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엔 세제, 공급엔 속도전…이재명표 부동산 개혁 '시험대'
서울·수도권 인허가 속도 높여 주택 공급 견인
금융 지원은 선별적으로…가계대출 논란 정면 반박
집값 폭등·폭락 모두 대비하는 양방향 시장 안정책

특히 집값이 오르는 상황뿐 아니라 금리 상승과 경매 물량 증가에 따른 급락 가능성까지 대비하겠다고 밝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상승 억제’와 ‘하락 방어’를 함께 겨냥하는 양방향 안정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투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세제도를 조세 정의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이 세제상 과도하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제도를 손질해 투기 기대를 낮추겠다는 의미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거래를 ‘폭탄 돌리기’에 비유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관련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는 보완 요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세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정이 세부 기준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투기 억제라는 큰 원칙은 유지하면서 예외와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이 예상된다.
공급 확대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금융과 세제 개혁과 함께 서울·수도권의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고 공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의 인허가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구청장에게 500세대 이하 규모의 인허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2년 이후 수도권에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크게 줄어든 만큼 행정절차를 단축해 공급 시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에는 공급 담당 인력을 확대하고 소규모 택지를 포함해 가용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라는 주문도 내려졌다. 정부가 공급 목표를 얼마나 빨리 현실의 입주 물량으로 연결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발표된 공급 계획이 인허가와 착공에 머물 경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은 발표만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토지 확보와 인허가, 금융 조달, 공사 기간을 거쳐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정책을 둘러싼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과 청년 등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확대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공급자에게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주택 구매자의 대출을 늘리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는 논리다.
다만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대출을 확대하면 주택 수요와 가격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있어 금융 공급의 대상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하느냐가 중요하다.
투기 수요를 향해서는 금리와 경매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전망과 함께 주택담보대출 연체 및 경매 물건 증가, 낙찰률 등을 언급하며 가격 상승 기대만 보고 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다. 정부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리와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특히 집값 폭락에 대비해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공공주택 보유 목적으로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급 확대와 투기 억제가 가격을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시장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 급락은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담보가치 악화, 건설업 위축,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장기 대책도 병행된다. 국가기관의 조기 세종 이전과 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 대형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자리와 인구를 수도권에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집값 문제를 주택 공급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일자리와 교육, 의료, 교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가 유지된다면 주택 공급 확대에도 수요가 계속 수도권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 목표가 많아질수록 실행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커진다. 투기 억제를 위해 세금을 강화하면서 공급을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가격 급락에 대비해 공공 매입까지 추진하려면 정책 간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 공급 확대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 전에 시장이 과도한 기대를 형성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규제와 금리 부담이 겹치면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을 위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세제 개혁을 ‘조용한 개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개혁의 성과를 과시하기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이 평가할 것은 강한 발언보다 주택이 얼마나 빨리 공급되는지, 실수요자의 세 부담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는지, 가계부채와 집값 급락 위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려면 단기적인 가격 관리와 함께 수도권 집중, 공급 부족, 높은 주거비, 가계부채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