시정비법상 공공임대는 원칙적으로 현물 인수를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 등 보완이 선행돼야 합니다. 개발이익 환수라는 명분은 지키면서 주거 복지 혜택을 최대한 많은 실수요자에게 넓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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