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두 시간 만에 마을 다 잠겨…목숨만 건지고, 모든 걸 잃었어요”
헬기 착륙 때마다 애타는 실종자 가족 몰려들어

“목숨만 건지고 빈손으로 나와 당장 입을 옷도 먹을 것도 남의 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네팔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에서 30일 만난 루푸왓 파렐(29)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했는데 지난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모든 걸 잃었다고 했다.
둥게바자르는 누와코트, 라수와 등 네팔 북부 지역의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경제의 중심지였다. 대홍수의 시작점으로 지목된 북쪽 랑탕리룽 지역과는 약 40~60㎞ 거리다. 며칠 전만 해도 호텔과 식당, 상점으로 북적이던 이곳은 마을 옆을 흐르는 트리슐리강이 토사와 함께 범람하면서 삽시간에 폐허가 됐다. 네팔 당국과 군이 사전에 대피를 안내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주민들은 “마을 전체가 침수되기까지 2시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마을은 토사로 건물 1층이 완전히 파묻히고 도로도 끊겨 복구와 통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2~3층이나 옥상에 머물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위로 굴착기 등 중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로빈드라 파우델(28)은 “물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며 “집을 잃은 주민들은 지인 집이나 인근 군부대 내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뭐라도 건질까 싶어 이곳저곳 배회하는 주민도 있지만 보이는 건 온통 진흙탕뿐이었다. 상점을 운영하던 아이슈 리잘(30)은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쌀과 과일을 파는 가게를 운영했다”며 “전 재산이 흙더미에 묻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트리슐리강은 흙탕물이 여전히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한국인 노동자들이 실종된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등이 있지만, 다리와 도로가 유실돼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해 지역은 이곳이 마지막이다. 북쪽 지역은 도로가 완전히 끊겨 헬기 등 항공 수단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현장에 파견된 네팔 군 관계자는 “트리슐리강 수위가 급상승해 도로와 주택을 덮쳤다”며 “원래 더 위쪽까지 길이 이어져 있었지만 도로가 다 끊겨 차로는 이곳이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라고 했다.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 관계자는 “지반이 약해져 추가 유실 위험이 있다”며 “신분증을 확인한 뒤 공인된 구조 및 복구 인력만 진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낮 12시쯤 한국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관계자들이 둥게바자르 마을에 도착했다. 이들은 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해 피해 현장과 도로 유실 상태를 촬영하고 주변 지형을 확인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실종된 노동자들이 떠내려왔을 가능성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구호 활동도 이어졌다. 구호단체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에게 방진 마스크를 배부했고, 의료진도 현장을 둘러보며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공터에는 무료 급식 및 식수 배급소가 설치됐다. 카트만두에서 비두르 방면으로는 구호물자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진입하고 있었다.
마을 인근 트리슐리 군사기지에는 실종된 가족의 소식을 확인하려는 주민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기지 내 연병장에서 헬기 여러 대가 수시로 이착륙했다. 주민들은 상류 고립 지역을 오가는 헬기가 착륙할 때마다 군 관계자에게 탑승자 명단을 물었다. 샤브루베시 인근에 거주하는 형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는 람 슈레스타(42)는 “홍수 이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며 “헬기가 올 때마다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와코트 |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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